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94 [칼럼니스트] 2004년 5월 3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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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3]
'고조선'은 없었다.


홍 순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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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B.C. 108년 이전의 고대 국가를 '고조선'이라 부른다. 그러나 당시 고대 중국인들이 쓴 책에 고조선이란 표현은 없고, '조선'으로만 기록됐다.

그 한참 뒤인 우리 쪽 고려 시대나 5백년 조선 시대에도 고조선이란 말은 쓰지 않았다. '고려사'를 보거나 '조선왕조실록 CD'를 검색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다만 '전'(前) 또는 '전기'(前期) 조선, 후 또는 후기 조선이라 구별해 쓴 것이 극히 드물게 보일 뿐이다.

따라서 '고조선'은 최근의 작품인데, 이같이 원래의 이름은 무시하고 후세에 새 이름을 붙이는 방식은 옳지 않다. 과거에 조선이라 불렸으면 언제까지든 조선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고조선은 생짜박이로 누가 지은 것이 아니고, 1200년대 일연이 쓴 삼국유사의 단군 신화 내용 중에 나오는 '고조선'을 빌어 썼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고조선을 학자들이 조선으로 잘못 이해하여 널리 씀으로써, 지금 개념의 오류를 일으키고 있다.

삼국유사의 첫머리에, 단군왕검의 조선(B.C.2333-B.C.1122년)과, 기자의 조선과, 위만의 조선(B.C. 194-B.C. 108년)을 시기순으로 연이어 설명했다.

이 설명에서, 단군조선과 기자조선 2 나라를 묶어 '고조선'이란 소제목을 붙인 것이다. 이 소제목에 대한 설명을 끝낸 후 이어서 '위만조선'이란 소제목을 붙여 설명했다.

여기서 쓴 고조선의 '고'(古)는 먼저 있었던 것, 또는 더 오래 된 것이란 형용사다. 따라서 2 글자를 합한 '古朝鮮'이란 소제목은, '위만조선보다 먼저 세워졌었던 단군과 기자 조선들'이란 뜻이다.

이런 뜻인 삼국유사의 고조선은,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나라 이름 즉 고유명사인 고조선과는 다르다.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를 보면,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고조선은 단군왕검이 건국하였다고 한다'고 쓰여 있다. 단군왕검이 건국한 것은 '조선'이라고 삼국유사의 내용 설명에 분명히 쓰여 있다. 그런데도 위와 같이 다른 뜻의 소제목 '고조선'으로 바꿔 써 놓았으니, 사기성마저 느껴지는 개념의 변경이다.

-200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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