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43 [칼럼니스트] 2004년 2월 1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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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터넷 개방의 충격과 반가움

북한 주민들이 16일부터 국제 인터넷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은 자못 충격적이다. 이 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2회 생일이라고 하니 의도적으로 날짜를 맞춘 것 같다. 어쨌든 인터넷에 목말라(?) 있는 북한동포들로 봐서는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국경 없는 인터넷이야말로 온갖 정보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매개체라는 점에서 과연 북한이 그런 인터넷의 특성이 몰고 올 거센 파도를 어떻게 감당해 낼지 궁금해진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1999년에 인터넷서비스가 시작돼 당이나 정부, 군부대의 간부 등 일부 제한된 사람들만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반 주민들은 인민대 학습당과 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 등 북한 내부 인트라넷 접속만 허용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신문보도를 보면 북한 관련사이트는 조선중앙통신 등 20여개이며,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 등 대부분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2002년 11월 전국 컴퓨터망을 갖추었으며, 지난해부터 조선컴퓨터센터(KCC)가 독일회사와 국제 인터넷 서비스 협약을 체결하고 서비스 확충 작업을 벌여 국제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하게 됐다고 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북한의 사이트로는 조선복권합영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도박사이트 이다. 지난 달 5일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의 홈페이지 게시판인 「할 말이 있어요」라는 코너에 북한의 이 사이트관계자가 항의문을 게재하면서 알려졌다. 남한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북한측이 글을 올린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었다.

북한의 인터넷 개방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대남공작 확대의 우려도 없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을 개방체제로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북한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지배계급들이 남한의 적화공작차원에서 이용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제한만 걷혀진다면, 남북한 상호간 의사소통의 장이 열릴 것이다. 아무리 금강산 관광, 경의선 및 동해선의 철도가 연결되고 남북경협이 진척된다지만, 문화와 사회 체험의 공간이 제약받고 있지 않은가. 남북 당사자들과 당국자들은 이제 「인터넷 핫라인」도 건설하자.”

“몇 명이나 이용할 수 있을까요. 어차피 상부에 있는 쓰레기 같은 사람들을 위한 인터넷이겠지요. 굶주리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일을 할 것이지, 자기생일이라고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 위대한 일인가요.”

북한으로부터 날아든 이 같은 소식을 듣고 보니 지난해 미국에서 발간된 격월간지 「포린 폴리시」(3∼4월호)에 게재된 내용이 생각난다. 이 잡지는 “중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권위주의 정권들이 인터넷 정보통신기술(ICT)을 효율적인 통치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쿠바와 미얀마가 닷컴 대열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권위주의 2.0 버전」이 등장했다"고 비꼬았다.

이런 주장은 권위주의 정권이 정보기술(IT)을 통한 경제개발에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민주주의와 반체제 운동을 고무하는 불온한 정보는 사전검열을 통해 인터넷에서 철저히 걸러내고 있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의 '멀티미디어 수퍼 회랑(MSC)'계획이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5백억링기트(약 18조원)를 들여 건설 중인 IT 신도시 「사이버 자야」'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인터넷 사용이 무제한이지만 자국민에게는 엄격한 검열제가 실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도 전자정부의 일환으로 정부입찰을 인터넷을 통해 개방하고 가정상담에서 최신 건강정보까지 제공하지만, 모든 중국어 콘텐츠는 당국의 검열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뉴욕 타임스나 CNN방송 같은 외국 언론조차 유해 사이트로 분류해 접속을 차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싱가포르의 「e시티즌 프로그램」도 사이트의 성격에 따라 접속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별을 두고 있다. 이집트의 중앙정부 웹사이트도 5백여개의 정부관청을 네트워크화해 행정서비스에 활용하면서도 정부와 집권당을 비판하는 민간 사이트는 즉각 폐쇄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결국은 인터넷이 독재수단에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 「포린 폴리시」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북한도 겉으로는 개방(?)을 내세우면서 내심으로는 주민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갖게 된다.

그러나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샨티 칼라틸 연구원은 “인터넷이 이들 나라에서 독재자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치자유화의 숨은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옳은 판단이다. 인터넷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성이 「정보의 공유」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일시적으로는 통제가 가능할지 몰라도 궁극에 가서는 통제의 벽이 정보의 밀물을 견디지 못하고 허물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북한주민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 세계의 참모습은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고, 우리 남한주민과의 간극도 크게 좁혀질 것이다. 북한당국의 조치가 어떤 의도에서 비롯됐는지는 몰라도, 그것이 「인터넷 개방」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넘어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 200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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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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