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59 [칼럼니스트] 2004년 3월 14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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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섬진마을 청매실농원에 흐드러지게 핀 매화)

■ 맛따라 길따라(8) / 섬진강 매화마을
매화 향기에 마음 설렌다

    남도에 꽃바람이 부는 3월이다. 봄의 전령 개나리와 산수유에 이어 매화가 앞다퉈 꽃망울을 터트린다. 전북 진안에서 발원하여 3개 도(道)와 12개 군(郡)을 넘나들며 남도 500리 길을 휘감아 흐르는 섬진강 언저리,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의 매화는 다른 곳 보다 빨라 어느새 울긋불긋 꽃대궐이다. 다사마을, 서동마을, 동동마을 등 마을마다 매화꽃이 화사한 꽃 자수를 놓는다.

    다압면 일대가 매화천국을 이룬 데는 1930년대 일본으로 돈을 벌러 갔던 한 청년이 고향에 돌아와 한 그루, 두 그루 심기 시작한 것이 배경이 됐다. 김오천씨가 주인공. 그는 1988년 이곳 땅에 묻혔다. 그의 며느리 홍쌍리(61)씨에 이어 3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12만평 규모의 ‘청매실 농원’이 매화마을의 견인 역할을 했다. 홍씨는 매실을 약이나 매실주 재료로 납품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실김치 매실식초 매실차 매실장아찌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하여 전통식품 명인 1호가 됐다.

   백운산 삼박재 기슭의 산등성이에서부터 강변까지 하얗게 물들인 매화꽃은 눈이 부시도록 화사하다. 하얀 속살을 드러낸 백매화, 발그레한 꽃잎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홍매화, 60년 노목도 뒤질세라 솜사탕 만한 꽃송이를 뿜어낸다. 매화 향기가 너무 짙어 꽃 어지럼증이 인다. 매화나무 아래 곳곳에 조명등을 밝혀놓아 밤에 보는 매화는 더욱 환상적이다. 꽃샘바람이 심술을 부리는 4월 초순이면 매화는 ‘꽃비’를 흩날리며 이별을 고한다. 강바람에 하르르 날리는 매화 꽃잎은 서설처럼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밭이랑 사이로 매화가 터널을 이루고 파랗게 자란 보리가 어우러져 봄의 제전을 펼친다. 청매실 농원 마당에 놓인 2,000여개의 장독대에서는 매실된장.매실장아찌가 익어간다. 눈을 들어 강 쪽을 바라보면 섬진강 푸른 물과 하얀 모래사장, 녹색의 대나무 숲이 삼색 조화를 이룬다.

    이곳이 매실산지의 천혜적 적지인 것은 남해로부터 30km 떨어져 있어 아침엔 적당히 걸러진 해풍이 밀려와 섬진강의 습기에 섞이고, 낮엔 백운산 산등성이가 내려주는 육지기운이 와 닿는 등 매화가 성장하기에 좋은 기후조건에 배수가 잘 되는 자갈토질을 갖췄기 때문이다.

    광양 매실이 유명세를 탄 것은 ‘건강보조식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곳서 생산된 매실은 알이 굵고 품질이 뛰어나다. 매실의 신맛에는 몸의 노폐물을 말끔히 씻어주는 구연산 등 몸에 좋은 유기산이 풍부해 체질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청매실농원은 매실농축액, 매실장아찌, 매실된장, 매실초콜릿 등을 인터네(www.maesil.co.kr)과 전화(061-772-4066)로 통신판매도 한다. 올해 광양시 매화축제는 3월13일부터 21일까지 섬진교 아래 백사장과 섬진마을에서 열린다. 축제정보는 매화축제추진위원회(061-772-9988), 기타 여행정보는 광양시 문화홍보실(061-797-3363).

    광양의 매화는 3월 중순에 절정을 이루고, 4월 초순이면 맞은 켠 화개장터 십리벚꽃길이 볼만하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10리길 도로변에는 벚꽃이 꽃구름처럼 무더기로 피어 너울 된다. 김동리의 소설 ‘역마(驛馬)’의 무대였던 난장(亂場) 화개장터에 들리면 옛 시골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쌍계사 부근 야생차 밭에는 추운 겨울을 이겨낸 새순이 살짝 얼굴을 드러낸다.

    영호남을 잇는 ‘남도대교’는 또 하나의 명물. 전남 구례군 간전면 운천리와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사이를 잇는 남도대교가 개통된 것은 지난해 7월29일. 섬진강과 지리산 등을 상징하는 구조물을 대칭 시켜 동서화합을 표현해 놓았다. 길이 395m, 폭 13.5m의 왕복 2차선.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 영호남 지역 주민들은 강 사이를 밧줄로 연결한 나룻배를 타고 오가거나 버스를 타고 30여㎞의 거리를 돌아가야 하는 불편이 따랐다. 광양시 다압면 하천리에서 하동군 화개장터를 경유하는 ‘영호남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 먹거리

    뽀얗게 우려낸 국물에 파와 부추를 숭숭 썰어 넣은 재첩국은 섬진강의 명물. 시원한 맛과 상큼한 부추 향이 어우러져 술 마신 후 쓰린 속을 풀어주는 해장국으로 으뜸이다. 재첩회는 살짝 대친 뒤 재첩만 건져내어 배, 당근, 미나리, 오이와 함께 초고추장을 섞어 무친 것. 새콤달콤 개운한 맛이 별미다. 재첩국은 1인분 5,000원. 재첩회는 2만원.

    10여종의 풍성한 밑반찬을 자랑하는 하동읍내 동흥식당(055-883-8333) 재첩국은 국물이 담백하다. 강변할매재첩국(055-882-1369), 옛날재첩국식당(055-882-0937)도 유명하다. 다압면 금천마을 제일가든(061-772-4427)과 관동마을 청해진식당(061-772-4925)은 참게탕을 잘 한다. 국물에 된장을 풀고 호박, 토란줄기, 고사리를 넣고 끓여 고소한 향기가 일품이다.

    #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진주IC→남해고속도로 하동IC→하동읍→섬진교를 지나 우회전→4㎞쯤 가면 왼쪽에 섬진매화마을 간판이 보인다.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17번 국도를 타고 남원을 경유, 구례~하동 19번 국도를 이용한다. 토지면소재지를 지나 간전교를 건너면 섬진강 줄기를 따라 861번 지방도로가 이어진다. 20여㎞ 섬진강 줄기를 끼고 드라이브를 즐기면 섬진매화마을 간판이 나온다.

   ▶서울 남부터미널(02-521-8550)에서 하동행 버스가 하루 6회. 2만1000원. 하동터미널에서 청매실농원까지는 택시로 10여분. 하동개인택시(055-884-3835).

   ▶매화축제기간에는 철도청에서 매화꽃 관광열차를 운행한다. 경부선 하동행 무궁화호는 23시50분 서울역 출발, 다음날 6시5분 하동도착.

   

    - <승강기안전관리원 3,4월호> (2004년)

이규섭

여행작가·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http://columnist.org/kyo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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