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52 칼럼니스트 2004년 3월 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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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퇴장

    지난 1월 하순 로테르담영화제에서는 시상식에 이어 지난 8년 동안 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사이먼 필드 집행위원장의 환송행사가 열렸다.

    재단 이사장과 시장의 환송사 및 기념메달 증정, 네덜란드 주재 프랑스 대사의 환송사와 프랑스정부의 훈장 수여, 일본의 세계적인 감독 키타노 다케시를 비롯한 각국 영화인들의 영상메시지, 챠이밍 량(타이완), 가와세 나오미(일본) 등 중견 감독들이 필드를 위해 제작한 짧은 영상물의 상영, 현지 언론인 피터 반 뷰렌과 이 영화제의 공동집행위원장인 산드라 덴 하머의 환송사, 영화제에서 제작한 필드에 관한 영화상영, 그리고 필드의 답사 등으로 진행됐다.

    영국 태생인 필드는 지난해 영화제가 끝난 직후 이사회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다. 알려진 사유는 네덜란드어를 못한다는 것. 그래서인지 네덜란드어를 화두로 삼은 그의 환송사는 신랄했다.

    3년 전 모릿츠 데 하델른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의 환송행사도 이에 못지않았다. 2000년 2월, 새로 조성한 베를린 신시가지에서 50주년 행사를 끝낸 직후 하델른은 연방정부와 시 이사회로부터 해임통보를 받았다. 그는 22년간 베를린영화제를 이끌면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지만 개?폐막행사 등 주요 행사에서 독일어 대신 영어와 프랑스어를 사용해 언론의 호된 비판을 받아왔었다. 일년 뒤 하델른은 제51회 영화제를 끝으로 화려하게 퇴장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선정한 영화 23편의 회고전, 고별 기자회견 등 그를 위한 환송행사는 다채로웠다.

    하델른의 '화려한 퇴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퇴출시키기는 했지만 1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명예롭게 물러나도록 배려하는 그들의 여유가 부럽기도 하다. 더욱이 비리와 비정(非情)이 가득한 우리 사회에서 '사오정' '오륙도' '이태백' 등의 신조어들이 유행하는 각박한 세태에 비춰 생의 한 장(章)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 것인지, 한 생을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명예롭게 끝마무리할 수 있을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 서울경제신문 200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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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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