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08 [칼럼니스트] 2004년 5월 2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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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4]
단군 신화는 역사가 아니다


홍 순 훈
http://columnist.org/hsh


삼국유사에, 옛글[古記]에서 따 왔다는 단군왕검 얘기가 실려 있다. 이 얘기에는 천하(天下), 천부인(天符印), 천왕(天王),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 신단수(神壇樹), 신시(神市), 산신(山神), 태백(太伯), 삼칠일(三七日) 등의 낱말이 쓰였다.

이런 한자로 된 얘기가, 한반도에서 문자가 쓰이지 않던 선사 시대에 입에서 입으로 오랜 동안 구전(口傳)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단군왕검 얘기는 누가 창작한 것이 분명한데, 옛글[古記]의 작가가 바로 그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순리다.

작가는 A.D.600년대에서 삼국유사가 집필된 A.D.1200년대 사이의 어느 기간 동안 살았다. 위의 낱말들에 중국에서 한반도로 전래된 유교, 불교의 의미도 들어 있지만, 이들 종교보다 늦은 A.D.600년대에 전래된 도교(道敎)의 개념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집단 환각이랄까 착각에 빠져 있는 '단군왕검'이란 이름 역시 작가가 만든 것이며, 얘기의 주인공일 뿐이다.

즉, 단군(壇君)은 도교의 제사장 또는 지도자란 뜻이다. 지금도 중국에서 도교의 도장을 단(壇)이라 부른다.
왕검(王儉)은 삼국시대부터 쓰이던 '이사금' 곧 우리말 임금을 한자로 바꿔 엇비슷하게 표기한 것이다.

옛글 작가가 임금을 엇비슷한 한자로 바꾼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왕이나 임금이란 최고의 호칭을, 공인받지 못한 가상의 인물에게 붙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위의 뜻인 2 낱말을 합성해 '단군왕검'을 만든 작가의 의도는 분명하다. 즉 사람들의 일반적인 형태의 이름이 아닌, 특이하며 신비스런 이름을 찾았다. 그래서 신의 세계[단군]와 현실 세계[왕검] 양쪽을 아우르는 최고의 인물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2 낱말을 합성함으로써, 2개의 존칭어를 중복해 쓴 것과 같은 효과를 노렸다. 즉 단군왕검은 '하나님아버지'와 같은 형태로, 사람들이 이 이름의 권위를 부정하기 곤란하게 만들고 그 반대로 존경심을 자아내게 했다.

삼국유사의 옛글에서, 단군왕검이 태어 날 때까지의 내용은 전형적인 신화다. 그 뒤에 붙인, 단군이 '요 임금이 즉위한 50년'에 조선을 세우고, '기자가 조선에 봉해지자' 단군은 산신이 됐다는 내용도, 역사 비슷하게 썼지만 신빙성 없기는 신화와 마찬가지다.

즉, 연대의 기준인 요(堯)가 실재하지 않은 전설의 인물에 불과하다. 기준 연대가 불확실하면, 거기에 맞춰 설정한 조선의 건국 연대도 당연히 틀린 것이며 역사적 사실일 수 없다. 그 연대도 요 임금보다 50년 살짝 뒤로 한 것은, 누가 판단하든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맞춘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요에 맞춰 조선 건국을 B.C.2000년 이상으로 올려 잡다 보니, 분명한 역사 시점인 위만의 조선과는 2000여년, 옛글이 쓰여진 시점과는 줄잡아 3000여년이나 간격이 생겼다. 이 오랜 공백을 정당화하기 위해, 단군이 1500년 동안 조선을 다스렸다느니, 단군의 수명이 1908세였다느니 하는 신화 특유의 과장법을 썼다.

단군 얘기는 단군왕검이 산신이 되는 것으로 끝난다. 산신이 된 것도 스스로 된 것이 아니고, 중국인 기자(箕子)가 조선에 봉(封)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이다.

결국 작가는 중국측 옛글에 나온 이 몇 자 안 되는 애매모호한 내용을 빌미로, 하늘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자기가 높여 세운 나라를 자기 손으로 허무는 모순의 신화를 창작했다.

-200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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