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43 칼럼니스트 2004년 8월 12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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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본 한국


임 영 숙 (서울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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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몽골시찰단의 일원으로 몽골을 다녀왔다.몽골에서 보는 한국은 눈부셨다.수도 울란바토르 시내를 달리는 자동차의 절반 이상이 한국산이고 도처에 한글간판이 늘어서 있기도 하다.한국식당만 약 30개에 달하고 몽골 대통령궁 앞길은 ‘서울의 거리’다.전국 10개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돼 현재 1400여명의 몽골 학생들이 등록돼 있다.울란바토르 시내의 초·중·고교 가운데 한국어를 선택과목으로 채택한 곳이 10개에 이른다고 몽골 과학기술교육부 관리는 밝혔다.지난해 몽골 국영TV 조사결과 한국어는 영어 다음으로 몽골 젊은이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어로 꼽혔다.호텔 식당에서 내놓은 김치가 한국관광객을 위한 서비스인가 했더니,김치를 모르면 상류층에 낄 수 없다고 한다.몽골에서 12년째 살고 있는 울란바토르대학 윤순재 총장은 “지구상 어떤 나라가 몽골만큼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것을 받아들일까 싶다.”고 말했다.

몽골어로 한국은 ‘솔롱고스’다.무지개란 뜻이다.이름 그대로 한국은 몽골인들에게 꿈의 나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몽골의 중앙일간지 우드링 소닝은 지난해 2월 ‘한국을 형제국가로 삼자’는 글을 전면에 실었다.국회의원과 장관을 역임한 바바르가 기고한 이 글은 몽골과 긴밀한 국제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러시아,중국,일본,한국을 비교하면서 한국이 정서적으로 가장 가깝고 정치 외교적으로 상호보완 관계라며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주장한 것이다.“오늘날 몽골의 대다수 젊은이들에게 한국은 모델,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다.…젊은이들 가운데 한국의 유행가나 록의 멜로디를 모르면 바보 취급을 받으며,젊은이들이 입고 있는 옷의 형태·머리 모양 등은 서울 스타일이다.…다른 말로 하면 한국 사람처럼 사는 것이 몽골 젊은이들의 유행이 되었다.”고 이 글은 밝히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이같은 한국의 모습에 자랑스러움을 느끼기보다 불안해졌다.한국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폭발할 것 같은 몽골에서 한국 경제의 거품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 온 것이다.10여년전 러시아와 중국도 한국에 큰 기대를 가졌다.그런데 지금은 어떤가.물론 몽골 경제는 한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현재 한국은 몽골 외국인 투자의 2위를 차지한다.한국에 거주하는 몽골인은 2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그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취업근로자들이 송금하는 돈이 몽골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인구 1인당 해외원조를 가장 많이 받는 가난한 나라지만 몽골은 한국을 모델 삼아 다시 일어서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이제 내리막길에 접어들지 않았나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몽골은 큰 잠재력을 지닌 나라다.한반도의 7배나 되는 광대한 국토에 석유를 포함한 지하자원이 풍부한 10대 자원부국이란 점 때문만은 아니다.250만 인구의 50% 이상이 24세 이하인 젊은 나라이고 교육에 가장 많은 예산을 배정해 20%를 투자하는 미래지향적 나라다.역사상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이 몽골인들의 희망으로 태양처럼 치솟고 있었다.

칭기즈칸은 “내 자손들이 비단옷을 입고 벽돌집에 사는 날,내 제국은 망할 것이다.”라며 안락함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했다.한국이야말로 안락함에 너무 빨리 빠져든 것이 아닐까.몽골인들이 칭기즈칸을 가슴에 품듯이 우리도 외국인들이 감탄했던 저 놀라운 역동성을 다시 찾아야 하지 않을까.고구려사 왜곡 파동을 일으킨 중국의 팽창주의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서,또 50년후 또는 통일후 한국의 미래상을 멀리 내다보며 우리는 몽골을 형제국으로 따뜻하게 껴안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안고 귀국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 서울신문 200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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