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53 [칼럼니스트] 2004년 3월 1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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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해도 너무 하는 쓰레기 메일


만약 인터넷공간에 스팸메일이 없다면, 네티즌들은 그야말로 편안한 e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팸메일을 수단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 이상 그 것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 뿐이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스팸메일이야말로 독버섯이나 다름없다. 독버섯을 잘못 먹었다가 생명을 잃듯이 메일박스를 함부로 열어보았다가는 스팸메일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컴퓨터를 쓸 수 없게 된다. 그야말로 악질적인 존재가 바로 스팸메일이다.

사실 네티즌들을 괴롭히는 불량스러운 메일을 두고 「스팸메일」이라고 부르는 것조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스팸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햄제품의 상표명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너무 많다”는 뜻이 강해 “정말로 나쁘다”는 의미는 전혀 풍기지를 않고 있다.

질이 나쁜 메일에 대해서는 그에 알맞는 이름을 붙여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들어 언론에서 스팸메일을 「쓰레기메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스팸메일이라는 용어만으로는 적확한 의미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에는 기가 막힌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이 전세계에서 네번째로 많은 쓰레기메일을 보내는 나라로 꼽혔다는 것이다. 컴퓨터 보안업체 소포스가 지난달 중순 이틀 동안 수신된 쓰레기메일의 출처를 분석해본 결과이다.

소포스에 따르면 쓰레기메일 생산량 1위는 미국으로, 조사기간에 발생한 원치 않는 메일의 56.7%를 차지했다. 캐나다가 6.8%로 2위였고, 중국(6.2%).한국(5.8%).네덜란드(2.1%)가 뒤를 이었다.

전세계 쓰레기메일 1백건 가운데 6건이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얘기이다. 이런 뉴스가 지난 2일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에 보도됐다고 하니 한국인으로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 같은 보도가 아니더라도 우리들의 사이버공간이 엄청난 쓰레기메일로 뒤범벅이 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무슨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다가는 인터넷세상이 얼마나 더 어지러워질지 모를 일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나랏리서치가 지난해 기업과 네티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쓰레기메일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손실비용이 연간 2조6천4백5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13개를 지을 수 있는 비용이다.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라고 할만하다.


우리나라가 「쓰레기메일 공화국」인 사실은 여러 가지 조사결과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메일서버를 운영하는 국내 IT(정보기술)업체들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송되고 있는 e메일 10통 가운데 8~9통이 쓰레기메일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스팸메일 필터링업체인 메시지랩스가 전 세계적 스팸메일 비율로 밝힌 62.7%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쓰레기메일의 30%가 음란물이라는 사실도 심각한 문제이다.

코넷과 메가패스 등의 메일서버를 운영하는 KT는 지난해의 스팸메일을 집계한 결과 모두 28억6천4백57만여건의 81.4%인 23억3천3백4만여건이 스팸으로 구분돼 발송되기 전에 걸러냈다. 데이콤도 지난해 4분기 전체 e메일 가운데 80%를 스팸메일로 분류해 메일서버에서 차단한 바 있다.

도메인 및 호스팅업체인 후이즈(www.whois.co.kr)가 지난달 16일부터 22일까지 1주일간 자기회사의 유료메일 서비스인 후이즈메일 고객 2천4백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하루 평균 10-20통씩의 스팸메일을 수신하고, 이를 삭제하는데 5~10분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e메일 발송량이 가장 많은 다음케뮤니케이션은 하루 10% 가량만 정상메일로 분류하고 나머지는 차단하고 있다. 야후코리아도 하루 60만통의 메일 가운데 10%인 5만4천통만 정상메일로 분류하고 있다.

전체 e메일 가운데 스팸메일이 차지하는 분량은 매달 증가추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KT가 지난해 10월 메일서버를 통해 차단한 쓰레기메일의 비율은 77.7%였으나 11월에는 81.2%, 12월에는 84.4%로 계속 늘어났다.

이런 실태라면 우리나라는 「쓰레기메일 공화국」으로 불려도 싸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런데도 인테넷인구가 3천만명에 가깝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정보선진국임을 자처한다는 것은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당국은 수시로 쓰레기메일에 대해 나름대로의 대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지난 1월부터 불법메일 전송업체에 대한 과태료를 1천마원에서 3천만원으로 3배나 올렸다. 앞으로는 야간(오후 9시~오전 9시)에 사전 허락 없이 남의 휴대폰에다 메시지를 발송할 때는 처벌한다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아울러 쓰레기메일을 차단하는 기술개발을 위해 올해 15억원을 투입하는 등 2007년까지 모두 10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붓기로 했다. 음란메일 차단 등을 위한 전문 기술지원센터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대책이 나와도 네티즌들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소용 없는 일이다. 현실세계에서 각종 범죄가 끊이질 않은 것도 처벌법규가 없어서가 아니다. 준법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쓰레기메일은 분명 인터넷세상에서 암적인 존재이다. 암이 아무리 무섭다고 해도 초기에 발견하면 고칠 수 있는 병이다. 우리들이 인터넷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짧은 세월은 아니다.

그렇지만 병이 더 깊어지기 전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쓰레기메일이라는 이름의 암을 도려내도록 해야 한다. 쓰레기메일 없는 아름다운 e세상이 한갓 꿈에 지나지 않더라도, 그런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참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 인터넷 중앙일보 <과학·기술·정보통신 마당> 200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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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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