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05 [칼럼니스트] 2004년 5월 24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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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가 확실한가
박강문                                        

http://columnist.org/parkk


일간신문사에서 사진기자를 하다가 50대 초반에 그만두게 되자 홈페이지를 만들어 인터넷 사진관을 차린 이가 있다. 그 사업이 과연 잘 될까 지켜보았는데, 한 동안은 그럭저럭 유지해 나갈 정도라고 하더니만 이제는 분당의 요지에 있는 좋은 건물로 작업장을 옮겼다. 그의 말 가운데서 인상적인 것은,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물건을 받을 수 있는데도 굳이 작업실을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의 인터넷 사진관은 자신이나 애인, 또는 아기 사진을 넣은 맞춤 달력을 만들어 주거나, 시디 앨범을 편집해 주거나, 오래되어 찢어졌거나 흐릿해진 사진을 보정해 준다. 고객은 원고가 될 사진을 스캔해서 디지털 파일로 보낼 경우, 소중한 원본 사진을 분실할 위험이 없어 굳이 작업실까지 찾아갈 필요가 없다. 큰 돈이 오가는 거래도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현장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는 그런 사람들을 반긴다. 꼼꼼한 그들은 한 번 방문하고 나면 꾸준한 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거래라 하더라도 현장의 존재가 분명하다는 것을 고객이 믿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홈페이지에 작업실을 잘 찾아올 수 있게 약도까지 그려 놓았다. 사업자 등록번호도 명시해 놓았다. 그는 작업실 전화, 집 전화, 휴대전화, 어느 것으로라도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는 항상 고객의 부름에 응한다.

요즘 인터넷 사기 피해가 자주 보도된다. 소비자마다 현장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홈페이지라도 좀 세심하게 살펴본다면 말려들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주소가 불분명한지, 사업자 등록증이 명시돼 있지 않은지, 전화를 잘 받지는 않는지 챙겨 보는 것이 좋다, 홈페이지가 2년 넘어 활기 있게 살아 있는 곳이라면 대개는 믿을 만한 곳이라고 봐도 되겠다. 인터넷 사기꾼의 인내심으로는 그렇게 긴 동안 거미줄을 치지 못하니까.

-FindAll 200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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