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60 칼럼니스트 2004년 3월 14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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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과 재신임

노무현대통령은 2002년 12월 국민의 직접 선거로 당선되어, 2003년 2월에 취임했다. 대통령은 취임 후 약 8개월이 지난 2003년 10월 10일 ‘총선 전후에 재신임을 묻겠다’고 발표했다. 재신임을 발표한 후 약 5개월이 지난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가 의결됐다.

이번 탄핵을 의결한 16대 국회는 역대 어느 국회보다도 심한 비리, 불법으로 얼룩졌으며, 국회의원 약 60%가 당적을 이동하여 그들의 국민 대표성마저 불확실하다. 또 이들 임기가 법적으로는 5월 29일까지지만 17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아, 사실상 그들의 임무는 끝났던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뚜렷한 명분도 내세우지 못하고, 이전투구(泥田鬪狗) 형상으로 삽시간에 190 몇 명의 국회의원이 임기 1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대통령을 탄핵 소추했으니 누가 보든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황당하므로, 3월 13일 서울 광화문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에서 10만명인지 20만명인지의 사람들이 모여 탄핵 항의 촛불집회를 열었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여 자기 의사를 밝힌다는 것은 바람직한 행위다. 그러나 거기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반대측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해 줘야 하며, 대의 정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어떤 상황으로 전개됐든 국민이 뽑은 대표자들이 법적인 임기 내에 그들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이 탄핵 소추는 원천 무효가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그 대표자들을 뽑은 국민에게 있다.

여기서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것이, 지난 5개월 동안 계속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대통령이 발표한 ‘재신임’이다. 국회의 탄핵 소추가 있기 전날인 3월 11일에도 대통령은 이 재신임을 언급했지만, 총선과 연계시킨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택하겠다는 것인지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노대통령은 취임할 때, 헌법 69조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선서’했다. 이 선서 이후 개인 노무현씨는 ‘5년 간’ 대통령 직책을 수행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재신임을 받겠다는 것은, 5년 간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아니고, ‘조건부’로 수행하겠다는 뜻으로, 국민과의 약속 위반이며 헌법 위배다.

그리고 재신임에 대해서는 헌법에 규정된 것이 없다. 그럼에도 재신임을 받겠다는 것은 현행 헌법을 바꾸겠다는 뜻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헌법을 준수’해야 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재신임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월권 행위이며 헌법 위배다. 대통령은 입법 기관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이번 탄핵을 국회만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매도하기보다는, 대통령 자신이 작년 10월에 자청한 ‘총선 전후에 재신임’의 한 형상으로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사실상 대통령의 직무를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묻는 것은 재신임이나 탄핵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재신임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불분명하고, 탄핵은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는 것만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 노무현씨는 국민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대통령직의 계속 여부를 국민에게 묻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맡긴다는 것은, 합법, 불법을 따지기 이전에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에서 어느 쪽으로 판결을 내리든 이 사회에 심한 혼란이 온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노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릴 필요 없이 대통령직을 사임하는 것이 순리다. 그리고 의사가 있다면, 대통령 재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옳다. 이래야지만 사회 혼란도 단기간에 후유증 없이 극복할 수 있으며, 재신임을 진정으로 묻는 것이다.

- 2004.03.14

홍 순 훈

칼럼니스트, 아하출판사 대표
herbhong 'a' yahoo.co.kr
http://columnist.org/hsh

->'대통령 재선거'를 해야 할 이유(200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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