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24 [칼럼니스트] 2004년 1월 2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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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은 생존전략

    “만약 당신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 갈피를 못 잡고 삶에 갑갑함을 느끼고 있다면 우선 ‘아침형 인간’이 되어 보라. 이른 아침 상쾌한 시간에 ‘다짐’하는 시간을 가져라.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 속에 하루의 결의를 새롭게 새겨 보라. 일찍 일어나기는 목표를 세울 수 있는 창조력과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력을 준다.”

    일본 ‘일찍 일어나기 심신의학연구소’ 소장 사이쇼 히로시는 ‘아침형 인간 성공기’를 통해 아침을 지배하는 사람이 인생을 지배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간의 두뇌가 가장 명석해지는 시각은 오전 6시부터 8시까지라면서 이 시간의 집중력이나 판단력은 낮 시간의 3배라는 것이다. 아침형 인간이 되려면 아침에 할 일을 만들고, 밤 11시에 꼭 잠자리에 들기를 권한다. 아무리 밤이 즐거워도 아침과 바꾸지 말라고 당부한다.

    야행성 생활에 젖어들면 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만성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려 무기력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게임이나 채팅, 컴퓨터나 텔레비전 등에 빠져들어 밤을 새우고 늦잠을 자는 이들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아침형 인간이 있으면 저녁형 인간도 있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이 있다면 땅거미가 질 무렵 날개를 펴는 ‘올빼미형’도 있는 법이다. 아침형 인간이 성취형이라면 저녁형 인간은 자유형이다. 일반적으로 아침형 인간은 직장인들이 많고, 저녁형 인간은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인들이 많은 편이다.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밤낮이 바뀐 채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동대문이나 남대문의 옷 도매상들은 밤낮을 바꿔 산다. 산업현장에서 3교대 근무를 하는 야간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야근을 하는 기자들을 비롯해 퇴근시간을 지킬 수 없는 직장인들도 숱하다. 이들에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라면 생활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침형 인간’이란 결코 새로운 트렌드는 아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부지런하게 살아가라는 경구로 따지고 보면 우리가 원조격이다. 동방의 해뜨는 나라 사람들답게 날이 밝으면 활동했고, 어둠이 짙어지면 잠자리에 들었다. ‘부지런한 새가 벌레를 더 잡아먹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농부들은 새벽에 일어나 논밭을 둘러본 뒤 아침을 먹고 다시 들로 나갔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가르쳤다. 개발도상국 시절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뛴 결과 부자가 되거나 성공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아침형 인간’의 당위성을 알고 실천해 왔다.

    처세술과 재테크, 자기계발 관련 서적의 판매 호조는 불황기를 알려주는 징후다. 그래서 갑갑한 현실을 벗어나려는 대중 심리에 영합하여 불티나게 팔린다. 80만명에 육박하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나 카드 빚에 시달리는 신용불량자 등 절박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고,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자기계발서나 재테크는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아침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책들이 인기를 끌면서 ‘아침형 인간’ 바람이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새벽 4~5시면 일어나 운동을 하고, 러시아워를 피해 출근하니 교통체증에 시달리지 않는다. 한산한 전철에서 독서를 할 수 있고, 영어회화 공부 등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 효율적이다.

    아침형 인간 붐이 일자, 아침 일찍 일어나기 운동을 벌이는 커뮤니티까지 등장했다. 회원들은 오전 4시에 카페에 일제히 글을 올리고 미처 일어나지 못한 회원이 있으면 모닝콜을 해준다고 한다. 약삭빠른 상혼은 아침잠을 줄여 자기 계발에 활용하려는 직장인?대학생들을 상대로 간편한 아침메뉴를 개발하고 스포츠 기획행사를 펼치고 있다.

    직장인들이 아침형 인간이 되기를 바라고 실천에 옮기는 것은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한 방에 인생이 역전되는 복권과는 다른 것이 직장생활이다. ‘평생직장’이라는 사회적 장치가 사라진지 오래다. ‘삼팔선’(38세 조기퇴직)도 넘기 어렵게 된 것이 현실이다.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꾸준한 자기계발 뿐이다. 그러려면 목표를 세우고 시간을 관리할 줄 아는 아침형 인간이 돼야하는 절박한 심정의 반영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하루를 계획하고 시간을 지배하고 일을 주도하면 성공확률은 높기 마련이다. 하루를 지배할 줄 알면 당연히 일과 가정의 균형을 지키게 되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게 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활동하면 일과 사람들과의 만남에 여유가 생긴다. 밝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이런 사람의 얼굴에는 늘 아침 햇살 같은 싱싱한 활력이 넘친다.

    - <월간 ‘현대모터’ 04년 1월호>

이규섭

여행작가·시인·칼럼니스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http://columnist.org/kyo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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