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65 [칼럼니스트] 2004년 3월 1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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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시로 풀어 본 ‘폭설피해’


이규섭
http://columnist.org/kyoos

#설 앞에 정부는 설설 기었다. 국민은 고속도로에 갇혀 추위와 허기, 공포에 떨었다. 24시간이 지나도록 고속도로 하나 소통시키지 못하는 한심한 나라에서 살고있다는 생각을 하면 분통이 터진다. 눈 속에 갇혔다 겨우 빠져나오는 운전자에게 통행료까지 받았으니 후안무치의 뻔뻔스러움이 놀랍다.

대설경보까지 내려진 상황에서조차 차량 진입을 통제하지 않았던 도로공사의 늑장행정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만이라도 재빨리 틔웠더라도 헬기로 던져준 빵과 우유로 밤을 지새는 후진국형 사태는 줄였을 것이다. 이러고도 국가동맥인 고속도로 관리를 맡을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폭설은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지만 고속도로마비 사태는 대형사고다.

#마가 사람잡는다. 이 말은 이번 폭설재앙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폭설이 쏟아지고서야 대설경보를 내린 뒷북 예보, 중앙재해대책본부의 재해방송 요청을 즉시 받아드리지 않은 방송사도 ‘설마’하다 실기했다.

눈이 멈춘 다음에야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연 것은 무책임행정의 전형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차원의 조직적인 인력 및 장비지원이 늦어진 것도 늑장대응 때문이다. 오죽하면 국무총리가 “전문성이 없고, 무계획적이며, 희망적 관측에만 매달렸다”고 관계장관과 공무원들을 질책했겠는가. 재해불감증에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인재(人災)다. 뒤늦게 통행료를 반환해준다, 세금을 감면해준다, 감사를 한다며 호들갑을 떠는 것도 사후약방문의 재탕이다.

위기관리시스템 보완을

#해액이 6천억원에 육박한다. 가장 피해가 컸던 충남.대전 지역의 폭설피해만도 3천억원 넘어 가뜩이나 어려운 농가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졌다. ‘눈 폭격’을 받고 쑥대밭으로 변한 비닐하우스와 축사를 바라보는 농민들은 누구를 원망할 기력조차 없다며 한숨짓는다. 하늘을 원망하고 정부를 탓하기에도 지쳤다. 엿가락처럼 휘어진 쇠파이프를 일으키려해도 일손이 없다. 군 장병과 공무원만으론 지원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때일수록 자원봉사의 손길이 아쉽다.

자재난도 복구를 더디게 한다. 가뜩이나 자재난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폭설로 원자재(쇠파이프) 값이 크게 오른 데다 이마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뒤늦게나마 특별재해지역 선포로 피해농가에 재정지원이 늘어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나 복구비 마저 늑장지원이 안되도록 조기집행을 서둘러야할 것이다.

#도 너무 했다. 정부 위기관리시스템의 허술함이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책임지는 위기관리 능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번 폭설재난을 계기로 재해대응 매뉴얼을 보완하고, 재난?재해 구호체계도 전면 재검토하는 등 위기관리시스템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정부는 재난체계구축기획단 신설 등 땜질식 발표만 할게 아니라, 대구 지하철참사 직후 설립키로 한 소방방재청의 출범부터 서두르는 게 순서다. 1년이 넘도록 청장을 소방직이 맡느냐, 정무직이 차지하느냐며 밥그릇 싸움을 하며 허송세월 하는 것도 딱한 노릇이다.

- 충남신문 2004.03.16

이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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