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54 [칼럼니스트] 2004년 8월 3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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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전화번호부
박강문                                        

http://columnist.org/parkk


휴대전화기를 5년여만에 새로 장만했다. 아직 한두 해는 더 쓸 수 있을 물건을 버리고 새 것 사는 것이 괜한 사치가 아닌가 하는 죄스러움은 최신 기계의 갖가지 기능이 안기는 즐거움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금세 떨칠 수 있었다. 그 안에는 카메라,동영상재생기,녹음기,라디오,계산기,시계,달력,수첩... 없는 게 없다. 개인용 컴퓨터와 케이블로 연결하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밖에 나가서는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재미있는 작은 컴퓨터다. 며칠 동안은 새 장난감의 기능을 시험해 보는 데에 정신이 팔려 가족의 핀잔까지 들었다.

그런 재미는 좋았으나 전화번호 수백 개를 일일이 새로 입력해야 하는 것은 진력나는 일이었다.

전화번호부를 만들다 보면 성씨 중에 이,김,박이 엄청나게 많다. 늘 느끼는 일인데, 그 많은 이씨와 김씨가 ㄱㄴㄷ순으로 정렬했을 때 각각 그 칸의 뒤쪽에 몰려 있어 검색할 때 아주 불편하다. ㅇ에서 이씨는 안,양,어,엄,연,염,오,옥,우,원,유,육,윤,은씨 등을 한참 거쳐 거의 끝에 있다. ㄱ에서 김씨도 간,갈,강,경,계,고,공,곽,구,국,권,금,길씨 등을 지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한다. 휴대전화기 전화번호부에서 이씨나 김씨 한 사람을 찾으려면 각 항목에서 뒤쪽으로(실은 아래쪽으로) 한없이 눌러 가야 한다. '가족' '직장''친구'등 소집단명으로 검색할 수도 있으나, 실제 전화 쓸 때는 왠지 ㄱㄴㄷ 순으로 더 자주 찾게 된다.

그래서 이번 새 전화기 전화번호부는 김,이,박씨 검색이 좀더 쉽도록 자료 입력을 색다르게 하기로 했다. ㄱ항목에는 김씨만 넣고 나머지 성씨는 ‘ㄴ강통일’ ‘ㄴ고구려’처럼 ㄴ을 붙여 ㄴ항목으로 옮겼다. ㅇ항목의 이씨들은 ‘ㄹ이다물’처럼 ㄹ을 붙여 모두 ㄹ항목쪽으로 당겨놓았다. ㅂ항목의 박씨 아닌 성씨들은 다 뒤쪽에 있으므로 ㅅ을 붙여 ㅅ항목의 첫머리로 돌렸다. 이렇게 해 놓았더니 찾기가 한결 수월했다.

- FindAll 200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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