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14 칼럼니스트 2004년 1월 1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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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인적자원국'(4)
양두구육(羊頭狗肉)인 ‘교육’

지난 12월 17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교육부총리가 사표를 냈는데, 그 사유 중 하나가 ‘대입 수능 복수 정답 파문에 대한 책임’이라고 언론이 보도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심히 듣고 넘길 테지만, 법과 정부 조직을 뜯어보면 이 책임은 사표를 낼 사유가 되지 않는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인문사회연구회’가 있다. 이 연구회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비롯하여 통일연구원, 한국여성개발원 등 9개 기관을 소관하고 있으며, 연구회 이사장이 각 기관의 원장들에 대한 임면권을 가지고 있다. 대학 수능시험의 시행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맡고 있는데, 이 기관의 소관 즉 ‘지도 감독 기관’이 1999년 1월부터 교육부에서 인문사회연구회로 변경됐다. (여기에 쓴 낱말들은 각 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따 온 것이다.)

따라서, 대학 수능시험에 대한 지도 감독 권한이 없는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그 시험의 오류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교육부총리로서도 마찬가지다. 지도 감독 권한이 없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의 업무까지 부총리가 사표라는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책임을 진다는 것은 상식밖이다. 수능시험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과 그 지도 감독 기관인 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과 이를 산하에 둔 국무총리가 거기에 해당된다.

이같이 보통들 아는 상식과 다른 결론이 나오는 까닭은, 교육인적자원부의 명칭 앞에 붙인 ‘교육’이 사람들의 인식을 홀리기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구성은 학교정책실, 대학지원국, 인적자원정책국, 평생직업교육국, 국제교육정보화국으로 되어 있다. 현재 학교교육은, 교육행정의 지방 분권화 원칙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위원회와 교육청이 전담하고 있다. 따라서 위의 ‘학교정책실’은 학교교육에 대한 실제적인 권한은 없고, 명칭 그대로 ‘정책’ 부서일 뿐이다. 대학지원국 역시 국립대학의 행정 ‘지원’에 한정된 것이고, 기타 대학에는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 보장’에 따라 정부가 관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결국 교육인적자원부의 구성 자체가 인적자원정책국 등 3개 부서가 하는 인적자원 개발이 주업무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업무가 정부 조직의 다른 여러 부처를 아우르고 거기에 대한 종합적인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장관을 부총리로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내용을 뒤집어 해석하면, 학교정책실이나 대학지원국도 그 맡은 바 임무의 기본 성격은 역시 인적자원 개발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대학 수능시험이 12년간의 학교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일이지만, 인적자원 개발을 주업무로 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소관이 아니며, 다른 정부 조직에서 담당하는 기술적인 성격의 업무가 된다. 대학 수능시험을 인적자원 개발이란 관점에서 보면, 대략 4천만명의 인적자원에서 60만명 정도를 ‘배분‘하는 일일 뿐이다.

이같은 개념의 변화는, 교육법을 폐기한 후 교육기본법을 만들고, 평생교육법을 개정하고, 인적자원개발기본법을 공포한 2-3년 전부터다. 인적자원 개발이 과거의 교육 관계 법에 덧칠을 하여 법의 일관성을 헤뜨려 놓고. 교육을 이중으로 보이게 만든 것이다.

위에 쓴 논리에 따라, 물론 법에 근거한 것이지만, ‘교육인적자원부’란 명칭에서 ‘교육’은 ‘인적자원‘과 중복하여 쓴 낱말이며 따라서 불필요한 수식어다.

그리고 교육인적자원부를 정부나 언론은 ‘교육부’라 줄여 부르는데, 이것은 크게 잘못된 표현이다. 왜냐 하면 교육의 개념이 종전과 달라졌으면, 달라진 것을 분명히 표시하여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공 기관의 의무기 때문이다. 교육부란 호칭은, 급격한 정책 변경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의식하여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교육부’란 명칭을 쓰려면, 법과 정부 조직의 임무에 맞게 ‘국가 교육부’ 또는 ‘국민 교육부’식으로 종전과 다르게 부르는 것이 옳다.

‘인적자원부‘도 잘못된 표현이다. ’인적자원개발기본법 2조 1’의 정의대로 풀어쓰면, 인적자원이란 ‘능력과 품성‘이다. 따라서 인적자원부란 ’능력 품성부‘다. 이런 표현은 국가 기관의 명칭으로 있을 수 없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영문 표기는, Ministry of Education & Human Resources Development로 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한글 표기도 ‘인적자원부‘가 아니라, ’인적자원개발부‘로 ’개발‘(Development)이란 낱말을 넣는 것이 논리에 맞다.

정부는 NEIS가 ‘교육 행정(National Education) 정보시스템’의 영문 약자라고 한다. 여기서 National Education는 위에 쓴대로 ‘국가 교육’ 또는 ‘국민 교육‘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National Education을 ’교육 행정‘으로 옮긴 것은 이상하다. 한글과 영문이 따로따로 노는 모양새다.

정부는 ’교육 행정‘을, 교육기본법 23조의 2 ‘학교 및 교육행정기관의 행정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데 근거하여 붙인 명칭이라 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 조항은 2002년 12월에 삽입한 것이다. NEIS는 이보다 전인 2001년 여름부터 ‘삼성 SDS'를 사업자로 선정하여 만들기 시작한 전자 시스템의 ’고유 명칭‘이다.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정보 등의 수집, 분석, 가공 및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이란 11조 1의 조항을, 2002년 8월에 이미 인적자원개발기본법에 만들어 넣었었다.

이를 정리해 보면, NEIS는 인적자원 개발을 목적으로 만든 고유 명칭인데, 새삼스럽게 교육기본법에 ‘교육행정 업무 조항’을 삽입하고, 뜻은 서로 맞지 않지만 영문 National Education과 한글 ‘교육행정’을 적당히 짝지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뒤의 칼럼난에 쓰지만 실질적으로, NEIS란 전자 시스템이 없으면 인적자원의 개발, 배분, 활용에 관한 모든 정책 추진이 불가능하며, 인적자원개발기본법은 휴지쪽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여러 이유로 NEIS를 ‘교육행정’이라 표기하는 것은 바르지 않고, 그 실제 내용과 맞게 ‘인적자원개발’ 정보시스템으로 한글 및 영문 표기를 바꾸는 것이 옳다. (계속)

- 2004.01.10

홍 순 훈

아하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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