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38 칼럼니스트 2004년 2월 1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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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 하느님이 보우하사...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이 2월 13일 국회에서 찬성 155명, 반대 50명, 기권 7명으로 통과됐다. 이라크 북부에 주둔한 미국 173 공정여단이 2004년 4월 말에 철수하므로 그들과 대체시키기 위해 약 3600명(서희, 제마부대 포함)의 국군을 보내는 것이다.

2002년도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5880억원이었다. 매년 몇 %씩 추가하여 이런 금액을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대가로 준다. 그런데 그들 대신 이라크에 가서 싸우는 이번 파병에 드는 1년 간 약 2300억원의 경비도 한국이 쓴다. 아무리 약소국이든 식민지든 어처구니 없는 계산이다.

거기다 이라크 재건을 위해 2003년에 740억원, 이후 4년 간 2400억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2002년도에 미국으로부터 F-15K 전투기 도입에 5조3500억원, 이지스 구축함 3척의 전투 체계 장비 도입에 1조2000억원이란 천문학적인 돈을 지출했다. 이런 모든 돈을 혈세로 충당하니 서민들이 생활에 쪼들리지 않을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이 반미(反美)를 주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은 벌어질 때부터, 미국이 앞으로 98년간 수입할 원유량과 맞먹는 약 1천1백20억 배럴의 매장 원유를 차지하기 위한 더럽고 비열한 침략이란 것이 세계의 여론이었다. 현재는 이 여론이 전쟁의 목적임을 미국 스스로 거침 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 뚜렷한 예가, 2003년 12월 미국 상원 본회의에서 이라크 전후 처리를 위해 행정부가 낸 세출 법안 가운데 이라크 재건 지원비로 203억달러를 책정한 것이며, 그 가운데 절반인 100억달러에 대해서는 장차 이라크의 석유 수출 수입으로 변제하는 것을 의무로 한 법안을 가결한 것이다. 이 의미는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지 영토로 간주하기 때문에 재건 지원비를 그들 예산에서 지출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 영토의 석유를 그들 맘대로 처분한다는 것이다.

2003년 12월 미국 부시가, 이라크에 병력을 보낸 국가들만 180억달러 규모의 26개 재건 사업 입찰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말하자, ‘이라크 특수가 온다’며 현대건설, KT, 대우중공업 등 9개 대기업이 여기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한국 정부가 이라크에게서 받을 채권 5470만달러(653억원),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의 민간 채권 17억2천만달러(2조547억원)를 이라크에 파병함으로써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이 바로 정부나 일부 언론이 말하는 ‘국익’이며, 추가파병 동의안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의 찬성 이유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이런 국익은 위와 같은 대기업들의 등치만을 더욱 키워 줄 뿐이며, 서민들의 생계와는 관계 없고 부익부 빈익빈만을 심화시킨다는 것이 지금까지 한국 경제의 진행이었다.

그런데 이런 국익도 현재로서는 불확실한 것이다. 미국 내의 드세지는 반전 여론이나, 금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여론 조사도 부시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더구나 이라크의 석유 생산 시설을 정상화하는 데만도 10년 이상 걸린다는 등 어느 세월에 미국이 석유로 경제적 이득을 볼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민주당 후보 케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이라크에서 미국이 손을 뗄 가능성마저 있다. 이런 마당에 이라크에서의 실속은 미국이 먼저 챙기지, 파병했다 하여 한국을 우선으로 대접할 것이란 생각은, 시대를 꿰뚫은 잠언 ‘믿지 말자 미국놈’의 덫에 걸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파병은 헌법 5조 ‘대한민국은 국제 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국가의 기본 성격에 어긋난다.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것은, 외부로부터 한국 영토에 들어오는 적만을 저지하고 격퇴한다는 의미다. 즉 영토 확장을 위한 전쟁은 물론 이권 획득, 채권 확보 등을 위한 군사적 행동을 한국 영토 밖에서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건국 후 9차례나 고쳐 누더기가 된 헌법이지만, 거기에 담긴 이념과 어긋나는 사항이,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된다면 국가가 국가로서 존재할 정당성을 잃는다.

지금까지 쓴 내용이 모두 틀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월 200-300만원이라는 수당에 현혹되어 자의로 갔든 아니면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파병되었든, 이라크에서 희생되는 병사의 부모 심정은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진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이 가볍게 취급되는 국가, 이제 "하느님이 보우하사"는 끝장인가?

- 2004.02.14

홍 순 훈

아하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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