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41 [칼럼니스트] 2004년 2월 18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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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인구 3천만시대를 맞으면서

우리나라의 인터넷인구가 머지않아 3천만명을 넘어선다는 소식이다. 1994년 6월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시작했을 때 겨우 13만8천명에 지나지 않던 것이 꼭 10년 사이에 무려 2백17배나 늘어나게 됐으니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고 하겠다.

최근 정보통신부가 펴낸 「2003년 하반기 정보화 실태 보고서」는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인구가 2천9백22만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는 만 6세 이상, 월 1회 이상 사용자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인구 10명 중 6.5명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셈이다.

이 같은 증가추세라면 오는 5∼6월쯤에는 3천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것이 정통부의 전망이다. 정부가 2007년엔 인터넷인구를 국민의 90% 수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라는 소식 또한 반갑다. 인터넷 이용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정보화수준이 높아졌고, 따라서 우리나라가 정보화면에서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의미도 된다.

인터넷인구나 이용률 두 가지 면을 모두 따져 볼 때 우리나라는 인터넷선진국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살펴보아야 한다. 과연 우리는 "그 동안 인터넷을 아주 적절하게 사용했으며, 인터넷문화를 올바로 가꾸었는가"라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인터넷은 현실공간에서 할 수 있는 웬만한 일들을 실체를 볼 수 없는 사이버공간에서도 가능하게 해준다. 그런 인터넷이 우리에게 여러 가지 긍정적인 성과를 안겨주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반면에 그 역기능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람이 직접 오고갈 필요가 없는 전자상거래, 재택근무, 전자우편, 인터넷투표, 사이버 교육, 인터넷 뱅킹, 사이버주식거래, 홈쇼핑, 뉴스읽기 등은 인터넷의 정기능에 해당된다. 이밖에 유권자들의 참여기회가 높아진 정치권의 e폴리틱스을 비롯해 사이버머니, 전자책(e-book), 인터넷빌링, 전자오락, 네티즌파워 등 가만히 살펴보면 인터넷을 긍정적인 측면은 수없이 많다.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시작했던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인류의 미래는 인터넷 덕분에 장밋빛이 될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햇살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인터넷으로 안 되는 것이 없고 못할 것이 없는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그 역작용도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로 되어가고 있다. 이래도 두었다가는 인류의 미래가 잿빛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요즘 들어 접하고 있는 몇 가지 소식만 들어봐도 이 같은 부정적인 사례는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부산의 어느 대학 법대 4학년생인 김모씨(25)는 인터넷이 「해결사」라는 카페를 차려놓고 한 고교생으로부터 "아버지와 계모를 살해해 달라"는 부탁과 정모씨(22·여)로부터 "배신한 옛애인의 부인을 살해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살인을 모의하다가 지난 11일 경찰에 검거됐다.

자살사이트도 많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사이트들은 자살예방을 위한 것으로 가장한 뒤 방문객들에게 자살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자살에 필요한 약물까지 팔고 있다. 이런 사이트를 통해 동반자살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밖에 인터넷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부작용이 너무나 많다. 게임이나 도박 등에 탐닉하거나, 사이버섹스로 정신상태가 황폐화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채팅에 빠진 가정주부가 이혼을 당하기도 한다. 인터넷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넷치기」라고도 불리는 사기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개인정보유출 또한 보통 문제가 아니다. 요즘 세상을 살아가려면 주민등록이나 신용카드 등을 발급 받거나 인터넷사이트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반드시 자신의 신상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개인정보가 다른 사람이나 사이트, 단체 등으로 유출돼 엉뚱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브라더」가 곧 나타나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감독하고 제 마음대로 통제하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혹시 빅브라더 보다 더 강한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있지 않나 하는 걱정도 해본다.

이밖에 해킹, 컴퓨터바이러 유포, 외계어사용, 사이버도박, 사이버섹스, 세대간·지역간 디지털 격차, 쓰레기메일, 사이버윤리문제, 외설적인 성인인터넷방송 등을 인터넷의 역기능으로 들 수 있다. 심지어 인터넷으로 고해성사하는 사이트까지 생겨나 로마교황청을 당혹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금 언론과 인터넷에서 탤런트 이승연씨와 네티앙엔터테인먼트가 3월 공개를 예정으로 추진하고 있는 「종군위안부」를 테마로 한 누드영상물에 대해 벌어지고 있는 뜨거운 논란도 인터넷과 관련이 있다.

이 영상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모욕감과 수치심을 주는 상업주의 행태라는 점에서 비난을 사고 있다. 더군다나 제작이 완료되면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유료서비스할 계획이라고 한다. 네티즌들을 겨냥하여 만든 파렴치한 상품으로 떼돈을 벌겠다는 마음보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빨리빨리의 정신」으로 국가와 국민의 정보화를 앞당기는 데만 힘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참된 인터넷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좌우는 물론 뒤까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외형만 키우는데서 벗어나 속을 채워야 진정한 정보선진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앞에 쌓여있는 숙제는 너무 많고 크다. 끊이지 않는 인터넷사기사건, 함부로 유출되는 개인신상정보, 치유하기 힘든 사이버중독자의 증가, 포르노사이트의 창궐, 저질의 게시판문화 등등…. 인터넷인구가 3천만명 돌파하는 시기는 인터넷의 이러한 갖가지 부작용들을 최소화시키는 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 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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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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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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