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96 [칼럼니스트] 2004년 5월 1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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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섭의 해외여행 (4)/ 싱가포르 센토사 섬
볼거리 즐길 거리 푸짐한 테마파크


이규섭
http://columnist.org/kyoos

국민보다 관광객의 숫자가 더 많은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나라 전체가 잘 꾸며놓은 공원이다. 그 가운데서도 싱가포르관광의 대명사로 불리는 곳은 센토사(sentosa island)섬. 천혜의 자연환경에 대규모 사업비를 들여 테마파크로 조성하여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푸짐하다. 센토사는 말레이시아어로 '평화와 고요'를 뜻하지만, 관광객들로 붐비는 센토사 섬은 고요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국인일 정도로 싱가포르관광수입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다.

센토사는 동서 길이 4㎞, 남북 길이 1.5㎞의 자그마한 섬으로 1968년까지 영국의 군사기지였으나 1972년 놀이동산으로 탈바꿈되어 섬 전체가 리조트단지를 연상시킨다. 센토사 섬은 코스웨이 다리 건설로 이제는 섬 아닌 섬이다.

가장 편리한 방법은 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것이지만, 케이블카와 페리를 이용하면 색다른 맛이 있다. 페버산에서 바다를 가로질러 센토사 섬으로 이어진 케이블카를 타면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자랑하는 싱가포르의 도심의 현대적인 멋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짜릿함에 즐거움이 더해진다. 케이블카를 타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센토사 섬을 비롯, 쿠수, 나자루스, 시스터스 등 주변의 작은 섬들도 각기 다른 모습으로 스쳐간다.

또 텔록 브랑카 거리에 있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페리 터미널에서 페리를 이용하면 4분이면 센토사에 도착한다. 센터사 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머라이언상(像). 상반신은 사자(獅子), 하반신은 물고기 모양으로 싱가포르의 행운을 지키고 수호한다는 상징탑이다. 사자 모양의 상반신은 14세기경 수마트라의 왕자가 싱가포르를 처음 방문했을 때 호랑이를 사자로 오인하여 '싱가 푸라'(산스크리스트어로 '사자의 도시'라는 뜻)로 부른 데서 유래됐다. 하반신의 물고기 모양은 싱가포르가 어촌부락이었음을 뜻한다.

머라이언상은 싱가포르관광청이 1964년 처음 디자인하고 1972년 리콴유 전 수상에 의해 싱가포르 공식 상징물로 지정됐다. 싱가포르강 귀퉁이에서 세웠던 머라이어상은 2002년 9월 새 명소 '원 플러턴'지역으로 120m 옮겼다. 1997년 8월 에스플러네이드 다리가 생기면서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원플러턴 방향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자유형태 건축물인 머라이언상의 높이는 37m. 낮에는 사자후(獅子吼)를 토하듯 사자상의 입에서 분수가 뿜어져 나오고, 밤이면 머라이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레이저빔이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전망대에 오르면 센토사 섬과 도시 지평선, 항구가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맑은 날엔 인도네시아 섬까지 아득하게 보인다. 새롭게 자리잡은 머라이언상 주위에는 300여명이 앉아 관람할 수 있는 계단형 테라스와 도심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위한 갑판도 마련돼 있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음악분수

9가지 다양한 모양으로 음악에 맞춰 춤추는 음악분수(Musical Fountain)는 센토사 섬의 명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남국의 낮과 밤을 아름다운 색채와 분수가 조화를 이루고, 경쾌한 왈츠나 클래식, 팝송에 따라 물줄기가 다양하게 변하는 모양은 환상적이다. 페리 선착장 옆에 있는 아시안 빌리지는 넓은 부지 안에 태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의 깜퐁마을, 일본, 중국인의 생활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이곳에서 매일 오후 2시간 간격으로 펼쳐지는 동남아시아 각 국의 민속 공연은 이색적인 볼거리. 아시안 빌리지 안쪽의 유원지에는 술탄 카카르라는 왕궁풍 회전목마와 토쿠토쿠라는 태국의 삼륜 택시를 흉내낸 미니카 등 특이한 놀이기구가 마련되어 있다.

센토사 마리 타임 박물관(Sentosa Maritime Museum)은 싱가포르 지역 해양유산을 가장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선박 모형들과 관련된 사진, 차트, 갖가지 부착물, 시설물들이 시대별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선박 전시관에는 원시적인 뗏목을 비롯, 싱가포르와 인근 지역을 주름잡았던 선박들을 전통적인 모양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센토사 오키드 가든(Sentosa Orchid Garden)은 200여 종이 넘는 난초를 주제로 꾸민 공원이다. 음악분수정원 부근에 있는 오키드 가든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난초들이 고혹적인 향기를 뿜어낸다. 생물공학을 이용한 신종 난초도 불수 있다. 난초 꽃으로 정교하게 장식한 꽃시계와 평화와 행복을 기원한다는 '행복의 종'이 눈길을 끈다. 작은 연못에는 형형색색의 진귀한 금붕어가 노닌다.

판타지 아일랜드(Fatasy Island)에 들어서면 별천지가 펼쳐진다. 물을 주제로 한 테마공원답게 요모조모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물의 공원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이곳에는 31가지의 감각적인 놀이기구가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80m 길이의 투명한 해저 터널을 통과하면서 해양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언더워터 월드'다.

공무원들은 투자유치 비즈니스 맨

싱가포르는 작지만 강하다. 항구와 거리, 관광지 곳곳을 둘러보거나 공무원을 만나보면 싱가포르의 저력을 실감한다. 1959년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자치권을 행사한지 40여년만에 세계적인 자유·무역항으로 번영을 누리고, 경제성장률은 이미 1979년에 한국을 앞질렀다. 크고 작은 40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싱가포르의 면적은 682.7㎢. 부산(759.86㎢) 보다 작지만 인구는 420여만명(2002년 기준)으로 부산(381여만명) 보다 많아 인구밀도는 높은 편이다.

오밀조밀하게 꾸며놓은 싱가포르 도심의 빌딩은 제마다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건물 자체가 관광자원으로 똑같은 건물은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1972년 한국의 건설업체가 처음으로 진출한 이후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건물들은 한국인의 기술로 건설되었다. 그 중에서 쌍용건설이 시공하고 완성한 래플시티는 복합건물로 싱가포르의 상징적 건물이 됐다. 시청주변엔 복고풍인 시청건물을 비롯, 국회, 박물관, 교회 등 19세기 영국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싱가포르 강을 기준으로 북쪽은 행정지역, 남쪽은 비지니스 지역이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이기에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공무원들에게 많은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말단 공무원에서부터 기관장까지 명암에 사진을 새기도록 의무화했다. 외국 바이어들이나 민원인들이 잘 기억하도록 하려는 비즈니스형 발상이다. 외국기업을 유치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관청인지, 민간기업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부정과 정실이 드러나면 엄중 문책한다. 각종 규제를 들어 까다롭게 구는 한국의 관리와는 대조적이다.

관광수입 줄자 '탈규제' 조치

싱가포르 국민들은 '해서는 안 된다'와 '…하면 벌금'이라는 '벌금문화'에 짓눌려 살고 있다. 마약을 들여오면 사형, 거리에 휴지를 버리거나 담배연기라도 날리면 1000싱가포르달러(68만원 상당)를 벌금으로 낼 정도로 엄하다. 그러나 싱가포르에도 서서히 '탈(脫)규제'바람이 불고 있다. 거리가 더러워질 것을 우려해 금지했던 껌 수입이나, 번지점프를 허가했다. 술집의 바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는 '바(Bar) 톱 댄스'를 합법화했다.

싱가포르 역시 신세대의 등장과 경제성장에 따른 국민의 변화욕구를 외면할 수 없고, 지나친 규제는 국민들의 창의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팽배해왔기 때문이다. 각종 규제에 따른 무미건조함이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치안만큼은 여전히 확실하다. 싱가포르인들은 '나는 CCTV 배우'라고 자조할 정도로 도시 곳곳에 폐쇄회로 TV를 설치해 놓았다. 시민들은 자신도 모르게 CCTV에 출연(?)당하는 영락없는 '길거리 배우신세'라는 뜻이다. 싱가포르경찰은 범죄발생이 잦은 지역에 감시카메라를 계속 늘리고 있어 탈 규제바람에도 불구하고 CCTV 배우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여행쪽지

인천공항에서 싱가포르 창이공항까지 7시간 정도 걸린다. 시차는 한국 보다 1시간 늦다. 싱가포르와는 3개월 무비자 협정이 체결되어 있으나 입국 시에는 통상 30일간의 체류비자를 부여한다.

- 월간 ‘광업진흥’ 200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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