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39 칼럼니스트 2004년 2월 1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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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의 품위

    신문사마다 인터넷판 신문을 낸다. 독자의 반향을 즉각 볼 수 있다는 것이 인터넷 신문이 종이 신문하고 크게 다른 점이다. 독자가 기사나 논설에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 비난하는 글을 바로바로 올릴 수 있다. 거기 오르는 이른바 ‘댓글’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신문사 종사자들의 참을성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기사나 논설이 마음에 맞지 않으면, 그 필자를 독자들은 사기꾼이나 무식자로 매도해도 된다. ‘놈’이나 ‘넘’이라고 부르는 것은 예사다. ‘쓰레기’ 정도도 괜찮은 대접이다. 욕설 범벅이 된 글들이 하고한 날 여기저기 실린다. 저급한 표현에 대한 관용은 무제한이다. 토론은 없고 혐오스러운 비방이 넘쳐나는데도, ‘독자’라는 이름으로 폭한들이 벌이는 놀이마당을 신문사들은 없애지 않고 있다. 이 점에서 본다면 한국 신문들처럼 독자들에게 ‘열린’ 신문은 아마 지구상에서 흔치 않을 것이다. 독자들의 발언을 어떤 식으로든 제한하면 그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 예상된다.

    저속한 ‘댓글’은 읽는 사람을 짜증스럽게 한다. 어린 세대가 자라면서 이런 것들을 하도 많이 보다 보면 너절한 것에 둔감해질 것이다. 양방향 커뮤니케이션도 좋고, 독자 피드백 반영도 좋지만, 요즘의 어지럽기 짝이 없는 ‘댓글’ 풍토는 바로잡아야 한다. 비속어는 자동적으로 걸러 버리거나 딴 글자들로 덮어 버리는 프로그램의 설치를 생각할 만하다.

    모처럼 누구나 자기 의견을 자유로이 발표할 마당이 주어졌는데도, 이를 선용하지 않고 악용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이들에게까지 자유를 보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댓글을 실명으로만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익명으로 해야 밝혀질 수 있는 일들도 세상에는 많기 때문이다. 보호되어야 할 것은 ‘다른’ 의견이지 ‘비열한’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 벼룩시장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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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칼럼니스트,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http://columnist.org/par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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