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48 [칼럼니스트] 2004년 2월 2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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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펌’ 문화의 양면성과 링크의 역할

웹을 특성을 한 마디로 말하면, ‘링크’ 다. 멀티미디어 자료를 링크로 삽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이 매체와 다르고, 시간과 분량의 제약 없이 링크를 통해 더 풍부한 참조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텔레비전 같은 매체와도 다르다. 여러 제약으로 인해 지면이나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지 못한 더 많은 정보를 해당 웹 문서에서 제공하기도 한다.

만일 웹 문서가 신문이나 단행본 같은 오프라인 매체와 다를 바가 없다면, 독자들은 해당 문서를 힘들여 모니터로 읽어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웹 문서가 다른 매체의 문서와 뚜렷이 구별되는 또 한 가지 특징은 계속 갱신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펌’ 이라고 불리는 문서의 전체 인용이 인터넷 문화의 일부분이 됐다. 특정 매체를 거치지 않더라도 네티즌의 펌과 펌을 통해 정보를 전달, 교환하고 때로 재생산하는 것은 인터넷의 위력이며 효용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펌’이 웹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점이다. 본인의 웹사이트를 온통 펌 문서로만 가득 채우거나, 인용처(링크)를 밝히지 않거나, 때로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게시물인 양 버젓이 올리는 행위들을 ‘펌질’ 이라고 하는데, 모두 바람직하지 못하다.

얼마 전, 모 포털 사이트는 언론 매체에서 제공하는 기사 내용 전문을 회원 블로그에 퍼갈 수 있는 기능을 일방적으로 선보였다가 언론사의 항의를 받고서야 서비스를 중단한 일이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올린 게시물을 자신의 블로그에 그대로 담을 수 있는 펌 기능은 여전히 제공되고 있는데, 비록 펌을 막는 옵션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고 해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서비스이다.

게시물을 인용할 때는 펌 대신, 제목과 링크, 혹은 부분 인용과 링크만으로 충분하며 고유 주소가 없는 경우 해당 홈페이지 주소를 남기면 된다. 만일 문서 전체 내용을 따로 저장하여 보관하고 싶으면, 비공개 웹 문서에 담거나 자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보관하면 된다. 모 인터넷 신문의 경우 기사 내용에 외부 링크를 허용하지 않는다. 해당 사이트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함께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인데, 온라인 매체만이 가진 경쟁력을 스스로 버리고, 웹 문서를 보다 웹 문서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능을 원천봉쇄한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웹을 보다 웹답게 만드는 게 바로 링크인데 말이다.

블로그를 비롯하여 개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경우, 웹 문서는 문서 작성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언제라도 재편집되거나 보완될 수 있는 ‘현재완료진행형’ 이기 때문에 해당 내용 전체를 퍼 담고 마구 유포해서는 안된다. 웹 문서는 종이 문서와 다르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탈자가 발견되면 즉시 수정할 수 있고, 참조 링크 또한 계속 추가할 수 있다. 처음 썼던 거친 용어를 순화하여 제공할 수 있고, 적절하지 못했던 예시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유용한 링크들을 통해 가장 최신 정보를 해당 페이지에 직접 가서 보는 것은 글쓴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절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가장 유익할 것이다.

    - <한국일보> 오피니언 2004년 2월 9일

이강룡
readme[a]dreamwiz.com / 웹 문화 비평 readme.or.kr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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