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27 칼럼니스트 2004년 1월 2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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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인적자원국'(9.끝)
새 편제의 시작

국가가 있으면 그 조직을 운영하는 권력이 있다. 이 권력의 속성은 생명 있는 유기체와 같아, 국민을 끊임 없이 ‘편제’(編制)하며 성장한다. 편제에 의해 생산성이 높아지며, 이로 말미암아 쌓여지는 국가의 부를 권력에 가까운 자들에게 몰아주는 ‘편향’(偏向) 또한 그 속성이다. 온 백성은 물론 풀 한포기까지 왕의 것이라는 왕토(王土) 개념이 편제와 편향의 결과며, 한반도 2천년 국사가 이 속성의 기록이다.

1천 2-3백년 전에 쓰여진 신라 장적(帳籍)이 있다. 국가의 생산 기본 단위인 촌(村)에서, 남자, 여자, 연령에 따라 인적자원[口]을 6등급으로 구분하고, 이 자원의 강약에 따라 가족[戶]을 9등급으로 나누고, 이 등급에 맞춰 관청, 촌주 등에게 딸린 토지를 경작케 하였다. 이같은 편제는 인적자원에는 물론, 소, 말, 뽕나무, 호두나무 등 물적자원에도 적용되어 3년마다 한번씩 통계를 내어 권력이 관리하였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국민의 기본 역량 강화‘라는 정책에서, ’현재 9개 직종 대분류로만 실시되는 노동력 수급 전망을, 419개 세부 직업별로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 모형을 개발’한다고 하였다. 이것이 ‘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의 첫번째 추진 항목이다.

1960년대부터 정부가 만들어 사용하는 ‘한국표준직업분류’가 있다. 2000년 3월 이 직업 분류를 개정 고시했는데, ‘직무(수행된 일의 형태)를 기본으로 하여 직능(직무 수행 능력)을 근거로 편제‘했다고 한다. 개정된 직업의 대분류는 다음과 같다.


 0. 의회의원, 고위임직원 및 관리자
 1. 전문가                         2. 기술공 및 준전문가
 3. 사무 종사자                    4. 서비스 종사자
 5. 판매 종사자                    6. 농업, 임업 및 어업숙련 종사자
 7. 기능원 및 조립 종사자          8. 장치, 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
 9. 단순노무 종사자                A. 군인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9개 직종 대분류’는, <1. 전문가>에서부터 <9. 단순노무 종사자>까지다. 이 9개 직종을 4백여 가지 직업으로 세분하여 ‘인력 수급 전망 모형’ 즉 인적자원 개발의 모형을 만든다는 것이다. 누가 판단하든, 이 모형의 구성은 ‘편제’란 면에서 신라장적과 본질적으로 같다. 그리고 이 모형의 실행에 동원하는 것이, 앞의 칼럼난에서 쓴 바와 같이, 인적자원 자료를 계속 입력시키는 NEIS다. 이 NEIS란 고유명칭은 정부가 언제든지 바꿀 수 있으며, ‘한국 장적’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위의 <0 순위>인 ‘의회의원, 고위임직원 및 관리자’가 2000년 개정 이전에는 직업 분류 <1 순위>였다. 인적자원 개발 이전까지는 이들도 직업인이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 정의를 다음과 같이 새롭게 했다. <0 순위>는 ‘법률과 규칙을 제정하고, 정부를 대표, 대리하며, 정부 및 특수 이익단체의 정책을 결정하고 이에 대해 지휘, 조언한다. 또한 정부, 기업, 단체 또는 그 내부 부서의 정책과 활동을 기획, 지휘 및 조정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대분류의 범위를 정하는 직무 능력에 관한 사항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 칼럼에서 8회에 걸쳐 ‘인적자원 개발’에 대해 썼다. 지금껏 그 개발의 대상을 ‘어린이와 노인을 제외한 전국민’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표현은 번잡을 피해 그런 것이며, 엄밀하게 쓰면 그 ‘전국민’에서 과 <0 순위>인 국민도 ‘직업 대분류의 범위’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제외돼야 한다. <0 순위>는 인적자원도 아니며 따라서 개발 대상도 아닌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인적자원 개발을, 국가, 정부, 교육인적자원부 또는 권력을 주격으로, 그들이 어떻게 한다 라고 막연히 표현했었다. 그런데 그 주격을 인격체로 분명히 드러내 보면, 직업 대분류의 <0 순위> 사람들이다. 위에 정의했듯, 이들은 정부 및 단체의 고위층과 기업의 경영주들로 보통들 말하는 사회 지도층인데, 이들이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주체다. 이 <0 순위>의 신분을 신라장적에 대비해 보면, 촌에서 인적자원으로 편제가 될 수 없는, 왕의 피를 이어받은 성골이나 진골 또는 서울인 경주에서 가무음곡이나 즐기던 귀족들이다.

1950년 6.25 사변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물적자원도 거의 파괴됐다. 그 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국민은 말 그대로 죽기 살기로 일했다. 국가에 부가 쌓인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권력의 편향 속성에 의해, 지금 한국 부의 절반 이상을 10 % 미만의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 이 형상은 귀족, 양반 지배 체재였던 과거의 왕조와 다를 바 없는 경제 구조다.

이쯤 되면, 권력은 새로운 편제를 시작하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그 행위의 한 표출이 교육을 빙자한 인적자원 개발과 NEIS며, 그 진행 방향은 6.25 사변으로 물적자원이 소멸되면서 와해됐던 신분 또는 계급을 되살리는 쪽이다. 대한인적자원국 바람인가, 갑신년 정초의 추위가 매섭다. (끝)

- 2004.01.23

홍 순 훈

아하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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