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92 [칼럼니스트] 2004년 11월 1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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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도 생각할까
김소희 (동물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animalpark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 이 말은 인간만이 유일하게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철학자 및 과학자들은 동물도 생각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호기심을 가져 왔다. (개를 키우는 일반인들은 동물도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동물들의 모든 행동은 타고난 본능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해 버린다. 심지어 동물은 살아 움직이는 로보트 같은 존재라서 때리거나 쇠꼬챙이로 살을 찌를 때 그들이 지르는 비명소리 또한 기계적인 작용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철학자도 있었다)

알렉스는 아이린 페퍼버그 박사에게 말하는 법을 배운 회색 앵무새다. (회색앵무새는 앵무새 중에서도 가장 말을 잘하는 종으로 지능이 5-6살된 어린아이 수준이라고 한다) 단지 소리를 흉내내는 수준도 아니며 종소리에 침을 흘리는 조건반사 같은 반응도 아니다.

예를 들어, 파란 정사각형을 보여주고 "이게 무슨 색이지?" 하고 물으면 정답이 "파란색!"이지만, "이게 무슨 모양이지?" 하고 물으면 "사각형!"이라고 대답해야 하는데, 알렉스는 항상 정답을 말한다. 페퍼버그 박사는 알렉스가 색상과 모양이라는 두 개의 추상적인 개념을 부분적으로나마 이해하고 있으며 이 것은 이들이 사고력을 가지고 있음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또, 알렉스가 “바나나 줘”라고 말했는데 땅콩을 주면 땅콩을 발로 던지고 계속해서 바나나를 달라고 한다. 분명히 바나나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으며 “말”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뉴욕 주립대학의 에밀 멘셀 박사는 먹이를 한 군데 숨겨 놓고는 침팬지 한 마리에게만 그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서 이 침팬지를 다른 침팬지들과 함께 풀어 주었다. 먹이가 숨겨진 장소를 알고 있는 이 침팬지는 자기보다 계급이 높은 침팬지들과 있을 때엔 먹이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빼앗길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또, 제인 구달 박사는 침팬지에게 혼자서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바나나를 줘 보았다. 그러자 그 침팬지는 바나나를 자기만 아는 곳에 숨겨놓고 조금씩 꺼내 먹었다. 다른 침팬지 들이 바나나가 어디에 있냐고 아우성을 치자 그는 손가락으로 정반대 방향을 가리켰고 친구들이 그 쪽으로 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재빨리 숨겨놓은 곳으로 가 자기 혼자 바나나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이런 행동들은 동물도 어떤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몇 가지 개별적인 상황을 서로 연결지어 결과를 추즉한다는, 즉 동물들도 사고를 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말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생각도 느낌도 없는 로보트라고 여기는 것은, 동물에 대한 우리들의 잔인성을 합리화시켜 조금이나마 그 죄책감을 덜어보고자 하는 이기심 때문이 아닐까?

KTF. TalkTalk 동물본색 2004.11.10

서울칼럼니스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