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49 [칼럼니스트] 2004년 2월 28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구독신청/해지 | columnist.org |

직원 감성 키워야 회사도 큰다

눈이 쉬 피로하여 안과병원을 찾았더니 ‘안구 건조증’이라고 한다. 눈물이 적거나 눈물 층의 이상으로 안구가 건조하여 따끔거리고 뻑뻑해지는 현상이라며 ‘인공눈물’ 안약을 처방해 준다. 요즘 안구 건조증 환자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거나 겨울철 실내공기가 건조한 탓도 있지만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적은 것이 원인이란다.

감정이 메말랐다지만 감성(感性)을 자극하는 TV프로그램은 꾸준하게 인기를 끈다. 수요일 아침 혈육을 찾는 ‘그 사람이 보고싶다’는 피는 물 보다 진한 감동으로 주부들을 울린다. 금요일 저녁 은인이나 혈육의 만남을 주선하는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무뚝뚝한 남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토요일 저녁의 ‘느낌표!’는 오락프로다. 중앙아시아 고려인 이산가족의 상봉을 주선하는 ‘아시아! 아시아!’코너는 시청자를 울린다. 웃겨야 사는 오락 프로그램이 울려서 시청자를 사로잡는 아이러니가 재미와 감동을 더해 준다.

TV프로가 감성을 자극하여 시청자를 울리듯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직원들의 감성을 자극해 기업문화에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회사가 부쩍 늘었다. 직원들의 감성을 일깨우는 이벤트를 통해 잠재 능력을 개발하고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켜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직원들을 회사 인근 대형 서점으로 출근시켜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고르게 하고 책값을 지불하는 회사가 있다. 책을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읽고, 즐거운 마음으로 책 속에서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한 달에 한 번 전 직원이 모여 뮤지컬?오페라 등 공연을 관람하는 회사도 있다. 직원들은 문화생활의 여유를 누리며 메마른 감정을 충전시킬 수 있으니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격이다.

직원들의 감성충전을 위해 직원 가족들의 감성까지 챙기는 회사도 등장했다. 매달 ‘가족 감성여행’신청 희망자 가운데 몇 가족을 뽑아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여행경비를 지원한다. 부모님 생신을 맞아 고향을 찾거나, 모처럼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직원들에게 인기 짱이다. ‘가족의 감성이 충족되어야 가장도 힘을 얻는다’는 발상이 회사와 가정을 하나로 이어준다.

이 같은 감성프로그램들이 반짝 인기를 끌기 위한 일과성 이벤트나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감성경영이 지속적인 효과를 내려면 CEO와 임직원, 조직원 상호간에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 요즘처럼 불경기,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때일수록 감정의 공유에 따른 끈끈한 유대가 밑바탕에 깔려야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조직의 감성 에너지를 높이려면 CEO의 발상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전처럼 위압적인 권위나 카리스마로 리드하던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폭넓은 지식과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감성적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강한 의지로 자신을 철저히 다스리고, 겸손한 자세로 조직원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자세다.

그런 자세로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신뢰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고,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해줘야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열정을 다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감성경영 성공의 키 포인트다.

아무리 좋은 감성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업무효율을 높이는 제도와 시스템을 갖췄다해도, CEO가 구성원들을 독려하여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 흐지부지되고 만다. 열 마디의 말보다 행동으로 솔선수범 하는 자세를 보일 때 조직원들이 공감하고 따른다.

공감대 확산을 위해서는 꾸준하게 새로운 트렌드를 읽어내고 직원들과 끊임없이 감성코드를 맞춰나가야 한다. 회식이나 팀별 토론 등 직원들과 어울리는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현장을 찾아가 종업원을 격려하고,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듣거나 e-메일 등을 통해 CEO에게 직접 건의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의 길을 열어 놓아야 조직의 동맥경화현상을 막을 수 있다. 젊은 사원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조직의 여러 단계를 거치는 동안 평범한 기획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1세기는 지식(Knowledge) 못지 않게 감성(Emotion)을 중시하는 사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식사회로 갈수록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지식보다 감성이다. 고객감동은 기업경영의 궁극적 목표다. 직원들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CEO가 고객과 주주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직원들의 감성을 만족시키면 회사도 크기마련이다.

    - CEO Report 2004년 2월 26일

이규섭

여행작가·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http://columnist.org/kyoos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를 평가해 주십시오.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