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15 칼럼니스트 2004년 1월 1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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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인적자원국'(5)
국민 수치화 ‘교육’

기본 개념이 바뀌면 거기에 딸린 모든 사항들도 그 의미가 달라진다. ‘교육’도 마찬가지로 그 개념이 ‘인적자원 개발’로 바뀌었으니, 종전의 학교--학생(학부모)--교사--학교생활기록부 등의 의미가 새로워진다. 다만 인적자원 개발이 최근에 추진되어 실제로 이루어지는 교육과 충돌, 지금 혼란을 일으키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달라진 의미를 하나씩 짚어본다.

지난(2004년도) 대학 수능시험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학원 강사’ 출신을 시험 출제위원으로 선발하였다 하여 말들이 많았다. 국가 기관인 평가원이 이런 민감한 사항에 관한 법을 모를 리 없고, 여론이 법을 모른 것이다. 평생교육법 2조 2를 보면 ‘학원’도 분명히 ‘평생교육시설’로 명시해 놓았다. 이 시설에서 학습자를 가르치는 사람은 인적자원 개발의 ‘강사’ 또는 ‘평생교육사’로서, 대학 수능시험을 출제하는 데 법적으로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 학교교육은 인적자원 개발의 일부이므로, 대학교수든 교사든 학원의 ‘강사’든 같은 자격이 되기 때문이다. 더 넓혀 보면, 학생과 학부모는 같은 인적자원이며, 교사 역시 그 자원을 양성하는 마찬가지 인적자원일 뿐이다.

그리고 교육인적자원부는 ‘방과 후 학교시설 활용 방안’이라 하여, 2003년 11월부터 전국 96개 학교에서 시범 시행 중이라 한다. 이 방안을 2004년 3월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라 하는데, 그 내용은 학교 수업 시간이 끝난 후, 같은 교실에서 교사, 학원강사, 학부모, 외국인 등을 강사로 하여 국어, 영어, 수학 등 학생들에게 필요한 과목을 학습시킨다는 것이다.

종전의 교육이란 관점에서 보면, 이 방안은 학부모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는 사교육을 정부가 조장하는 꼴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인적자원 개발에서는, 이런 형태의 교육이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기업 등 필요한 어느 곳에서나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립, 운영하는 학교교육을 공교육이라 하였다. 여기에 종교단체 등이 설립한 사립학교 그리고 자립형 사립교 등까지 포함시켜 일반적으로 공교육이라고 말했다. 사교육은 ‘학원’이 대표적인 형태로, 주로 공교육에 진학하기 위한 앞 단계로서의 성격이 짙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이 2가지의 교육을 구별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평생교육법 2조 1에 ‘평생교육이라 함은 학교교육을 제외한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 활동을 말한다’ 라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이 법 28조에 ‘평생교육 과정을 이수(履修)한 자는 학점 인정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점 또는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인적자원개발기본법에서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연구기관, 기업 등이 인적자원을 개발하도록 규정하였다. 국가, 지방자치단체는 인적자원 개발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의무 사항이다.

위의 2 법을 종합해 보면, 학교교육이든 평생교육이든 또 사교육이든 인적자원 개발과 같은 것이거나 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게 만들어 주는 고리가 평생교육법의 ‘학점’ 또는 ‘학력’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학점 은행제’ 또는 ‘개인별 평생교육 계좌’와 서로 통하는 것으로, 인적자원 개발의 동력원이랄까 추진 방향이 된다.

이 ‘학점’은 교수가 대학생에게 주는 그 학점이 아니다. 아직 정확한 형태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학력 또는 자격을 수치화시킨 것 말 그대로 점수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방법 아니면 수천만명 인적자원을 양성하여 배분, 활용하는 기계화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점수는, 학교 졸업장에도 매겨지지만, 직장 생활을 하며 국민으로 살아가는 동안 인적자원 개발에 참여하여 딴 점수도 개인별로 계속 적립되어진다. 그러므로 평생교육 계좌인데, 학습자에게는 메리트도 되며 강제성도 띠게 된다.

이러니 취득하는 점수가 중요한 것이지, 수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학습을 받는 곳이 어디인가로 구별하는 공교육, 사교육을 따진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굳이 교육을 구별한다면, 국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서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공교육’, 그밖에 개인(법의 표현은 私人)이나 기업, 민간 연구기관 등이 하는 동일한 행위를 ‘사교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학교의 우등생이었던 학생들이 모인 학원의 ‘자퇴생반’이 활황이라고 한다. 대학 입학 전형은 학교교육의 수능이나 내신성적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사교육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수상, 자격증 등 여러 가지 내역도 함께 점수화시켜 학생을 선발한다. 공교육, 사교육을 아우르는 이 복잡한 점수화 작업을 컴퓨터가 하기 때문에, 대학이 CD니 NEIS를 그 대학 지망생에게 요구한다. 자퇴생들은 벌써부터 ‘점수’를 따는 데,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학벌극복협력기획단’을 만들었다. 여기에 대해 사람들은, 지나친 과외 교육과 박터지는 명문대 입시 경쟁을 억지시키려는 조직이나 정책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정부가 말하는 ‘학벌 극복’ 또는 ‘학벌 철폐’란 대학 자체를 없애거나 명문 대학을 가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어느 관료는 학벌 철폐를 ‘대학의 평준화’라고 했는데, 이 표현도 단편적으로는 맞을 것이다. 각 대학의 졸업 점수를 각각 다르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학벌 극복’이란 의미는, 그들 표현대로, 능력 중심 사회 즉 ‘공공 및 민간 분야의 능력 중심 관리 시스템을 확립’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바꾸어 표현해 보면, 인적자원을 배분, 활용함에 있어서 정부가 마련한 시스템의 어떤 경력이나 자격의 점수든 대학 졸업의 점수와 마찬가지로 인정한다 또는 어느 기업이든 인정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 사업장에 설치할 사내(社內)대학,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한 원격(遠隔)대학 등에서 받는 졸업 점수나 국립대학 졸업 점수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그리고 학교생활기록부는 종전의 교육에서는 학교 안에 한정된 사항으로 사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이 기록부는 과거에는 교사가 일일이 손으로 썼었다. 2002년 8월 인적자원개발기본법을 공포하기 이전에, 교무행정 능률화를 실행한다는 목적으로 사용하던 단독 컴퓨터[SA]와, 1467억원을 들여 만들었다는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도, 학교 안의 정보가 ‘학교 울타리를 넘지 않는다’는 본질은 수기(手記)와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보면, 많은 교사들이 2003년까지도 CS의 기능을 익히지 못한 상태였다고 한다. 국가 경제면에서 볼 때도 열악한 복지 분야가 많은데, 교육행정에 이 정도의 세금 투자면 적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인적자원 개발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가 ‘교육’이란 탈을 쓰고 전혀 다르게 변신하는데 그것이 NEIS다.(계속)

- 2004.01.10

홍 순 훈

아하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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