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11 [칼럼니스트] 2004년 1월 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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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는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다

포털사이트를 방문하면 화면 윗부분에 「인기검색어」란이 있다. 인터넷 사용빈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의 검색코너는 한국인의 화두가 무엇인지, 세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창문이라고 할 수 있다.

네티즌들은 어떤 이슈가 떠올랐을 때 인터넷사이트의 검색코너를 방문한다. 그러면 웬만큼 궁금한 것은 거의 다 알 수 있다. 네티즌들이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스캔들의 진상이나 소문을 확인하여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다. 가끔 틀리기도 하지만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종 소문의 진상을 알아보는 켜뮤니티까지 있다.

2023년 한해도 인터넷 검색코너는 네티즌들의 끊임없는 방문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왕년의 인기 자매가수 배인순씨가 쓴 자전적 소설 「마지막으로 부르는 커피한잔」이 출간되자 이니셜로 등장한 C, P, J, K, E씨 등이 누구인지가 초미의 관심거리가 됐을 때도 그랬다. 각 사이트에는 당연히 네티즌들이 모였고(?) 나름대로의 정보와 추측을 동원하여 결국은 장본인이 누구누구라고 못 박았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사실인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인터넷이 없을 때만 해도 언론사 사람이나 알 수 있었던 내용을 이제는 온 국민이 알 수 있게 됐으니 참으로 세상이 많이 변했다. 1970년대 바람둥이 5공자 사건이 있었는데 최모, 장모, 박모 등 5명의 이름이 시중에 확산되기까지는 거의 2〜3개월씩 걸렸으나 요즘은 2〜3일이면 되니 인터넷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그때의 최모는 배인순씨가 지적한 바로 C씨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2003년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로또」이다. 네이버와 다음, 엠파스, 야후 코리아, 드림위즈 등 모든 포털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검색어는 ‘로또’.(다음은 ‘이슈검색어’ 부문 1위)이며, 검색 횟수가 월 평균 60만번을 넘었다고 한다. 이는 우리사회에 로또열풍이 거세게 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다음사이트의 경우 종합인기 검색어와 인기급상승 검색어를 순위별로 30개씩 보여주고 있다. 드림위즈는 주간 히트검색어 10가지에 주간 인기검색어 30개를 싣고 있다. 네이버는 일간 인기급상승 검색어 30가지를, 주간 급상승 검색어 10가지, 주간종합순위 20개, 야후도 인기검색어 30개를 보여주고 있다. 엠파스의 경우는 무려 99개의 1일간 급상승 검색어를 싣고 있다.

엠파스에서 최근 집계한 2003년 종합순위 TOP50을 보면 로또, 당나귀, 엽기, 지도, 아르바이트, 부동산, 게임, 영화, 오인용, 핸드폰 등이 1〜10위의 순으로 나타나 있다. 이어 철도청, 날씨, 취업, 우편번호, 기상청, 중고차, 영어사전, 아드레날린, 바로타, 대장금, mp3, 가격비교, 통합코덱, 꿈해몽, 이효리, 화장품, 채팅, 무료영화, 스와핑, 지하철, 이력서, 자료실, 요리, 컬러링, 벨소리, 자막, 누드, 자기소개서, 사전, 여행, 독후감, 반품, 쇼핑, 만화, 여행사, 인라인, 레포트, 토익, 귀여니, 딸녀가 11〜50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행어나 관심사가 해마다 바뀐다고는 하지만 영원한 키워드는 있게 마련이다. 「섹스」 같은 성과 관계된 용어나 「엽기」 같은 시류와 관련된 용어가 바로 그렇다. 이들 용어는 2002년에 이어 2003년에도 1백대 인기검색어에 포함될 정도로 네티즌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2003년에 많은 관심과 함께 논란을 빚었던 「스와핑(부부교환 성행위)」도 많은 관심을 끌었던 검색어였다. 지난 10월 중순 부부 30여쌍이 스와핑을 하다 적발된 이후 검색이 부쩍 잦아져 지난 9월 6백47위 에서 11월에는 72위로 급상승했다. 당시 스와핑이라는 단어조차 몰랐던 일반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참으로 컸다.

2003년 특징 중의 하나는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2002년에는 별로 돋보이지 않던 「날씨」와 「지도」를 검색하는 회수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다음의 경우 「날씨」의 검색 횟수가 가장 크게 증가하는 날은 한 주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 월요일과 화요일, 「지도」는 주말 직전인 목요일과 금요일이었다.

20대가 주사용자인 인터넷 역시 2002년에 비해 ‘아르바이트’ 검색 횟수가 부쩍 늘었다. 이는 청년실업의 여파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포털 사이트들에서 ‘아르바이트’를 검색해 보면 직종 지역별 아르바이트 정보뿐 아니라 취업의 전 단계, 경력쌓기 방안, 창업의 유망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로서의 아르바이트에 대한 정보들이 쌓여있다.

종이사전을 뒤적이기보다 인터넷으로 사전을 찾기 시작한 사람들이 부쩍 늘었음이 분명하다. 「영어사전」은 다음이 2002년 20위권 밖에서 12위로, 네이버가 69위에서 24위로, 엠파스가 50위권 밖에서 17위로 올랐다, 필자의 경우만 해도 2003년 들어서 영어사전이나 국어사전을 뒤져본 일은 10번도 안 된다. 필요할 때는 인터넷에 들어가 관련 용어나 단어를 찾자 궁금한 것을 해결했다,

지금이 디지털시대인데도 아날로그 매체에 쓰이는 우편번호 검색이 2003년에 급증한 것도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두꺼운 우편번호부가 이제 인터넷에 자리를 내주기 시작한 모양이다. 전문가들은 전화번호부 대신 114 안내를 찾듯, 우편번호부 대신 인터넷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찾는 경향이 늘어났다고 말한다.

「우편번호」의 2002년과 2003년의 순위를 보면  △다음=20위권 밖→14위 △네이버=40위→17위 △엠파스=50위권밖→14위이다. 이러다가는 우편번호부가 없어지고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전도 한낱 책상에 꽂혀 있는 장식품으로 전락하지도 모를 일이다. 어디선가 “종이 DB여, 안녕”이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특기할 만한 점은 「채팅」이라는 키워드의 인기순위가 2003년엔 급격히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다음에서는 2002년 2위에서 2003년 13위로, 엠파스에서는 2002년 18위에서 2003년 27위로 추락했다. 이는 채팅하는 네티즌수가 줄었다기 보다는 채팅보다 더 관심을 끄는 단어가 크게 늘어났다는 뜻으로 보아진다.

인터넷키워드, 즉 검색어는 그야말로 시류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네티즌들은 궁금한 일만 생기면 지체 없이 검색창을 방문한다.  그러다보니 습관적으로 검색어코너를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네티즌이라면 유행검색어가 무엇인지 몰랐다가는 왕따 당할 우려도 얼마든지 있다.

즐겁고 신나는 일보다는 괴롭고 안타까운 일들의 연속이었던 것이 2003년 계미년이었다. 2004년에는 제발 기분 좋은 유행검색어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새해가 신나는 해가 될 것인지 걱정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새해를 활기찬 한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옷깃을 여며본다.

- 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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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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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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