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70 [칼럼니스트] 2004년 9월 22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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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작목반'이란 말 이상하다
박강문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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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을 지나면서 마침 가평포도축제라 포도 세 상자를 샀다. 상자에 'OO포도작목반'이라고 씌어 있었다.

옛날 일제 강점기에 학교를 나온 어른의 빛바랜 졸업 앨범에서 '作目班'을 본 기억이 있다.  

이른바 대동아전쟁이란 것을 일본이 벌이면서 어린 학생들까지도 노동과 식량 생산에 몰아넣었다. 앨범을 보면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동원되어 새끼 꼬고 가마니 짠다. 논밭을 갈고 씨 뿌리고 거름 준다.

여러 반이 농작물 한 가지씩을 맡아 생산하도록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작물별로 재배반이 있고 그것을 작목반이라 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농촌에서 포도작목반, 수박작목반 등으로 쓰는 것은 이상하다.

'작목반'은 일제가 남긴 말로써, 강요와 수탈이 함께 연상되는 데, 아직도 우리가 쓰고 있다는 것이 우선 이상하다.

또 이상한 것은 말의 쓰임이다. 작목은 작물 목록이다. "작목이 어떤가?"는 어떤 종류의 작물들인가?" 하는 말이다. 작목은 그 중의 한 가지를 찍어 말할 때도 쓸 수 있다. "올해는 작목을 잘못 골랐다."고 말할 경우가 그렇다. 포도, 수박, 오이, 고추 따위가 바로 작목이 되는 것인데, 어찌 포도작목반 등으로 말할 수 있을까.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썼다 하더라도, 마땅한 쓰임새가 아니다.

두부, 자동차, 구두 등 여러 것을 말할 때 품목이라고 하지만 두부품목공장, 자동차품목공장, 구두품목공장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 200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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