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42 [칼럼니스트] 2004년 2월 1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구독신청/해지 | columnist.org |
■ 맛따라 길따라(7) / 대관령 삼양목장
그림 같은 풍경…환상의 은세계

    대관령은 해발 고도 832m의 백두대간 고원이다. 황병산과 선자령, 발왕산에 둘러싸인 분지이며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서리가 내리는 지역이자 적설량도 가장 많은 곳이다. 대관령 삼양목장의 설경은 겨울여행의 백미다. 환상의 은세계는 그림 엽서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목장의 넓이는 600만평.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다. 그 가운데 초지는 450만평. 목장 내 임도를 모두 합하면 120㎞. 한바퀴 도는 주도로만도 22㎞나 된다.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2리에 위치한 삼양목장이 간판을 내건 것은 1971년. 삼양식품이 국유지를 제외한 목장지대를 사들여 가꿨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낙농업은 쇠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때 3,000마리가 넘었던 목장의 젖소도 현재 600마리로 줄었다. 일반인에 대한 개방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2년 8월15일 (주)해피그린이 임대하여 목장을 개방했지만 개방 1주일만에 태풍 ‘루사’의 피해로 여행객을 들이지 못했다. 2000년에도 목장을 잠깐 개방했지만 구제역 파동으로 문을 닫아걸었다.

    봄, 여름의 드넓은 초원과 겨울 설경이 아름다운 삼양목장은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무대로 카메라만 들이대면 어느 곳이든 ‘그림’이 된다. 장동건?원빈 주연의 ‘태극기 휘날리며’, 유호성의 ‘별’, 비의 ‘바람의 파이터’, 한석규의 ‘이중간첩’, 이병헌의 ‘중독’, 차태현의 ‘연애소설’…. 특히 드라마 ‘가을 동화’가 대만과 동남아에 수출되면서 삼양목장을 인기 여행코스로 만들었다.

    매표소에서 조금 올라가면 광장이 나온다. 매장과 찻집이 있는 광장에는 소달구지와 개가 끄는 눈썰매가 있고, 플라스틱 눈썰매를 대여해준다. 삼양목장은 크게 1단지와 2단지, 전망대 등 세 부분으로 나뉜다. 광장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1단지로 통하고 왼편으로 가면 2단지로 가게 된다.

    일반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1단지 우사를 지나 전망대로 오르는 코스. ‘가을동화’로 유명해진 ‘은서나무’와 ‘준서나무’가 들머리에 있다. 그냥 스쳐 지나칠 만큼 별 특징이 없는 나무지만 드라마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조금 더 오르면 약간 경사가 진 중동에 이른다. 끝없이 이어진 자연 눈썰매장이다. 플라스틱 눈썰매를 빌려 탈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료포대 썰매를 타며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오른쪽에 영화 ‘연애소설’에 등장했던 ‘차태현 나무’가 있다. 요즘 삼양목장 여행자들이 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 명물이다. 중동을 지나면 해발 1.165m 지점에 동해와 강릉시를 바라볼 수 있는 동해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리면 길을 알아볼 수가 없어 한겨울에는 오르기가 어렵다.

    2단지는 천혜의 목장지대로 드넓은 설경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초입에 들어서면 얼음으로 지어놓은 이글루에 에스키모인이 되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 조금 더 오르면 은서와 준서가 밀월여행을 떠났던 별장이 그림처럼 나타난다. 드라마 ‘야인시대’와 ‘임꺽정’, 영화 ‘중독’이 2단지 오르는 길목에서 촬영되었다.

    너무 많은 눈이 쌓여 길이 미끄럽고 오르기 힘들지만 가도가도 끝이 없는 순백의 설원이 펼쳐져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산짐승의 발자국조차 없는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에서 연인들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뒹굴며 사진을 찍는다. 옥양목처럼 하얗고 파르스름한 눈을 두 손으로 떠먹는 사람이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눈은 깨끗하다.

    낙엽을 모두 떨군 나무는 눈밭에 피뢰침처럼 꽂혀있다. 눈에 눌려 가지가 축 처진 전나무는 멋진 설화를 피웠다. 동해에서 심술처럼 불어오는 바람만이 나뭇가지 위에 쌓인 눈을 툭툭 쳐낸다. 대형 불도저가 오솔길 양쪽에 밀어놓은 눈 더미가 키를 넘어 마치 눈 속을 걷는 느낌이다. 삼라만상이 눈 속에 잠기고 번잡했던 일상은 눈으로 표백된다.

    주변 관광지로는 설원을 가르는 용평리조트가 있고, 횡계 황태덕장에서는 명태가 황태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차항리로 가면 대형 자연눈썰매장, 수하리에서 송천을 따라 남쪽으로 가면 도암댐이 여행객을 반긴다.

    #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IC를 나와 용평리조트 쪽으로 좌회전한다. 고가 아래 갈림길에서 횡계읍쪽(직진)으로 빠지면 횡계읍 로터리를 지나 하천이 있는 3거리가 나온다. 좌회전해 계속 가다보면 다시 3거리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 길로 7㎞ 정도 달리면 삼양목장이다. 목장 입장료 5,000원. (033)336-0885

    # 먹거리

    목장 안에 식당이 한 곳 있다. 황태구이정식, 황태찜, 오삼불고기 등을 맛볼 수 있다. 횡계리에서는 황태요리를 맛봐야 한다. 송천회관(033-335-5942))의 황태요리가 이 일대에서는 제법 유명하다. 구이와 황태해장국, 황태찜 등을 잘한다. 황태찜 2만5천원, 황태구이(사진) 7,000원, 황태해장국 5,000원. 동해에서 잡아올린 오징어를 고추장 양념에 무쳐 구워먹는 오징어 불고기도 입맛을 돋워준다. 7,000원. 오징어에 삼겹살을 넣는 오삼불고기도 7,000원. 횡계 로터리 옆 2층 건물의 납작식당(033-335-5477)도 오징어 불고기가 유명하다. 납작식당 오징어 불고기는 송천회관 것보다 약간 단맛이 난다.

    # 숙박

    삼양목장 안에 연수원을 개조해 만든 숙소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일반형 6만~8만원, 고급형 13만원. 콘도형은 방 2개에 취사시설을 갖췄다. 주말 20만원선. 은서와 준서가 머물던 다락방이 있는 별장에서 하룻밤을 묶을 수도 있다. 17만원.(033-336-0885)

    - <승강기안전관리원 1,2월호> (2004년)

이규섭

여행작가·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http://columnist.org/kyoos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를 평가해 주십시오.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