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40 [칼럼니스트] 2004년 8월 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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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건설의 진실


             홍 순 훈
             http://columnist.org/hsh


8월 4일 한나라당은 '수도 이전에 대한 공개 질의서'를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그 내용은, 수도권 인구 과밀 해소, 국토 균형 발전, 국가 경쟁력 제고 등 11개 항목에 걸쳐, 정부가 밝힌 기대 효과의 과학적 근거를 묻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내용들은, 한나라당이 제1당이었던 16대 국회에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만들면서, 국토를 다극분산형(多極分散型)으로 바꾼다 하여, 법의 제정 이유 그리고 목적, 정의 등에 그대로 쓴 말들이다. 자기들이 신행정수도를 그런 이유, 목적으로 건설한다고 법을 만들어 놓고는, 되레 그 과학적 근거를 대통령에게 물으니, 이건 장난도 아니고 뭔지 모르겠다.

한나라당은 '수도 이전'이란 표현을 썼는데, 이것도 잘못 쓴 것이다. 수도 이전이 성립되려면, 먼저 '서울특별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률' 2조인, '서울특별시는 정부의 직할하에 두되, 이 법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수도로서의 특수한 지위를 가진다'에서, '수도로서의 특수한 지위'가 삭제돼야 한다. 그런 후, 수도에 관한 새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 때부터 '수도 이전'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서울이 수도인 지위가 바뀌지 않았고, 또 신행정수도가 건설되더라도 서울의 지위가 바뀌지 않는 한, 서울을 옮긴다는 뜻인 수도 이전이 될 수 없다.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이 서울의 지위를 삭제하는 법적 행위를 건너뛰고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이로 말미암아 이른바 '국론 분열'이 예측조차 힘든 오랜 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민들이 수도인 지위를 삭제토록 허용하겠는가?

특별조치법은 61조로 돼 있다. 그 중 첫머리 6조 정도가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는 목적, 정의, 주요 국가기관의 이전 계획 등을 규정하고, 나머지 조항은 모두 건축에 관한 사항으로 이 법 저 법 잡다한 규정을 따다가 짜깁기했다.

이 법이 작년 12월 국회의원 167명의 '압도적 지지'로 의결됐다고 한다. 그러나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인 69명만 찬성해도 의결되는 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나 지역특화발전특구법 등 일반 법과 마찬가지로 만들어진 법이다. 수도를 변경하는 법이, 영남, 호남 어느 한 지역 국회의원들만 결집돼도 의결될 수 있다는 것은, 법 이론을 떠나 상식적으로도 납득키 어려운 일이다. 이런 식으로 법을 운영하면, 한국에 수도가 4개 정도 생길 수 있다.

특별조치법 2조를 보면, 신행정수도는 '국가 정치, 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는 수도로 새로이 건설되는 지역'이라 했다. 신행정수도가 '수도'인 것을 기정 사실로 했다. 그런데 법 4조는, '신행정수도의 명칭, 지위 및 행정구역 등에 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신행정수도의 지위가 수도가 될지 특구가 될지 아니면 보통 도시가 될지는 어느 땐가 법률로 만들어 봐야 아는 것이다. 같은 법에서 1 조항은 수도, 1 조항은 미확정 도시로 왔다갔다 했다.

특별조치법의 결정적 하자(瑕疵)는, 법 자체가 신행정수도가 '국가 정치, 행정의 중추 기능'을 갖지 못하게끔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국회가 신행정수도로 이전해야 된다는 의무 조항을 넣지 못한 것이다. 기타 헌법기관(대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등)도 국회와 마찬가지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던 까닭은, 위에 쓴대로, 서울이 수도인 지위를 삭제하는 법적 행위를 건너뛰고 특별조치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이 수도가 아니라면, 헌법기관은 새로 만드는 수도에 위치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특별조치법의 하자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 7월 21일 정부가 중앙행정기관 73개를 신행정수도로 이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결정할 수 있는 행정부의 일부 기관만 이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입법부, 사법부 등 헌법기관은 자체적으로 이전 여부를 결정토록 했으며,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7월 초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던 입법부, 사법부 이전 동의안을 무기 연기키로 했다는 언론 보도다. 무기 연기라지만, 특별조치법 4조 '신행정수도의 명칭, 지위 및 행정구역 등에 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 대로, 신행정수도가 법률로 수도가 돼야지만, 이전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8월 11일 신행정수도 예정지를 확정 발표하고, 연말쯤 예정지의 구체적 범위를 지정 고시하고, 내년 1월부터 토지 수용 작업을 한다고 7월 29일 보도됐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초고속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특별조치법은 작년 12월에 '4당 합의'로 만들어졌다. 신행정수도 건설에는 여당, 야당을 구분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 그리고 현재로선 수도가 되든 특구가 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몇 10조원인지 1백조원인지 대규모 공사를 한다는데,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하고 속으로 주판을 튕기지 않겠는가? 법 18조를 보면,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의 일부를 민간사업자로 하여금 대행하게 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이 조항만 잘 활용해도 몇 푼 안 들이고 거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70년대 독재 개발시대에 그들은 익히 보았던 것이다.

-200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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