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26 칼럼니스트 2004년 1월 24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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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인적자원국'(8)
목적 아닌 목적

인적자원 개발의 목적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경쟁력 강화’다(개발기본법 1조). ‘국민의 삶’은, 연재한 이 칼럼 (3)에서 쓴 대로, 교육의 목적인 ‘인간의 삶’과는 다르다. 결국, 국민 총동원 정책이 언제나 그래 왔듯, 인적자원 개발 역시 그 빠지는 골은 국가다.

그런데 새로 등장한 ‘국가 경쟁력’에 대한 정의나 구체적인 설명이 법, 정책 어디에도 없다. 어린이와 노인을 뺀 전국민의 능력과 품성을 양성, 배분, 활용하겠다는 거국적인 목적 치고는, 뜬구름 잡는 그래서 중구난방이 될 수밖에 없는 문구다.

경제 용어로서의 ‘국가 경쟁력’은 1987년 스위스의 IMD란 경제 단체의 연구에서 비롯됐다. 현재는 헤리티지 재단, 월스트리트 저널, 산업정책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등 여러 민간 또는 관변 단체에서, 경제 활동에 필요한 각가지 요소들을 선택하여 자기들 나름의 모델을 만들고, 그것을 수치로 환산하여 각국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언론에 발표되는 것을 보면, 경쟁력의 국가 순위가 단체마다 들쭉날쭉이다. 그만큼 모델의 요소가 복잡하며 계산 방식이 서로 다르며 따라서 그 내용이 정확치 않다는 얘기다. 물론 이 요소에는, 법에서 오로지 다루는 사람이란 인적자원뿐만 아니고, 물적자원과 함께 경제 활동의 인프라 즉 경제 자유도, 관료들의 청렴도 등도 포함된다.

‘국가 경쟁력’을 경제 용어가 아닌 낱말 그대로 뜻풀이한다면, 각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국가란 조직 자체의 경쟁력이다. 예를 들면, 세금으로 살아가는 중앙 및 지방 공무원 수가 50만명인지 1백만명인지 정확한 통계조차 어디서도 찾지 못할 정도며, 교육인적자원부만 해도 공조직인지 사설 단체인지 감조차 쉽게 잡을 수 없는 ‘원(院)’, ‘단(團)’, ‘회(會)’, ‘센터’ 등이 난립돼 있는 이런 역피라미드형의 통치 조직을 개혁, 정비하는 것이 다른 국가에 대한 한국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뜻이다.

어쨌든 법에 쓴 국가 경쟁력이 무엇을 말하는지 추측해 볼 수 있는 보도가 2003년 6월에 있었다.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2008년까지 5년 동안 이공계열과 사회계열 학사, 석사, 박사급 중국 전문가 2만2천명을 중국 각 지역의 거점별로 양성할 방안이라고,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것이다. 기업과 합작하여 양성 비용을 지원할 것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 발표는, 국가가 기업과 함께 인적자원을 양성, 활용하는 방안일 것이다. 그런데 이 내용은, 개인의 직업 선택을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며, 기업의 조직과 경영에 국가가 관여하는 것으로, 헌법에 명시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는 자본주의 경제 정책에 어긋난다. 그 반면에 인적, 물적 자원을 국가가 관리하는 사회주의 정책과 닮았다.

위 발표가 헌법과 자본주의 경제 정책에 어긋났다는 것은 여기서 쓸 필요가 없다. 초점은 국가 경쟁력인데, 현재 사회주의 제도에 모순이 드러나 그들 스스로가, 개인의 생산력과 창의성을 장려하는 자본주의 형태를 도입하는 등 경제 정책을 수정했다. 이 수정의 의미는 사회주의 제도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국가 경쟁력이 없다는 뜻이다. 이럼에도 중국 전문가 양성과 같은 획일성을 띤 사회주의 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국가 경쟁력 강화에 오히려 역행하는 것이며 인적자원 개발의 목적도 될 수 없다. 법에 정한 목적과 그 실행이 따로따로 노는 꼴이다.

글 줄기에서 빗나가지만, 위의 교육인적자원부 발표에서 ‘동북아(東北亞) 경제 중심국가’란 표현도 이상한 것이다. 요즘 이런 말을 관료나 학자들이 유행처럼 쓰는데, ‘동북아’는 중국의 위치에서 볼 때 그런 방위가 된다. 한국, 북한 그리고 중국의 만주 즉 동북 3성(省)과 러시아의 동쪽 영토가 그 곳에 해당될 것이다. 일본은 동아시아다. 그리고 중국 본토에서는 만주를 후진 지역으로 보고, 러시아에서도 태평양 연안을 원동(遠東: 달늬이 보스톡)이라 하여 얕잡아보는 의미마저 있다. 이런 동북아시아에서 중심국가고 뭐고 할 것이 없는 것이다. 굳이 표현하겠다면, ‘아시아 중심국가’다. (계속)

- 2004.01.23

홍 순 훈

아하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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