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65 [칼럼니스트] 2004년 9월 13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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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쓰레기닷컴
박강문 (대진대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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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의 한 대학생이 수년전부터 틈틈이 거리의 쓰레기를 줍는다. 그는 이것들을 작은 투명 상자에 넣어 거리에 좌판을 벌이고 예술작품이라면서 판다. 한 개에 10달러. 행인들 대부분은 “별 놈 다 보겠네.”하는 표정이다. 그런데 이것을 사 가는 별난 사람들도 있다.

쓰레기라면 악취 풍기며 썩어가는 물체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가 파는 것은 마른 쓰레기다. 길에 버려진 극장표, 전차표, 경기장표, 담배 꽁초, 신문지, 주차권, 깡통, 일회용 컵, 과자종이 따위다. 이런 것들을 소독한 뒤 가로 세로 각 10cm, 높이 11.5cm 정도의 상자 안에 적절히 배열한다. ‘작품’이니까 당연히 ‘작가’의 서명이 있다. 수집된 날짜도 찍혀 있다.

그가 처음 거리에 좌판을 놓고 이것들을 팔자 경찰관이 막았다. 예술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예술품인가 아닌가 검증받으려 학생은 뉴욕 현대미술관 밖에 진열해 놓고 팔아 보았다. 세 시간 동안 두 개가 팔렸다. 이 정도면 예술품이 아니냐 하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이 학생의 괴이한 짓거리는 지역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어 널리 알려졌다. 그는 거리에서 작품을 팔기도 하고, 웹사이트(www. nycgarbage.com)를 열고 인터넷 주문도 받는다. 이제는 고객이 미국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나라와 호주에도 있다. 틈틈이 하는 소량 생산이라 큰 벌이는 아니라 해도 딴 부업을 때려치울 정도는 된다.

뉴욕에 살던 사람은 이 도시 생활의 추억을 위해, 여행객은 뉴욕 체류를 기념하기 위해, 이 작품을 산다. 선물용으로 사는 이도 있다.

광고가 전공인 이 학생은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것들에서도 별난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겠는가 하여 쓰레기 판매를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평범한 것에서 나올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 FindAll 200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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