No. 969 [칼럼니스트] 2004년 03월 23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배달신청/해지 | columnist.org(홈) |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작은 승리

김우정 (문화마케팅 전문가, 문화마케팅센터 대표) lutain@lutain.com


와이키키 해변의 1)충고(Advice) 보이스(Voice)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시장성에 대한 분석

1막 세상만사 시장만사

분명 내가 그 시대를 추억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랜만에 찾은 뮤지컬 한 편이 절로 어깨춤을 만들고 내 기억 음악창고를 뒤져 목을 트이고 퇴적된 긴장상태를 가벼움으로 풀어버리기 까지 한 것은.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는 값어치 덜 나가는 생선처럼 취급 받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그 자극으로 즐거울 수만 있다면 그 평가는 결코 온당할 수가 없다. 평론의 권위는 공연의 성공이 컨셉과 유행대신 시간과 노력이라 설교하지만 공들여 즐겁지 못한 관객의 글쓰기 또한 교훈이 될 수는 없다. 내가 본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이하 와이키키)는 최고의 작품은 아닐 수 있으나 관객의 즐거움을 최선을 다해 채워준 여름 바캉스 같은 신선한 공연이었다.

사실 한국 창작뮤지컬은 많은 한계와 장애를 가지고 있다. 화합보다는 경쟁을 의식했고 창작보다는 수입에 치중했으며 무엇보다 관객개발은 뒷전으로 한 채 작은 밥공기를 둘러싼 숟가락 싸움만이 난무했던 것이 지난 뮤지컬시장의 과거다. 밥그릇은 하나고 그 크기 또한 작지만 밥그릇 하나를 둘러싼 숟가락은 너무도 많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숟가락의 숫자를 줄이는 것은 바른 지혜가 아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두 가지뿐이다. 밥그릇의 크기를 늘리던가 밥그릇의 숫자를 늘리던가. 한국 뮤지컬의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뮤지컬시장의 크기를 키우고 세분된 시장을 새로 창출하는 것만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지혜다.

새삼스럽게 시장이야기를 하는 것은 와이키키의 새로운 시도를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아직 공연이 한달 가량 남아 있는 시점에서 그 시도의 성공과 실패를 논하는 것은 이르다. 하지만 영화로 주목 받은 작품을 뮤지컬로 재창조해낸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시도임에 분명하다. 최근 한국영화의 선전과 달리 수입뮤지컬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한국뮤지컬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작품적 질의 문제와 함께 상품 자체가 브랜드로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뮤지컬의 작품적 성장에만 치중하여 그 산업적 효과와 상품적 요소를 무시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뮤지컬은 예술작품이면서 동시에 문화상품이기도 하다.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10년 넘게 장기로 흥행하는 장르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문화상품은 바로 1982년 10월 뉴욕 윈터 가든 극장에서 초연되어 18년간 7484회의 공연으로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뮤지컬 '캣츠'다. 한국에도 10년 넘게 공연하고 있는 2)'지하철 1호선'과 '사랑은 비를 타고'가 있지만 그 흥행성공에 있어서는 외국사례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와이키키는 원작자인 영화사 명필름의 양해를 구해 뮤지컬의 창작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 시도에는 새로운 브랜드로 승부하기 보다는 훌륭한 원작을 기초로 관객과의 접점을 줄여보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창작뮤지컬 브랜드마케팅의 태동이다.

해외에서 성공한 뮤지컬들을 살펴보아도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 킹 등 훌륭한 원작을 모태로 탄생한 작품이 많다. 이는 3)원소스멀티유즈(OSMU)라는 문화상품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아마 와이키키 OSMU의 가장 큰 실수를 따지라면 흥행이 실패한 원소스를 선택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OSMU는 원작의 흥행여부에 따라 파생상품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원브랜드멀티유즈(OBMU)라는 새로운 기법이 등장했는데, 이는 이미 확보된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을 다른 내용, 연관된 스토리로 동시에 출시하는 기법을 의미한다. 최근에 개봉했던 '매트릭스 리로디드'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구축된 브랜드를 활용하여 관객과의 접점을 줄이고 이를 통해 신규관객을 개발하려는 와이키키의 시도는 협소한 뮤지컬시장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오페라의 유령' 성공 이후 유행처럼 번진 대작수입열풍을 시장의 확대라는 명분으로, 외국작품에 길들여진 주관적 취향으로 옹호하는 의견도 존중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의 대작수입열풍이 과연 시장확대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 있는가와 과연 한국뮤지컬에 한국적 정서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인가라는 중요한 명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창작뮤지컬에 던질 수 있는 돌은 단 하나도 없다. 특히 상상력의 빈곤을 마치 창작뮤지컬의 벗지 못할 굴레처럼 단골메뉴로 노래하는 염세주의에게는 더욱 더.

2막 미지의 선물

얼마 전에야 프리뷰 공연을 막 끝낸 와이키키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뮤지컬의 기본 관객층인 20대 초반 여성을 공략하지 않고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을 공략한 것이 와이키키 타켓팅의 주요한 전략이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40대 이상 중년층의 발길이 잦다는 것이다. 이는 와이키키의 복고풍이 그들에게 전달된 것이 아니라 와이키키가 공략했던 타켓들(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이 그들의 부모 및 선배에게 와이키키를 선물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복고는 복고 당시의 대상층을 공략하기 보다는 대상층과 가까운 주변 아래세대를 공략할 때 그 효과가 크다는 매우 중요한 사실 하나가 와이키키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뮤지컬은 노래로 이야기한다. 흔히 공연이 끝나고 난 후 뮤지컬 넘버를 흥얼거리는 사람이 많다면 그 뮤지컬의 성공확률을 매우 높아진다고 한다. 와이키키 뮤지컬넘버의 대부분은 우리가 흔히 듣던 80년대 가요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송골매의 '세상만사',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영화에도 등장했던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는 객석에서 마이크를 찾고 싶을 정도로 전달력이 큰 장면이다. 특히 1막과 커튼콜의 대미를 장식한 조용필의 '미지의 세계'는 무대와 객석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백미였다. 와이키키가 준비한 '추억의 교실 전시', '동창회 이벤트', '화이트데이 이벤트' 등도 와이키키를 찾고자 하는 관객들이라면 유심히 지켜 볼만한 선물이다.

검고 흰 것 만을 구분하는 흑백논리는 힘이 세다. 하지만 시대는 옳고 그름의 판단보다는 좋고 싫고의 선택이 중요해지는 4)'다중선택의 사회(Multioptionsgesellschaft)'로 진화하고 있다. 세상은 다채색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세상을 흑백의 무채색으로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뮤지컬 한 편을 감상하면서도 검고 흰 것만을 구별하고 있지는 않은가. 다채색으로 창조된 문화의 잃어버린 색깔을 찾는 것은 또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아마도 그 다채색의 서광은 한국뮤지컬의 인색한 박수소리가 기립박수로, 주변눈치를 살피는 관람태도가 함께 즐기는 축제로 바뀌는 변화의 물결은 아닐까. 그리고 멀지 않은 내일, 한국뮤지컬이 준비한 미지의 선물을 즐거움으로 기대한다.

언제나 끝이 없어라 알 수 없는 질문과 대답
저 넓은 하늘 끝까지 우리들의 사랑을 노래해요
미지의 세계를 찾아서 떠나요
사랑의 노래를 멈추지 말아요..

조용필 <미지의 세계 中>


--------------------------

1) 충고보이스는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남자주인공들이 고교시절에 결성한 밴드의 이름이다. 본 칼럼의 제목은 충주고등학교 보이스(Boys) 혹은 충주고등학교 보이스(Voice)로 해석되는 원작의 의미를 충고(Advice)와 보이스(Voice)로 재해석 한 것이다.

2) 동명의 독일뮤지컬을 번안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1994년 5월 초연 이후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을 거치며 만 10년 동안, 2000회가 넘는 공연을 통해 47만여 명이 관람(2003년 12월 기준)한 한국 뮤지컬의 대표작이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는 95년 초연 이래 1천3백여 회의 공연에서 꾸준히 객석점유율 80%를 넘긴 히트작으로 96년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인기상, 작곡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3) One-Source Multi-Use : 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게임, 음반, 애니메이션, 캐릭터상품, 장난감, 출판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마케팅 비용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장르에서의 성공이 다른 장르의 문화상품 매출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하나의 기술로 다양한 응용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면서 기획단계부터 게임•만화•캐릭터 등 다양한 문화상품의 제작 및 마케팅을 함께 추진하는 원브랜드멀티유즈(OBMU)의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4)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는 탈산업화에서 정보화로 옮겨가는 경향을 메가트렌드로 규정하고 몇 가지 중요한 개념을 정리하였는데, 그 중 한 내용을 소개해 보면 선택의 범위가 한정된 편협한 양자택일의 사회로부터 자유로운 다중선택의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 2004.03.19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를 평가해 주십시오.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