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44 칼럼니스트 2004년 8월 12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딴 글 보기 | 손님 칼럼 | 의견함 | 배달신청/해지 | columnist.org(홈) |

정보통신선진국은 정보문화선진국?


이 재 일
http://columnist.org/netporter

'인터넷 이용인구 3천만명 돌파!' 거짓말 같이 들리는 소리이지만 사실이다. 이런 일을 두고 기뻐해야 할지, 걱정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것은 웬일일까. 그리고 마음도 착잡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나라의 인터넷사용자가 지난 6월말 현재 3천만명을 넘어 3천67만명(만 6세 이상, 월 1회 이상 인터넷이용자)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우리나라 인구를 4천800만명으로 잡아 계산해보면 10명 중 6,4명이 네티즌이라는 얘기이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이 상용화된 것이 1994년 6월이었으니까 꼭 10년 만에 이루어진 결과이다. 당시 인터넷 이용자가 13만8천명이었으므로 그동안 222배가 늘어난 셈이다. 단위를 끊어서 살펴보면 1997년 100만명, 1999년 1천만명, 2001년 2천만명을 넘어섰고 마침내 올 상반기에 3천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어제 발표한 '2004년 상반기 정보화실태조사'를 좀 더 상세히 소개해본다. 정보통신의 역사적 측면에서 자료가 의미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한달 동안 전국 7천30가구를 방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전체 이용률은 68.2%. 이를 연령대별로 보면 10대 이하가 95.5%, 20대가 95%였고 30대 86.4%, 40대 58.3%, 50대 27.6%였다. 성별로는 남성의 이용률은 74.4%인 반면 여성은 62%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별로는 전문·관리직 94.4%, 학생 96.6%로 매우 높았으며, 서비스·판매직은 63.2%로 2003년에 비해 이용률 증가폭이 다른 직업에 비해 가장 높은 10.5%로 나타났다.

지역별 인터넷 이용률은 울산이 78.3%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광주(75.6%), 경기 (73.4%), 인천(72.6%), 서울(72.3%) 대전(71.8%) 부산(68%), 대구(66.3%), 충북(64.9%) 경남(63.4%), 전북(63.1%), 제주(62.9%), 강원(60.3%) 등의 순이었다. 반면에 경북(57.5%), 전남(54.9%), 충남(54.8%)은 60% 이하로 나타났다.

인터넷 이용시간은 일주일에 평균 11.5시간이었으며, 전체의 74.5%가 3년 이상 인터넷을 이용한 것으로 답했다. 인터넷 접속방법은 조사가구의 84%가 xDSL방식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 다음으 로 케이블망 11.6%, 전화모뎀 2.4%, ISDN(종합디지털종합통신망) 1.1% 순이었다.

인터넷이용 행태별 특징은 20대의 경우 45.2%가 인터넷커뮤니티에 가입하고, 37.1%가 인스턴트메신저를 주도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적으로는 인터넷쇼핑 이용 경험(45.3%)과 유료콘텐츠 이용(18.9%)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한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에 발간한 '이동통신산업의 최근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2007년이 되면 이동통신서비스 보급률은 전체 인구의 81%, 가입자수는 3천943만명(1인 1단말기 이용 기준)으로 정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말에는 2008년에 최대 가입자수가 전체 인구의 75% 선인 3천680만명이 될 것으로 보았는데, 불과 8개월만에 예측수치를 바꾸었다. 연령대별로는 30∼39세 가입자가 전체 인구의 17.2%(840만5천명)로 가장 많고, 40∼49세가 17%(832만1천명), 20∼29세가 15%(737만5천명)으로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은 2003년 11월말 현재 3천306만6천381명이다. 지금쯤은 3천500만 가까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3년 뒤에는 500만명 정도가 더 늘어나면서 약 4천만명이 휴대폰이나 PDA 등 이동통신 단말기를 들고 다닌다는 얘기이다. 그 이후로는 인구가 늘지 않을 테니 제자리걸음을 걷게 될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수가 늘어나면서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것보다는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미니홈피를 갖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싸이월드 같은 곳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까지도 자신의 홈피를 두고 있을 만큼 자신의 '홈피갖기'가 크게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는 싸이월드에 자신의 홈피를 갖고 있지 않으면 네티즌이 아니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오죽하면 '싸이질'이라는 말까지 생겼겠는가. 싸이질은 싸이월드가 아닌 다른 사이트의 홈피에 접속하여 엉뚱한 짓을 하는 것까지 통틀어 일컫는 말이 되었다. 지금 각 직장에서는 업무에 지장이 많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싸이질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미디어렙사인 ㈜나스미디어가 최근 네이트, 드림위즈, 프리챌 등 12개 사이트와 공동으로 인터넷 이용자 3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터넷 이용자의 36%가 매일 개인 홈피에 접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네티즌 3명 중 한 명 꼴이다. 특히 이러한 비율은 남성(31%)보다 여성(41%)이 높으며, 20대의 경우 과반수가 매일 싸이월드와 같은 개인 홈피에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정도라면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나라는 정보통신선진국이라고 할 만하다. 인터넷 이용률이나 인구대비 인터넷인구, 초고속통신망 가입자수, 인터넷뱅킹 및 사이버주식거래, 전자우편 사용량 등 정보통신의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상위그룹이라는 사실은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과 관련한 인프라는 어느 나라 보다 풍부하고 이용률도 높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인터넷인구가 10명 중 8명이 된다는 것은 놀랍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는 20세기 후반 우리들이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구호아래 정보통신분야에 온 국력을 쏟아 부었던 결실이라고도 하겠다.

그러나 정보통신선진국인 우리나라가 '과연 정보문화면에서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느냐'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정보통신 인프라가 아무리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것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이 부적절하다면 '후진국'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터넷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기능을 활용하는 재주는 많이 갖고 있다. 인터넷으로 하는 상품이나 제도가 개발되면 앞을 다투어 이용한다. 앞에서 말한 사이버주식이나 인터넷뱅킹이 그렇다. 인터넷쇼핑도 점차 보편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만 하더라도 프로게이머가 참가하는 각종 리그가 있다. 우리들이 만든 '아래한글'의 경우는 MS의 프로그램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점령(?)하지 못한 경우에 속한다.

이처럼 독특한 기질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사람들이 정보화사회를 맞아 인터넷을 통해 온갖 일들을 벌이고 있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정말로 한심한 실정이다. 사이버포르노, 개인정보 유출, 사이버명예훼손, 인터넷중독, 자살사이트, 해킹, 저작권 침해, 온라인사기 등 각종 문제점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으면서도,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인터넷문화'를 건전하게 가꾸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 현실세계에서도 올바른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그 사회는 혼돈상태에 빠지게 된다. 하물며 절대적인 '통수권자'가 없고, 내가 바로 '최고'인 사이버세계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이 정보통신선진국이라는 사실을 자랑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 '과연 정보문화선진국인가'에 대한 자문과 함께 반성을 해야 할 때이다. 아무리 정보통신 인프라가 충분하게 갖춰졌다고 해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면 후진국의 껍질을 벗을 수는 없는 일이다.

   

서울칼럼니스트모임
[칼럼니스트]를 평가해 주십시오.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