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119 [칼럼니스트] 2004년 12월 3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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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시대의 사이버문화

이강룡 / 웹칼럼니스트 http://readme.or.kr

* 연세대 청년문화원에서 주최한 "2004 Next Generation Forum" 토론회의 준비 자료로 작성했던 글이며 실제 발표 내용과 다른 부분도 많습니다. 공식 자료는 행사 홈페이지( http://www.blog2004.org)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Forum : 블로그 시대의 사이버문화_ Blogging Culture in Transition

"1 인 미디어인 블로그가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인터넷 관련 기업들 역시 다투어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할 예정에 있다. 그만큼 블로그에 거는 기대와 주문이 크다는 뜻이다. 블로그는 이미 사이버문화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디지털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은 블로그에 달렸다는 진지한 믿음이 세를 얻어왔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이버 "폐인"들의 놀이터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비판도 설득력있게 들리고 있다.

가상 공간마저 식민화한 자본에 맞서 블로그야말로 사이버시민의 공유지(the commons)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반면 블로그야말로 새로운 마케팅, 광고의 신천지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블로그가 시끄럽다. 그만큼 할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사이버문화의 정체성을 둘러싼 현재의 물음은 블로그를 둘러싸고 퍼져나간다. 올 해 NG Forum은 한국의 블로그 문화를 개척하고 한국의 블로그 문화 담론을 생산한 주역들을 초대한다. 그리고 블로그문화의 가능성과 그 현실을 점검한다. "

사회자 : 안녕하십니까. NG 포럼 진행을 맡은 서동진입니다. 이번 포럼에 패널로 참여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NG 포럼은 앞서 언급한 대로 블로그의 폭발적인 확산을 주목하고 그것이 기존의 인터넷을 둘러싼 가상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한 변화를 초래할지 점검하고자 마련하였습니다. 이번 포럼은 관례적인 발제와 토론의 형식이 아니라 주요한 주제를 놓고 패널이 의견을 제시하고 논쟁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 블로그는 인터넷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가

사회자 : 국내의 한 연구보고서는 국내의 블로그가 인터넷 문화를 사사화(privatization)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그것이 국내의 블로그 문화의 특성이라고 주장. 그러나 미국의 한 보고서 역시 미국의 전형적인 블로거의 모습은 1달에 두 번 정도 자기 주변의 시시콜콜한 소식을 업데이트하는 십대 소녀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블로그 사용자들이 보이는 성향이 특별히 다르다는 주장이 그리 설득력있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그러나 블로그의 폭발적인 확산이 인터넷 문화의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듯 합니다. 한때 인터넷 문화를 정의하고 분석하는데 널리 유행하였던 "가상공동체(virtual community)"란 개념은 이제 퇴색하고 블로거라는 새로운 개인적 주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과연 블로그는 인터넷 문화의 정체성 자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 힘으로 볼 수 있을가요 아니면 그것은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인터넷 사용의 기술적인 방식에 불과할까요.

이강룡 : 인터넷 문화의 사사화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긴 것처럼 들립니다. 비대면 매체는 개인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사화는 오히려 문제를 뚜렷하게 부각할 수 있고, 책임감과 신뢰도도 높여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장 구체적인 것이 가장 넓은 보편성을 갖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도 비슷한 얘기죠.

그리고, ‘커뮤니티가 지고 블로그 뜬다.’ 식의 논의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의 개념은 절대 퇴색되거나 없어지지 않습니다. 인터넷 사용자들도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인간이니까요. 만일 자주 구독하는 블로그가 있고, 그곳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다른 블로그 사용자가 있다면 이미 그 둘은 같은 커뮤니티의 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월드와이드 웹이 성공한 까닭은 20세기의 다른 수많은 미디어 형식들을 '재매체화'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라고 제이 데이비드 볼터 라는 학자가 말했죠. ( 인터넷 편지, 인터넷 영화, 인터넷 음악, 인터넷 신문...) 블로그도 이와 비슷합니다. 기존 발행 매체를 재매체화하고 있죠. 신문, 잡지, 책(단행본), 각종 발간 매체, 그리고 심지어 개인의 일기나 독서노트 까지 여러 발행 도구들이 인터넷을 만나 한번 재매체화됐고 블로그를 만나 또 한 번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한편, 블로그에 대해 갖는 지나친 기대는 편리한 도구가 출현할 때마다 흔히 갖게 되는 공상 같은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노트북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 휴대전화가 등장했을 때 품었던 환상, html 태그를 써서 웹 브라우저에 ‘제 홈페이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글자가 처음 떴을 때의 감격, 뭐 이런 것과 비슷하죠. 5-6년 전에 그랬습니다. ‘너 홈페이지 아직도 없니?’ 라고, 하지만 실제 써보면 애초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죠. ‘너 아직 미니홈피 없니?’ 혹은 ‘너 블로그도 모르니?’ 같은 말이 오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부추길 필요도 없구요. 결국 유용하게 잘 활용하는 블로그만 남아 그들만의 문화를 다시 만들어갈 것 같습니다.

레셰크 코와코프스키 라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윤을 동기로 움직이는 사회는 정말 끔찍하다. 그러나 행복을 강요하는 사회는 더 끔찍하다.” 블로그이든 미니홈피이든 그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순 있겠지만, 그걸 강요하는 건 끔찍할 수도 있습니다.

* 블로거는 1인 시민 저널리스트인가

사회자 : 블로그를 둘러싸고 가장 많이 거론되는 주제는 블로그가 새로운 1인 미디어의 세계를 열었다는 주장입니다. 어떤 이는 웹진, 대안적인 인터넷 언론미디어가 취재와 보도에 시민들의 참여가 가능케 함으로써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면 블로그는 편집권까지 시민에게 돌려줌으로써 진정으로 시민이 저널리즘의 주인이 되는 시대를 열게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주장을 참고하면 블로그가 전통적인 언론미디어에 새로운 정보원이 되는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상당수의 블로그가 기존 미디어에 더욱 의존하고 통합되는 효과를 낳고 있을 따름이라고 주장합니다. 과연 블로그는 언론 미디어로서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강룡 : 블로그는 발행 도구이기 때문에 당연히 미디어의 기능을 수반합니다. 그러나 블로그가 미디어나 아니냐 하는 건 정보 습득자가 판단할 몫입니다. 오마이뉴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봐요. 기성 미디어가 매체 중심이었다면, 블로그는 블로그 사용자 중심입니다. 블로그를 미디어로 규정하는 건 항상 '뒤' 에 와야할 문제라고 봐요.

* 블로그는 미래의 디지털 경제와 어떤 관계에 있을까

사회자 : 블로그는 이미 주요한 마케팅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주요 기업이 이미 자신의 웹사이트에 블로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중 소비자가 아니라 개객(個客)이야말로 새로운 경제의 소비자라는 생각은 이미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블로그가 개별화된 소비자, 상징가치의 소비자들을 겨냥한 유력한 마케팅 수단이 되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넘어 블로그가 디지털 경제와 어떤 관련을 맺을지 조심스런 예측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과연 블로그는 디지털 경제의 미래에 어떤 효과를 미칠까요.

이강룡 :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글 또는 어떤 자료의 발행에 최적화된 도구입니다. 글을 쓰는 건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고, 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그것에 대해 소비자들과 의사소통하려고 한다면 꽤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봅니다. 가령 CS 부서 같은 곳에서 블로그를 통해 고객과 의사소통하는 건 아주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 블로그 콘텐츠의 저작권,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보아야할까

사회자 : 블로그에서 생산되는 지적인 정보와 가치는 집합적인 지성이란 뜻에서 새로운 경제적인 공유지를 만들어가는 흐름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는 반면 개인이 생산한 지적인 정보가 흔히 "펌"이라는 형태로 남용되고 소비되면서 개인의 저작권과 소유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이강룡 : 블로그 사용자가 창작물의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이기 때문에 이해의 충돌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저작권, 지적재산권을 들먹이면 그와 맞은 편에 있는 이는 위축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럴 필요 없어요. 모든 법은 상식을 벗어나지 말자고 하는 말이거든요. 지적재산권도 마찬가지이고, CCL이나 정보공유라이선스도 넓게 보면 같은 맥락입니다. 참고로, 저는 CCL이나 정보공유라이선스 등의 좋은 취지에는 동감하나, '펌' 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하여 아직 제 블로그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이의 저작물을 이용하든, 아니면 자신의 저작물을 보여주든 간에 ‘상식적’인 선을 지킨다면 별 문제 없습니다.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니까 갈등이 생기고 이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 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현행법은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이라 이해 당사자의 해석이 서로 다를 수 있어요. 따라서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서로 상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죠. 예를 들어, 생산자 입장이라면 링크까지 금지하는 몰상식적 요구 같은 걸 하지 말고, 소비자 입장이라면 무분별한 복제, 재배포는 하지 않는 게 좋겠지요.

대한민국 저작권법도 상식에 기초한 것입니다. 부칙을 뺀 103개 조항 중 블로그 사용자들과 관련되는 건 몇 개 조항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몰라도 됩니다. 사실 이것들도 모두 상식적 차원에 속합니다. 교통법을 몰라도 위험한 유턴이나 과속을 하지 말아야 하는 걸 알듯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면 됩니다.

블로그와 관련된 몇 가지 항목만 살펴보죠.

제1조 : 저작권법의 목적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과 저작물의 공정 이용을 도모하는 측면이 반반씩 있습니다. 저작권자만을 위한 법이 절대 아닙니다. 다만 후자가 뚜렷한 주체가 없기 때문에 전자의 이해 집단이 권리 행사하기 때문에 전자가 두드러지는 거죠.

제13조 : 동일성유지권
원작의 훼손 방지 위함입니다. 무분별한 펌과 인용시 주의해야 할 항목입니다. 문구의 임의 변경, 이미지 배율 왜곡 등을 주의해야 합니다.

제34조 : 출처 명시
이건 그야말로 상식이죠.

제25조 :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 위해서는 공정한 관행에 맞게 인용 가능.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은 공표 행위입니다. 다른 이의 글을 인용할 경우 큰 범주에서 좋은 목적에 부합해야 합니다.

제27조 :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비영리 개인 사용자의 경우 한정된 범위 안에서 복제 허용, 단 일반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에 의한 복제는 제외. 펌은 대부분 이 조항에 위배됩니다. 조심해야 하죠. 통상적으로 가족이나 그에 준하는 제한된 범위의 사람들, 즉 한 자리 수의 인원 정도만이 이용할 수 있어야 복제가 허용됩니다.

물론 법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가며 진지하게 토론하고 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지적하고 교정하는 노력도 필요하겠죠.

* 자기표현의 욕구와 프라이버시의 숭배

사회자 : 블로그는 어떤 디지털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블로그 스토킹이란 신조어가 등장하리만치 블로그를 통한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블로그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대두될 수 있는 정책 상의 이슈가 바로 사생활 보장이 될 것이란 진단도 있습니다.

더욱이 블로그에서의 사생활의 자유는 국가로부터의 사생활의 보호가 아니라 불특정한 각각의 개인들로부터의 자유라는 매우 모호한 논쟁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자기표현의 욕구와 프라이버시의 집착 사이에서 블로그는 디지털문화에 새로운 쟁점을 던지고 있는 셈입니다. 과연 블로그는 개인과 개인 혹은 개인과 사회 사이에서 어떤 문화적인 정체성을 만들어내게 될까요.

이강룡 : 웹에 올리는 순간 완전히 공개된다는 점 알아야 합니다. 물론 공개한다의 의미가 아니라 공개된다는 점이긴 하지만, 본인이 노출한 정보의 역피해에 관한 건 절반 이상은 본인 책임입니다. 개인정보보호 정책의 방점은 ‘정보의 개인 결정권’ 에 있습니다.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본인이 올린 정보에 의해 발생한 피해는 RFID, 무선전자태그가 유발할 수 있는 사생활 침해 문제와는 매우 다릅니다. RFID가 문제인 것은 프라이버시를 자기가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인데요, 블로그나 미니홈피는 정보의 결정권이 본인에게 있는 만큼 최초 공개 시점에서 책임 질 수 있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자료 삭제해도 검색엔진, 인용처 등으로 흔적 남기 때문에 블로그의 ‘초고’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사회자 : 토론을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합니다.

이강룡 : 퍼가는 행위는 그만하고 우리 모두 링크를 활용합시다. 감사합니다.

서울칼럼니스트모임 http://columnis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