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40 [칼럼니스트] 2004년 2월 1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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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이야기하자

    지난해 연말 중국 상하이(上海)를 둘러보면서 눈부신 발전에 충격을 받았다. 특히 푸동(浦東)지구의 빌딩 숲은 뉴욕의 마천루를 연상케 한다. TV 송신탑 겸 관광타워인 동방명주(東方明珠.높이 468m)탑은 말 그대로 ‘동방을 밝히는 진주’로 상하이의 상징이 됐다.

    상하이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상업 중심지 난징로에는 활력이 넘친다. 거리의 교통은 무질서해 보이지만 일터로 향하는 아침거리 풍경은 역동적이다. 한 손에 자전거 핸들을 잡고 한 손으로 빵을 먹으며 출근하는 모습은 생동감이 넘친다.

    1998년에 완공된 88층(468m) 진마오(金茂)빌딩이 위용을 뽐낼 뿐 아니라, 2010년 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해 진마오 빌딩 뒤쪽에 104층과 107층짜리 건물도 착공했다니 놀라울 수밖에 없다. 도심 스카이라인 위에 솟은 타워크레인은 푸동지역 건설과 개발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은 외국자본의 유치를 위해 토지를 70년간 무상 대여하는 조건으로 외국인에게 건설을 허가해주며 유인정책을 펴고 있다. 세계적 다국적 기업들이 앞다투어 아시아?중국 본사를 상하이로 결정하여 세계 일류 제품의 각축장이 된지 오래다. 거대한 소비시장과 생산기지를 한꺼번에 끼고 있는 도시라는 점이 상하이의 매력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상하이를 중국의 밖으로 뻗어 가는 출구이자, 중국으로 들어가는 길목으로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은 올해 두 자릿수 성장으로 아시아의 용에서 세계의 용으로 승천을 꿈꾸고 있지만, 우리나라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대에 그쳐 아시아의 네 마리용에서 이무기로 퇴행하고 있다는 자괴감을 지을 수 없다. 한국을 동북아 허브로 만들겠다고 목청만 높이고 ‘소득 2만불시대’를 열겠다고 구호만 외치는 꼴이니 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언제 추월 당할 것인가’라는 우려조차 낡았을 정도로 중국의 변화는 우리에게 두려움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불안한 현실과 암담한 미래를 걱정하며 무력감에 빠져 있을 수는 없다. 다시 떨치고 일어나야 한다. 우리국민에겐 한강의 기적과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저력과 에너지가 있다.

    올해의 화두(話頭)가 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고, 나라의 역량을 경제로 모아야 한다. 가난의 굴레에서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에게도 사랑과 희망의 손길을 잡아주자. 부실하기 짝이 없는 사회안전망 구축과 민생안정에 온힘을 쏟아야 할 때다.

    주변국가들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데, 갈등과 반목과 불신으로 허송세월을 보내다간 이대로 주저앉고 만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초보적인 자유무역협정 하나 맺지 못하고 어떻게 세계화를 말할 수 있는가. 이익집단에 발목이 잡혀 우물쭈물하다간 국제사회에서 왕따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냉혹한 국제질서다. 국익과 명분이 우선돼야 한다. 세계로 향해 문을 열고 다시 뛰자. 우리 국민의 두뇌는 세계가 인정할 정도로 우수하다. 용암처럼 분출할 잠재력도 있다. 도전만이 살길임을 명심하고 이제는 희망을 이야기할 때다.

    - 포스콘 1,2월호(2004년)

이규섭

여행작가·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http://columnist.org/kyo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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