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100 [칼럼니스트] 2004년 12월 3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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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제 잘못을 알까, 남의 눈을 의식할까
김소희 (동물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animalpark


벌을 주지 않고 돌고래를 훈련시킨다는 한 해양수족관에서 있었던 일.(하지만 제인 구달 박사는 대부분의 동물쇼나 서커스에 이용되는 동물들이 끔찍한 학대 속에 훈련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병코돌고래 웰라는 수면 위로 솟아올라 조련사의 손에 있는 생선을 받아먹는 쇼를 훈련받았다. 이 모습을 촬영하고 있던 어느 날, 조련사 캐런이 한 눈을 파는 통에 제 때에 생선을 놓지 못했고, 웰라는 본의 아니게 캐런의 손까지 물고 말았다. 그러자 “당황한 듯한” 웰라는 물탱크 밑바닥 구석에 코를 처박은 채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조련사가 들어가 한참을 어루만지고 달래고 나서야 웰라는 물 밖으로 나왔다.

또, 캐런은 어린 고래 올라가 부비새에게 보인 반응을 기록하기도 했다. “쇼를 시작하려는데 부비새 한 마리가 무대 한 쪽에 앉아 있었다. 올라는 물 위로 머리를 내밀고 그 새를 바라보았다. 새가 꼼짝도 하지 않자 올라는 새를 향해 뛰어오르며 입을 크게 벌렸다. 그래도 새는 꼼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쇼를 잊고 새와 올라의 모습을 보는 데 열중하자, 올라는 빠른 속도로 물탱크 안을 돌아 파도를 일으켜 새의 발을 물로 뒤덮었다. 그래도 여전히 새가 꼼짝하지 않자, 올라는 잠수한 뒤 입 안 가득히 물을 담고 올라와 새를 향해 직선으로 내뿜었다. 새는 물을 흠뻑 뒤집어쓰고서야 날아갔다.”

하버드 대학의 마크 하우저가 붉은털원숭이들을 관찰하고 있을 때였다. 수컷 한 마리가 암컷과 짝짓기를 마친 후 의기양양하게 걸어가다가 발을 헛디뎌 도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자 그 수컷은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대더니 자기 실수를 본 원숭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계속해서 당당한 척 머리와 꼬리를 치켜세우고 걸어갔다 한다.

교토대학 영장류센터에 있는 침팬지 '아이'는 자존심이 무척 세다. 자신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컴퓨터로 공부하고 있는 아이는 거의 틀리는 법이 없지만, 어쩌다 실수라도 저지르면 우선 주변부터 둘러본다고 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그나마 괜찮지만, 누군가가 실수하는 자신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리저리 날뛰면서 주변에 있는 온갖 물건들을 집어던진다고 한다.
 
<코끼리가 울고 있을 때>의 저자 제프리 무세이프는 “우리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은 아마도 그 사람이 생각을 하고 이론을 전개하며 말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와 같은 기쁨, 고통, 행복, 슬픔, 굴욕감, 부끄러움 등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라고 말한다. 동물도 이렇듯 감정을 느낀다면,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KTF 드라마클럽. 200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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