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97 [칼럼니스트] 2004년 5월 1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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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와 그라피티
박강문                                        

http://columnist.org/parkk


그라피티는 낙서다. 낙서는 아무데나 제멋대로 쓴 글씨나 그림을 뜻하고 또 그렇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런데, 낙서라 하면 공중화장실(아무래도 공중변소라고 해야 더 잘 어울린다)이 연상되고 그라피티라면 런던이나 뉴욕의 지하철 역 또는 거리 폐건물 벽이 떠오른다. 우리 낙서와 서양 그라피티는 성장 환경이 다른 것이다. 과거 우리 도시들에는 서양식 건물이 적었으며 이것들이 폐건물로 오래 방치될 만큼 도시 발전이 주춤거리는 적도 드물었다. 더구나 지하철의 역사는 짧고 그 환경은 잘 관리되고 있어 여기에 낙서가 깃들 틈이란 없다.

그러나, 인간이란 어디에 살든 비슷하다. 서양의 그라피티도 그 출발은 변소 낙서였으니까. ‘그라피토’라는 이탈리아말의 복수형인 그라피티는 본디 공중변소의 낙서를 뜻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출생 배경이 그 쪽이나 이 쪽이나 한가지로되 그라피티는 발전을 거듭하여 예술로 격상되기에 이른다. 우리 쪽 사람들의 예술적 천분이 그 쪽만 못해서가 아니라, 그 쪽에 공공질서를 어기는 버릇없는 이들이 많아서였으리라. 낙서는 한갓진 뒷간에서 심심파적으로 해야지 어찌 만인이 보는 데다 힘들여 해서 공개된 장소를 더럽히느냐 하는 것이 소박한 우리 낙서꾼들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라피티는, 이를 예술의 한 장르로 떠받드는 축들이 있어 제법 정형화의 모습도 갖춘다. 독특한 그라피티 글자체가 그런 것이다. 글자나 문장을 쳐 넣으면 그라피티체로 바꿔 주는 http://www.mindgem.nu/graffiti.html 같은 사이트까지 있을 정도다. 글자를 납작하게 하거나 여러 모양으로 변형할 수도 있다. http://w ww.graffiti.org는 세계 도처의 그라피티를 모아놓는 곳인데 스스로 그라피티를 ‘예술 범죄’(Art Crimes)라고 부른다. 군자가 할 짓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무수한 그라피티 사이트를 보노라면 천하에는 낙서꾼도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군자지국이라 그러하지 않지만.

- FindAll 200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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