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58 [칼럼니스트] 2004년 9월 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배달신청/해지 | columnist.org(홈) |

한국 드라마의 열풍과 허풍

김우정 (문화마케팅 전문가, 문화마케팅센터 대표) ceo@lutain.com

비상식적인 제작시스템을 고발한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열풍이 대단하다. 스타배우들의 인기도 그렇지만 한 편의 드라마가 힘들고 어려운 시대에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감동과 즐거움을 선물할 수 사회현상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여서 더욱 그렇다. 뭐 한국드라마의 열풍이 굳이 국내에 머물지만은 않는다. 최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참의원 선거 유세에서 일본에서 드라마 '겨울연가'로 인기절정인 한국배우 "욘사마(배용준)를 본받아 준사마(고이즈미 준이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에서.. 참으로 놀라운 대사건(?)이다.

사실 모두 익히 알고 계시는 뉴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한국드라마 열풍이 비상식적인 제작시스템 하에서 이루어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시스템의 불협화음은 바로 공중파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프로덕션)와의 종속적인 관계에서 비롯한다. 아무리 문화산업이 'High Risk High Return(고위험 고수익)'을 특성으로 하는 분야라고는 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소유한 방송사의 횡포는 소위 산업이라는 울타리를 무기로 문화예술의 제작현장을 퇴보시키는 악행으로 작용하기 일쑤다.

쉽게 이야기하면 방송사가 너무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것에서 드라마 제작시스템의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한국 드라마의 편당 제작비는 약 1억 3천만 원이다. 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제작사는 자금의 대부분을 방송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방송사는 편당 제작비의 약 70%를 제작지원금의 형태로 지원하고 드라마의 모든 판권을 소유한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드라마를 비롯한 문화상품은 지적재산권이 이윤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럼에도 그 판권이 모두 방송사에 귀속되고 제작비의 70%밖에 지원 받지 못하는 제작사는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강구할 수 밖에는 없다. 바로 여기서 '파리의 연인'에서도 제기되었던 무분별한 간접광고의 문제가 발생한다.

시청자들은 불편할 것이다. 드라마 속의 과도한 상품광고가 눈에 거슬리기 때문에. 하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부족한 제작비(약 30%)를 충당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간접광고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제작사라고 왜 작품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런 불합리한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생존수단까지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사실 간접광고의 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드라마 편성을 위해 펼쳐지는 치열한 불법로비와 파렴치한 행동들이다. 뭐 방송이 권력을 갖기 시작한 이래로 언제 이런 잡음이 없었던 적이 있었느냐 만은.

드라마 한 편은 작은 문화상품이지만 드라마가 만들어낸 문화와 산업적 효과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큰 원동력이 된다. 드라마는 문화 그 자체이며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 드라마는 아시아에서 큰 위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드라마 수출을 통해 유발되는 국가 이미지제고와 관광 등의 간접효과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시대의 화두다. 그럼에도 국내 드라마 제작시스템의 오래된 인습과 잘못된 관행은 여전하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어떻게 드라마의 한류열풍이 가능했는지조차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참으로 슬프고도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2004.09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를 평가해 주십시오.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