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17 칼럼니스트 2004년 6월 1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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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해법


임 영 숙 (서울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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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건설 논란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아마 매우 답답한 심정일 것이다. 신행정수도 이전 후보지 4개 지역이 발표된 15일 노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계획은 정부의 명운과 진퇴를 걸고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그 같은 심정이 반영된 것 같다.

얼핏 과격해 보이는 이 발언은 사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그동안의 노 대통령 발언을 되짚어 보면 당연한 순서가 된다.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전에서 충청권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2004년 예정지 발표, 2007년 착공이라는 구체적 추진일정을 제시하고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정치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옳고 효율적인 정당한 어젠다를 먼저 공약화하고 표를 받는 것은 정치인의 능력이다.'고 말했다.

다음해 취임사에서는 '비상한 결의로 이를 추진할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와 추진기획단을 발족시켰다. 청와대와 중앙부처는 물론 국회까지 이전하고 임기전에 착공하겠다는 계획은 대선 공약으로 이미 제시된 것이었다. 이전 비용을 현 정부청사와 개발토지 매각대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 역시 공약내용에 포함된 것이었다.

따라서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최근 신행정수도를 둘러싼 야당과 언론의 호들갑스러운 비판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격'으로 비칠 수 있다.그동안 여러차례 밝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일에 대해 '수도 기능의 일부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국회와 사법부까지 포함된 사실상의 천도는 안된다.'든가 '국가 백년대계인 수도이전을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것은 문제다.'든가 하는 비판이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행정수도 이전은 설마설마하다가 코앞에 닥친 현실이 된 셈이다. 충청도민들로서는 긴가민가하다가 꿈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무언가 혼란스럽고 어리둥절하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솔직한 느낌이다. 행정수도 이전이 정치적 판단으로 시작되고 진행돼 오면서 구체적 관심사로 폭넓게 공유되지 못했던 탓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전북지역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1987년 대선 공약이 됐듯이 행정수도 이전은 충청지역의 표를 얻기 위해 대선공약으로 급조됐다.

여당은 이 공약으로 대선과 총선에서 '재미를 좀 보았고' 대선 당시 반대했던 야당은 총선을 앞두고 역시 충청지역 표를 의식해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여당과 함께 다수결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총선에서 충청지역의 의석을 거의 건지지 못한 야당은 '천도' 운운하며 다시 반대로 돌아섰다. 그렇다면 야당이 다음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세울 것인가. 캐스팅 보트를 쥔 충청 지역 표를 모으기 위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후보지 발표 이후 여야는 다시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행정수도를 이런 식의 소모적 정쟁거리로 삼아서는 안된다. 정권의 진퇴를 건 밀어붙이기도 안된다.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지금처럼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다. 국회에서 관련 특별법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고 공약대로,추진일정대로 진행된다고 해서 정책에 대한 평가를 충분히 받았다고 주장만 하다가는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낼 수 없다. 문제의 심각성에 걸맞는 심도있는 논의가 차분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우선 법률이 정한대로 입법부와 사법부 등 헌법기관 이전의 국회동의 절차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밟아가고 2개월 후로 못 박은 후보지 확정계획은 뒤로 미루어야 한다. 일단은 법대로 진행하면서 이미 불거진 여러 쟁점사항과 앞으로 제기될 문제들을 면밀히 검토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국론을 모아나가야 정권에도 부담이 되지 않고 무엇보다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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