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21 [칼럼니스트] 2004년 1월 1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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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검색’ 의 맹점

‘지식검색’이란 말은 이제 네티즌끼리 묻고 답하는 지식 공유 서비스를 일컫는 일반 명사가 됐다. 지식검색은 네티즌의 능력과, 인터넷의 효용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서비스다. 그 유용함에 대해선 아주 긴 지면을 할애해도 모자라지만, 지식검색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몇 가지 맹점이 있다.

우선 지식검색을 이용하는 질문자가 답변 중 하나를 채택하고 나면, 이 답이 실제로 정확한 자료인지 증명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식검색의 답변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온라인 ‘백과사전’ 내용을 그대로 베껴 싣는 경우와, 검색엔진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그대로 올리는 경우이다. 이 중에는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 것이 많고, 간혹 동일한 내용이면서 출처가 서로 다른 정보들도 만나게 된다. ‘펌(퍼옴)’과 ‘펌’을 거듭하면서 출처가 불분명해진 정보들은 지식검색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지식검색의 또 한 가지 맹점은 ‘흥미 유발’의 문제이다. 인터넷에서 답변을 필요로 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나서 2~3일이 지나도록 답변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답변을 얻을 확률은 0%에 급격히 가까워진다는 말이 있는데, 지식검색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실시간으로 수많은 질문, 답변이 올라오는 지식검색에서 흥미와 주목을 끌지 못하는 ‘재미없거나, 골치 아픈’ 질문들은 이틀만 지나도 쓸모없는 게시물이 되는 것이다. 지식검색의 맹점이자 한계가 아닐까.

지식검색에 질문을 올렸을 경우, 많은 답변 중 필요한 것을 ‘답’으로 채택하는 것은 질문을 올린 네티즌의 몫이고, 질문자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지식검색의 주된 목표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넘어서 질문하지도 않았는데 마치 기사 정보처럼 네티즌에게 해당 정보를 역방향으로 제공하는 경우라면 어떨까.

주요 포털 사이트는 일정 영역을 할애하여, 지식검색 내용 중 한 꼭지를 하나씩 바꿔가면서 노출하고 있다. 물론 좋은 정보들이 많긴 하지만, ‘~카더라’ 저널리즘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네티즌이라면, 지식검색의 답변들이 지니고 있을 ‘~카더라’ 정보의 맹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검색은 불완전하다. 데이비드 와인버거는 <인터넷은 휴머니즘>이란 책에서, “인터넷에서 완벽함이란 애물단지일 뿐이다. 불완전함에서 다양성과 자유가 태어났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식검색은 태생적으로 그러했듯 앞으로도 불완전함을 피할 순 없겠지만, 불완전하기 때문에 다양성 넘치는 자유로운 의견이 끊임없이 생산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지식검색이 궁금증을 해결하는 편리한 수단으로, 혹은 지식을 공유하는 유용한 매체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 더 커지고 강조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바로 네티즌의 ‘경험담’ 이다. ‘좋은 녹차를 사려면’ 하고 물었을 때 ‘여기는 보성인데요…’라는 답변이 올라오는 것은 얼마나 유쾌한가. ‘출산 고통이 어느 정도인가요, 너무 두려워요.’ 라는 질문에 자신의 경험담을 극적으로 설명해 주었던 어느 여자 분의 답변은 얼마나 감동적인가. 아주 사소한 정보일지라도 본인의 경험 지식을 나눔으로써 타인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다는 사실은 지식검색의 가장 큰 매력이다. 지식검색이 ‘펌글’의 집합이 아닌, 수천만 네티즌의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 <한겨레> 2004년1월 9일

이강룡
readme[a]dreamwiz.com / 웹 문화 비평 readme.or.kr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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