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35 [칼럼니스트] 2004년 7월 1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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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의 위험한 금강산댐 식수


홍 순 훈
http://columnist.org/hsh


7월 4일 언론은, 현대아산의 김모 사장이 '금강산댐 물을 파이프라인을 통해 서울 시민들에게 식수로 제공하는 사업을 지난 2000년에 북측과 합의하고, (현재)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꼭 1년 전의 보도를 뒤져보면, 현대아산이 북측과 '합의'했다는 내용이 무엇인지 윤곽은 알 수 있다. 즉, 2000년 5월에 현대와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가 이른바 '7대 경제협력사업'을 맺고, 그 대가로 5억 달러를 주기로 합의했다. 이 대북 송금에 대해 2003년 6월부터 특검이 있었는데, 여기에 당시 현대아산 회장이었던 정모씨가 소명서를 제출했었다.

그 소명서에, '금강산댐이 원래 계획의 절반 규모로 건설돼 북한 통천 쪽에 7만-10만KW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나, 원래대로 28억톤 규모로 증설하는 것에 남쪽이 투자하면, 그 물 가운데 연간 5억톤 가량을 남쪽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쓴 것이, '금강산 저수지 물 이용'이란 명칭으로 북측과 합의한 것이다.

그런데 현대아산이 지금 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 사업과, 이 금강산댐 식수 사업은 성격이 다르다. 식수 사업은 수도권 2천여만명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공공 사업이다. 개인 기업의 독자적인 결정은 허용될 수 없고, 모든 사항이 국민의 동의하에서만 이뤄져야 유효하다.

위에 보도된 김모 사장의 '2000년에 북측과 합의하고, (현재) 추진 중'이란 말만으로는, 금강산댐 저수 용량을 증설하는 공사에, 남쪽 즉 현대아산의 투자가 어떻게 진척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정모 회장이 소명서에서 밝힌 투자 조건이 충족돼야지만, 남쪽이 연간 5억톤의 금강산댐 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댐 물을 서울 시민에게 식수로 제공하겠다고 공언할 지경이면, 현대아산은 이 투자의 진척 상황도 밝힐 의무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대국민 사기라는 의혹마저 살 수 있다.

지난 4일 보도에, '오염된 한강 물을 정수해서 식수로 사용하는 것보다 맑은 금강산댐 물을 한번 걸러서 먹는 게 훨씬 깨끗하고 경제적'이며, '팔당, 청평부터 서울까지는 이미 상수도관이 설치돼 있어 금강산에서 팔당, 청평까지만 파이프를 연결하면 된다'는 김모 사장의 말이 덧붙여져 있다.

별 문제 없이 식수 및 기타 용수를 공급하던 댐은 젖혀놓고, 파이프라인을 1백 몇 십km 설치하여 식수를 공급하겠다는 발상인지 사업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될지 모르겠다. 마치 동네 우물은 놔두고, 산 너머 옆 동네 우물물을 길어 먹겠다는 꼴이니 말이다.

다음은 김모 사장이 말한 물의 흐름을 설명하기 쉽게 표시한 것이다.
청평댐에는 현재 상수도 관계 시설이 없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몰라 여기에 적지 않는다. 그리고 140km는 금강산댐에서 팔당댐까지의 대략적인 거리다.

(1) 금강산댐 = (물 거름) --> 140km 파이프라인 --> 팔당댐 -->기존 상수도관 --> 가정
(2) 팔당댐 = (정수) --> 기존 상수도관 --> 가정

김모 사장은 (1)번의 과정이 현재 이뤄지는 (2번)보다, 더 '깨끗한' 물을 먹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얘기는, 금강산댐 물이 140km의 파이프를 흐르면서 어떤 유해 물질과 섞이거나 파이프 재질이 어떤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지 등, 물의 성분이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무시한 것이다.
그리고 기존 상수도관을 이용하여 물을 가정에 보낼 때, 불순물만을 거른 금강산댐 물이, 소독이란 정수 과정을 거친 팔당 물보다 식수로 더 부적합하다. 금강산댐 물은 세균 번식을 억제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번 물이 (2번) 물보다 '경제적'일 수 없다. 경제적이란 '정수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물값이 싸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강산댐 근처에 설치하는 물 거름 시설, 파이프라인, 송수 펌프장 등의 시설비를, 물의 소비자가 어떤 형태로든 새롭게 부담해야 된다. 북측이든 현대아산이든 대가 없이 이런 시설들을 설치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140km에 걸친 물의 운송료 예를 들면 펌프장의 인건비, 전기료 등도 물 소비자가 계속적으로 부담해야 된다.
이런 추가되는 요인들이, 현재의 정수 비용을 상쇄하고도 훨씬 더 큰 금액이 될 것은 분명한데, (1)번이 (2번)보다 경제적이란 것은 말도 안 된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점은, 금강산댐 물 공급자가 '물 거름 비용'을 '정수 비용'보다 몇 배 몇 10배 비싸게 요구해도, 물 소비자는 그 요구를 거절할 시간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즉, 금강산댐 물을 사용할 때부터 한강은 무절제한 오염 행위로 폐수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이중으로 유지할 필요가 없는 현재의 정수 시설은 기능을 상실하고 폐허화될 것이 틀림 없다. 이를 단기간에 회복하여 금강산 물 대신 팔당 물을 마실 수는 없고, 어떤 금액이든 조건이든 금강산 물 공급자가 요구하는 대로 물 소비자는 응할 수밖에 없는 비참한 신세가 된다.

원천적으로 금강산댐은 세워지면 안 되는 것이다.
왜 오랜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의존하여 살았고 또 살아야 될 물길을 막는가?
그리고 왜 귀중한 수자원을 얼마의 전력만을 생산하고 동해로 버리는가?

2002년 봄부터 북한강 유역의 발전, 어업, 농업 등 여러 부문이 생산에 타격을 받고 자연 생태계도 나쁜 방향으로 교란되기 시작했다. 금강산에서 내려 올 연간 약 17억톤의 물이 끊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물꼬 싸움은 다정히 지내던 이웃간에도 살인이 예사였다. 현대아산은 식수를 끌어다 마시니 어쩌니 하여 금강산댐을 인정하는 쪽으로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정부는 북핵 해결의 댓가 등 어떤 사안도 이 금강산댐 물과는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 이 부당한 댐은 허물어야 한다. 그래서 물이 원래대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서쪽으로 흐르게 해야 된다.

-200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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