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20 [칼럼니스트] 2004년 7월 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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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들 씁시다
박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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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가 몇 년 전에 세종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옛 엽서ㆍ편지 전시회’를 하기에 구경 갔었다. 1920년대 아니면 1930년대의 편지 하나는 받는 이의 주소가 ‘경기도 고양군 숭인면 돈암리’라고만 적혀 있었다. 오늘날의 서울특별시 성북구 돈암동인데, 그 시절에는 이렇게만 써도 편지가 잘도 들어갔다(돈암동이 서울에 편입된 것은 1936년이다).

얼마 전 친지 수백여 명에게 알릴 행사가 있어 편지를 보냈더니 1할은 되돌아왔다. 수신인이 이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 동안 만나지 못하는 사이에 파주시 교하읍 또는 용인시 풍덕천동 등 생소한 신개발지의 주민이 돼 있었다. 편지가 되돌아오는 데는 1주일에서 열흘 정도 또는 그보다 더 걸리기도 했다. 다시 알려야 했는데, 시일이 촉박하여서는 휴대폰이나 이메일을 무척 요긴하게 썼다.

주소를 정확히 적지 않아 되돌아온 편지들에는 집배원이 좀더 신경을 쓰면 전달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이를테면, 아파트 ‘103동 907호’를 ‘103동 90호’라고 쓴 것이 그런 것이다. 동과 층수까지는 맞으므로 아파트 관리소에 묻거나 맡기면 될 것이었다. ‘돈암리’까지만 써도 편지를 전해 주던 시절의 집배원 일이 요즘보다 쉬었을 것 같지는 않다. 배달해야 할 편지가 옛날보다 훨씬 많기야 하겠지만 야박하다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이사들이 잦아 집 주소가 자주 바뀌는 요즘 세상에서는 휴대폰이나 이메일이 중요한 연락방법이다. 주소록들을 보면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가 집 주소를 대신한다. 내용이 복잡할 경우에는 이메일이 더 유용하다. 그런데 나이 많은 세대는 잘 쓰지 않는다. 나이 예순이 된 고등학교 동기 친구 4백 명 가운데 이메일 주소를 가진 이는 열 사람 가운데 하나 꼴도 안된다. 이메일 쓰는 것 익히기가 대단한 공부처럼 여겨져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이메일 쓰면 집배원 고생도 덜어 주는데 말이다.

- FindAll 200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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