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07 [칼럼니스트] 2004년 5월 2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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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발등의 불


이규섭
http://columnist.org/kyoos

실업탈출만 힘든 것이 아니다. 최근 채용정보업체 인쿠르트가 실시한 '취업 희망캠프' 참가희망 경쟁률이 12대1을 넘었다니 취업의 어려움을 실감케 한다. 30명 선정에 350여명이 신청한 구직자들의 애절한 사연 또한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백수 3년 차에 대인 기피증과 실어증에 시달리며 가족보기가 죄스러워 이제는 이력서 넣기가 두렵고 죽고싶다'는 30세 남성부터 '외환위기로 실직 당한 아버지 대신 가장역할을 해야하는 데 취업이 안 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여대졸업생의 호소까지 게시판에 올린 사연은 하나같이 절박하고 딱하다.

좌절과 실의 속에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실업자들은 두 달 동안 구직활동 컨설팅 등 입사지원관리를 해준다는 취업 희망캠프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참여했을 것이다. "야! 희망은 이루어진다!"는 구호 제창과 함께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캠프를 통해 참가자들은 잃어버린 자신감을 얼마나 되찾았는지 궁금하다.

청년실업률이 9%를 넘어 전체 실업자의 절반이 넘는 46만명이 15∼29세의 연령층이다. 우리의 인구구조상 해마다 50만개의 일자리가 필요한데 지난해는 오히려 4만개가 줄었다니 갈수록 태산이다. 더구나 청년실업 문제는 구조적 실업 성격을 띄면서 취업난 해소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글로벌 경쟁력이 절실한 이때,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의 발표도 우리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 한심하고 답답하다. 정부정책의 일관성, 정치 안정, 노사관계, 대학 교육의 질 등에서 낙제 수준을 면치 못했으며 중국과 인도에도 밀렸으니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뻔한 이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업자들의 95%가 의욕상실, 비관, 불안, 우울증 등 '미 취업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청년실업의 장기화는 인적자원의 훼손 뿐 아니라,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어 사회적 부담이 되고 있다.

위험수위에 이른 청년실업은 발등의 불이건만, 각 정당은 이념과 정체성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여당 당선자 워크숍에선 이념지향(指向)의 선명개혁이냐, 이념지양(止揚)의 실용개혁이냐를 둘러싸고 토론을 벌인 끝에 실용개혁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중도진보'니 '개혁보수'니 하는 이념논쟁은 정치적 관점에서는 집고 넘어가야 야 할 과제이겠지만, 국민입장에서는 왼쪽으로 가던 오른쪽으로 가던 그다지 중요하게 아니다. 성장이냐 분배냐의 논쟁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성장 없는 분배로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이 하루아침에 배가 불러질리 없다. 서민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절실하고, 실직자에게는 일자리가 시급하다.

정부는 실업해소를 위해 올해 공공부문에서 최대 37만개 가량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15만7천개는 직업훈련생과 연수생으로 채워질 숫자다. 고용안정성이 보장되는 '제대로 된' 일자리는 공무원과 공기업 신규채용 등 5만6천개가 고작이다. 이마저도 일부는 인턴과정을 통과해야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공무원과 공기업의 증원은 인위적인 일자리 창출일 뿐 장기적인 효과는 미지수다. 결국 정부의 덩치만 커지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실효성마저 떨어진다. 지금부터라도 땜질식 미봉책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과 제도보완에 힘써야 한다.

일자리는 결국 기업투자와 창업에서 창출된다. 고용창출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각종 규제다. 경쟁의 룰을 바로잡고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러 규제가 생겼지만, 각종 규제가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도 사실이다. 왜 자본주의 하는 나라의 기업들이 사회주의 하는 나라에 보따리를 싸들고 나가는가를 따져보면 규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가 명백해진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한국기업 못지 않게 외국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시켜주는 일도 시급한 현안이다. 한국경제 설명 차 뉴욕을 다녀온 경제부총리는 "월가(街) 금융인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한국 정부가 시장친화적 정책을 지속할 것 인지와 노동 문제였다"고 한다. 그 말속에 해답은 나와 있다. 시장친화적 정책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규제 완화가 외자유치와 일자리를 늘리는 열쇠다.

- 'CEO Report'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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