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37 [칼럼니스트] 2004년 7월 1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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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섭의 해외여행(6) 미국 애틀랜타


이규섭
http://columnist.org/kyoos

사라지지 않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명성

미국 남북전쟁의 패배로 남부지방의 부와 영광은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다. 노예가 없어진 지주들은 경작이 불가능해진 농장을 포기했고, 북부의 뜨내기들은 남부로 몰려와 헐값에 그 토지를 가로챘다. 남부 사람들은 불타버린 저택과 몰락한 가문, 갑자기 찾아든 빈곤 속에서 자신들의 문화와 명예와 자부심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무력감 속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대하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여인의 삶을 통해 좌절하지 않는 불굴의 투혼을 그린 불후의 명작이다. 성경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남부 출신 작가 마거릿 미첼은 1926년부터 10년간에 걸쳐 이 작품을 완성했다. 1936년 출간된 이래 모두 29개 언어로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 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 책의 성가를 더욱 높여 준 것은 1939년 빅터 플레밍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세기의 스타 비비언 리와 클라크 케이블이 스칼렛 오하라와 레트역을 맡아 열연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나오면서부터다. 3시간50분의 대작으로 같은 해 아카데미상 10개 부문을 휩쓸었다. 지구촌 곳곳에서 가장 많이 상연됐으며 할리우드 영화사에 길이 남을 만한 명화로 평가받는다.

소설과 영화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무대가 된 곳은 미국 남부대평원의 조지아주 주도(州都) 애틀랜타. 마거릿 미첼(1900∼1949)이 태어나고 묻혀 있는 애틀랜타는 1996년 하계올림픽 개최도시로 다시 한번 명성을 떨쳤다. 그가 세상을 뜬지 50여년이 지났어도 그녀의 명성 또한 사라지지 않는다.

소설의 무대 '텔미지 농장' 관광객 발길

애틀랜타 도심에서 남서쪽으로 20여㎞쯤 달리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무대가 되는 클레이튼 카운티로 접어든다. 소설 속에 등장한 '타라'의 이름을 딴 도로, 교차로, 상점 이름들이 즐비하다. 타라로(路)로 접어들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타라의 하얀 저택이 울창한 나무숲에 뒤덮여 있다. 영화를 만들면서 이 집을 모델로 세트를 제작한 '탤미지 농장'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탤미지 농장과 가까운 존스버러는 남부전쟁 당시 최후의 격전지다. 미첼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마차를 타고 이곳을 자주 방문했다. 그녀는 이 곳을 오가며 마차에서 보았던 남북전쟁이 남긴 폐허와 할아버지로부터 들었던 남부전쟁 당시의 이야기를 모태로 '바람과 함께…'를 탄생시켰다.

존스버러에는 미첼 기념공원이 있다. 공원 한쪽에 전통적인 남부의 가옥과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스테이 틀리 오크스'는 관광명소가 됐다. 1939년에 지은 남부의 저택을 비롯, 당시의 학교, 노예가족, 정원, 잡화상 등을 조성한 민속촌 격이다.

마거릿 미첼의 기념관은 애틀랜타 도심에 있다. 애틀랜타를 달리는 차들의 번호 판마다 조지아주의 상징인 복숭아가 그려져 있다. 애틀랜타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도로의 이름도 '복숭아를 실어 나르는 길'이란 뜻이 담긴 '피치 트리 스트리트(Peach Tree Street)'. 이 길과 10번가가 교차하는 곳에 마거릿 미첼 하우스가 있다.

20년대 초 '애틀랜타 저널' 기자로 활동했던 저널리스트 미첼은 1924년 첫 남편과 이혼한 뒤 이듬해 직장동료 존 로버트 마쉬와 재혼하면서 이 집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1925년부터 7년간 이곳에 기거하면서 대작을 집필했다. 미첼 하우스는 두 차례의 화재로 소실된 것을 복원하여 1997년 기념관으로 문을 열었다. 집필활동을 했던 1호실은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놓았지만 대작이 이 방에서 탄생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비좁고 단촐하다. 그녀가 사용했던 타자기와 세계 각 국 언어로 발간된 책과 영화포스터, 신문기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 집에서 피치 트리 거리를 따라 걸어가다 14번가에 이르면 미첼이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곳이 있다. 미첼의 선조는 애틀랜타시가 형성될 때부터 이 도시에서 살았다. 14번가는 그녀가 어린 시절과 성장기를 보낸 곳으로 사고가 난 자리엔 은행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그 앞에 추모 동판을 세워 놓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 남부의 신화를 창조한 미첼은 오클랜드묘지에 남편과 나란히 잠들어 있다.

대리석으로 된 소박한 묘비에는 '마가렛 미첼 마시,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900년 11월8일 탄생, 애틀랜타에서 1949년 8월16일 사망'이라고 적혀 있다. 오클랜드 공동묘지에는 마쉬 부처를 비롯해 남북전쟁당시 전사한 남군 장병, 역대조지아주지사 6인, 역대 애틀랜타시장 등 18,000여명이 잠들어 있다. 흑인과 백인의 묘지가 분리되어 있어 남부의 보수적인 인종차별주의가 그대로 드러나, 죽어서도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

도심벨트에 코카콜라·CNN 본사

애틀랜타는 도시 전체가 숲 속에 들어앉은 듯한 전원도시다. 애틀랜타의 도심을 연결하는 파이브 포인트 전철역에 내리면 언더그라운드로 대형 쇼핑·음식·오락센터가 밀집해 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걸어다닐 수 있는 곳에 센테니얼 올림픽 공원을 비롯, 코카콜라박물관, CNN센터, 마틴 루터 킹 역사센터, 풋볼 경기장인 조지아 돔 등이 밀집해 있어 한해 1000만명에 육박하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센테니얼 올림픽 공원은 현대올림픽 100주년기념대회를 기념하기 위해 100×100m의 광장을 조성했다. 세계최대규모의 분수와 콘서트홀, 조깅트랙을 갖추고 있어 애틀랜트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각종 문화행사와 축제가 열린다. 센테니얼 공원의 압권은 오륜(五輪)분수. '인어공주' 주제가 등 7가지 노래에 맞춰 하루 4회 분수 쇼를 선보인다.

언더그라운드에 있는 코카콜라박물관은 코카콜라를 생산하기 시작한 1886년부터 이 부근에서 판매를 시작했다는 기념으로 건립한 3층 짜리 전시장이다. 이상한 맛이 나는 '괴상한 검은 물'에 불과 했던 코카콜라가 세계인의 음료수가 된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생산공정은 물론, 세계 각 국 등록상표의 로고와 디자인, 콜라 병, 포스터, 신문·TV 광고의 변천과정이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상영관에 들어가면 나라마다 특색 있는 코카콜라 CF를 보여준다. 초창기 한국 코카콜라 선전은 촌스럽기는 해도 우리 광고를 애틀랜타에서 본다는 묘미는 별다르다. 관람을 끝내고 난 뒤 코카콜라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든 음료를 무료로 시식할 수 있는 코너가 인기다. 정해진 자리에 빈 컵을 올려놓으면 한 컵 분량의 콜라가 곡사폭처럼 날아와 컵에 담기는 것이 이채롭다.



올림픽 파크 부근에 있는 CNN센터도 둘러 볼만하다. CNN센터로 들어가는 보안검색은 공항만큼이나 엄격하다. CNN에선 실제로 일하고 있는 사무실을 내려다 볼 수 있고, 스튜디오에서 생방송 중인 아나운서와 그 화면을 TV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CNN센터 내부 공간에 게양해놓은 만국기에는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게양돼 있다.

뉴스미디어 시장에 혁명을 몰고 온 뉴스전문 채널 CNN은 1980년 6월1일 애틀랜타의 한 스튜디오에서 첫 방송을 시작했다. 지역방송으로 출범한 CNN은 24시간 뉴스를 방송하는 세계적 TV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출범 당시 아무도 눈 여겨 보지 않았던 CNN은 애틀랜타의 관광명소이자 맥도널드 햄버거, 월드 디즈니와 함께 미국의 3대 상징이 됐다.

백인과 용서하고 화해하고 서로 양보함으로써 흑백통합을 통해 문제해결을 주장했던 흑인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역사센터는 언더그라운드에서 동북쪽으로 약 2.4㎞ 떨어져있다. 킹 목사가 아버지와 함께 목사로 사역했던 에베네저 침례교회, 당시의 소방서가 그대로 남아 있으며 센터 내 사각의 풀 중앙에 킹 목사 묘소가 있다. 킹 목사의 업적과 흑인공민권 운동에 관한 자료전시와 함께 기록 필름을 상영하고 있어 예비지식 없이도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다.

스톤 마운틴에 새겨진 3인의 남군 영웅

애틀랜타는 남북전쟁 때 처참하게 파괴되었다. 조지아주는 남군(南軍)의 곡창이었고, 공장이었고, 창고였다.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세 영웅이 새겨진 조지아 스톤 마운틴 공원(Georgias Stone Moutain Park)은 애틀랜타 다운타운에서 동쪽으로 약 26㎞ 떨어져있다. 자동차로 달리면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드라이브코스다.

스톤 마운틴은 높이 252m, 둘레 약 8㎞라는 세계 최대의 거대한 화강암 산을 둘러싼 약 390만평의 대공원이다. 공원 안에는 울창한 삼림사이로 인공 호수가 흐르고, 숙박 시설·레스토랑·골프장·캠프장 외에도 각종 스포츠 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바위산 정상은 운동장만큼 넓고, 360도로 펼쳐지는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광활한 숲과 호수, 애틀랜타 시가지도 어렴풋이 보인다. 스톤 마운틴의 산등성이를 일주하는 디젤 기관차, 호수를 유람하는 외륜선도 타 볼만하다. 5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는 매일 밤 스톤 마운틴을 배경으로 레이저 쇼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스톤 마운틴의 명물은 '남군 기념 조각(Canfederate Memorial Carving)'. 남부 연합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 로버트 리 장군, 토머스 잭슨 장군의 조각상이 바위산에 새겨져 있다. 조각의 높이는 27.5m, 폭 58m에 이르며, 1923년에 조각하기 시작하여 몇 사람의 손을 거쳐 1972년에 완성됐다.

<여행쪽지> ▶대한항공에서 시카고를 경유하는 직항편이 있다. 비행시간은 약 15시간50분 정도. 미국 다른 도시에서의 소요시간은 LA에서 4시간, 뉴욕으로부터는 2시간 10분 걸린다. 시차는 한국보다 15시간 느리다. 한국의 정오이면 현지는 전날 오후 9시가 된다. ▶하츠필드 애틀랜타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 직행하는 전철(Marta)이 있다. 시내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15분. 공항에서 주요호텔까지 연결해 주는 셔틀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 택시의 경우 다운타운까지 10분 정도 걸린다. ▶애틀랜타에서 운행되는 지하철과 버스는 마르타가 운영한다. 이 교통망은 대부분의 관광지를 커버한다. 노선은 동서남북 열 십자로 뻗어있고, 동서선과 남북선은 파이 브 포인츠( Five Points )역에서 교차한다. 교외로의 네트워크도 충실하여 각 전철역에서 교외로 연결된다. 환승을 요구할 때 지하철인지, 버스인지를 말해야 한다.

- 월간 <광업진흥> 04년 6-7합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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