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95 [칼럼니스트] 2004년 11월 22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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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등록제 꼭 해야 한다
김소희 (동물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animalpark


애견인구 1000만, 연간 버려지는 개 수십만 마리

버려지는 개가 넘쳐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뉴스 거리도 되지 못한다. 동물 애호 차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버려진 개들은 쓰레기 봉투를 헤쳐 놓고,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므로 질병을 옮길 위험이 있으며, 교통사고를 유발하고, 또 과잉번식으로 더 많은 길거리 개들을 퍼뜨리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낳는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개 버리기 행위 자체가 우리 사회에 생명 경시 풍조를 만연케 한다는 점이다. 기르기 힘들어서, 혹은 병들고 늙었다고, 개를 버리는 어른들의 모습이 아이들 마음 속에 어떤 의식을 심어주고 있을지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서울시의 위탁관리로 운영되는 동물구조관리협회 한 곳에서 포획하는 유기견만도 연간 1만 마리가 넘는다. 애완동물 등록제가 정착돼 전체 양육 두수가 정확히 파악되고 있는 미국의 통계 자료를 대입해 보면 더욱 놀랍다.

우선, 사단법인 한국애견협회가 추정하는 우리나라 애견수는 400-500만 마리며 애견 인구는 10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은 유기견의 수가 항상 전체 애견수의 약 10% 라는 통계치를 내놓고 있는데, 우리나라 양육 애견수에 이 통계치를 적용시켜보면 유기견의 수는 연간 40-50만 마리에 이를 것이다.

수십만 마리의 개들이 길거리를 떠돌다 차에 치여 죽거나 병들어 객사한다니!  다행히 전국적으로 몇 안 되는 동물보호소에 포획되어 관리를 받는다 하더라도 한 달이 지날 때까지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모조리 안락사당하고 만다. 새 주인을 만나는 경우는 5-10%에 불과하다고 한다.

충동구매로 빚어지는 동물학대 및 유기

많은 사람이 개를 생명체로서 존중하고 여생을 다할 때까지 책임감 있게 보살피며 키우겠다는 각오 없이 개를 입양한다. 단순히 귀여운 생김새에 반해서, 어린이날 혹은 크리스마스 선물 1순위라고 떠들어대는 매스컴 보도에 부화뇌동해서, 혼자 살기 외로워서, 애인의 기분을 풀어줄 깜짝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서 등 충동적으로 개를 산다.

이런 경우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 일어난다. ‘앙증맞고 예뻐서 샀더니 불과 3-4개월만에 다 커버렸어, 이젠 귀엽지가 않다구’, ‘하루종일 짖어대서 신경 쇠약에 걸릴 지경이야’, ‘우리 집 개 알고 보니 똥개인가봐 글쎄 똥오줌도 못 가리고 쓰레기를 뒤져 먹쟎아’, ‘온 집안 물건을 다 잡아뜯어놓고 털도 어찌나 많이 빠지는지 집안 꼴이 엉망이야’, ‘미용비에 예방 접종비에 사료비에 완전히 돈 잡아먹는 귀신이라니까’ 라는 불평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고, 개를 학대하거나 다른 곳으로 보내버릴 궁리를 하게 되며 심한 경우 내다버린다. 양육에 반드시 필요한 참고 서적 한 권은 사 볼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 수 십 만원하는 개집, 개옷, 각종 간식을 사들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주인에게 버림받아 동물보호소로 온 개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기가 막힌다. 주인이 3-4층 높이에서 집어던져 사지가 완전히 부스러진 개, 눈이 멀 정도로 매를 맞은 개, 빗자루나 몽둥이 종류만 보면 공포에 질려 오줌을 지리는 개, 목욕을 얼마나 안 시켰는지 온 몸에 털이 엉겨붙은 채 피부병이 걸려 죽음에 이른 개.

이미 오래 전 칸트는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그 국민성까지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실태는 한국 기업 이미지까지 실추시킬 정도다. 이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불매운동 대상이 되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인간과 함께 살게 하자면 개도 교육이 필요하다.

왜 충동적으로 개를 입양해서 안 되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개를 키우는 자기 자신도 편하고, 개들도 행복하며, 이웃에도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양육자들 스스로 많이 공부하고 많이 노력해야만 한다. 개는 쓰다가 낡았다고 버릴 수 있는 장난감도 아니고, 소리가 시끄럽다고 전원을 꺼 놓을 수 있는 텔레비전도 아니다. 우리 인간과 똑같이 생명을 지닌 존재다. 이미 많은 학자가 개들도 기초적인 사고력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 사람처럼 기뻐하고 슬퍼할 줄 아는 감정을 지닌 존재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강아지 때부터 개에게 사회 생활에 필요한 예의범절을 가르쳐야 한다. 개들도 사람처럼 발달 단계를 거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로 ‘사회화 시기’로 생후 4-12주경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개의 일생은 물론 주인의 일생이 좌우된다.

이 시기 동안 주인은 개가 다른 사람, 다른 개들과 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예의범절을 가르치고 건강한 성격을 지닌 개로 자랄 수 있는 밑바탕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것을 ‘친사회화 교육’이라 한다.

배변훈련을 비롯해서 산책 때 목줄 착용에 익숙해지게 하는 것, 낯선 사람이나 낯선 개를 보았을 때도 달려들거나 짖지 않게끔 다양한 환경에 노출시켜 주는 것, 앉아, 기다려, 조용히 등과 같은 훈련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주인이 개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피곤하고 귀찮으니 대충 재롱떠는 것이나 보며 키우겠다는 태도로 시작했다가는 지극히 개다운 행동들 때문에 틀림없이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짖거나 문만 열렸다하면 뛰쳐나가 온 사방에 오줌을 갈기고 다녀 이웃의 원성을 들어야하는 일 따위 말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더 개를 키우기가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동물학대 및 유기동물 문제와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한 첫걸음이자 가장 최선의 방책이 바로 애완동물 등록제다.

애완동물 등록제 - 동물 보호 의식 높이는 첫걸음

미국, 유럽, 호주, 일본, 대만 등의 애견문화 선진국에서는 버려지는 개 문제를 위해 많은 해결 방안을 모색하여 대처하고 있다. 미국은 150년 전부터 10여개 주에서 애완동물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과 싱가포르도 벌써 수 십 년 전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16세 이하는 주인이 될 수 없게끔 법제화하고 있으며, 호주 일부에선 주인을 알 수 있도록 마이크로 칩을 이식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거의 그렇게 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7월 9일 개나 고양이를 버리거나 방치한 사람이 적발되면 최고 징역 12년과 벌금 1만 유로(약 1420만원)에 처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광견병 퇴치 차원에서 시작한 미국의 애완동물 등록제는, 이제 누가 언제 어떤 개를 사고 팔았는지, 양도 혹은 분실했는지, 언제 예방접종을 했는지, 안전하게 개를 잘 관리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로 자리잡았다. 사람들은 벌금이 싫어서라도 애완 동물에게 예방접종을 한다. 함부로 개를 버리는 일도 훨씬 줄었다. 또 시민들이 등록 때 내는 일정 비용은 동물 보호소를 운영하거나 각종 애견 관련 교육 캠페인 활동에 쓴다.

개 한 마리 사고 파는 걸 가지고 유난스럽게 군다며 볼멘 소리를 해대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애견 문화가 타문화보다 더욱 더 높은 윤리 의식, 학제적 연구, 제도적 장치 등이 수반되어야하는 까닭은 바로 생명체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 있다. 귀찮을 수도 있는 이 절차를 통해 우선 충동 구매자들이 대폭 줄며 그만큼 동물학대 및 유기동물 등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줄어든다.  

애완동물 등록제는 개를 아끼고 사랑하는 주인은 물론,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개, 삼자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다시 말해, 한 개인이 동물을 입양한다는 것은 단지 자기 자신만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10월 6일 농림부는 2006년부터 외출시 유기동물 발생을 막기 위해 애견에게 목줄과 함께 인식표를 달게 하고 동물을 학대할 경우 최고 6개월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것 등을 골자로 '물보호법'을 개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2년 등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개정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바가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애완동물등록제가 정착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길 바란다.

- 주간동아 제 460호 / 200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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