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93 [칼럼니스트] 2004년 5월 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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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행복을 느낄 때까지

이규섭
http://columnist.org/kyoos

마음의 문을 열면 세상은 아름답다. 충남 서산에 위치한 개심사(開心寺)는 '마음을 여는 절 집'이라는 이름부터 마음을 끈다. 절 집 들머리에는 '세심동(洗心洞)'과 '개심사 입구'라고 새겨진 자그마한 표지석이 마음을 씻고 들어가 마음을 열라고 암시한다.

홍송(紅松) 우거진 돌계단을 밟고 올라가 해탈문을 들어서니 대웅전이 단정한 기단 위에 음전하게 앉아있다. 종갓집 맏며느리 같이 듬직하고 수수하다. 균형과 조화가 빼어난 건물로 단청은 단아하게 바랬다.

왼쪽에 있는 심검당(尋劒當)이라는 요사채는 휘어진 나무를 단청 없이 그대로 쓴 기둥이나 대들보가 자연스러워 소탈하고 담백하다. 개심사는 중창불사다, 개보수다 하여 인위적 멋 내기를 하지 않아 호젓하고 운치가 넘친다.

내친 김에 부근에 있는 '백제의 미소' 마애삼존불을 찾았다. 바위에 조각해 놓은 마애불의 미소가 꾸밈없고 밝고 너그럽다. 살구씨 같은 눈, 둥글고 풍만한 어깨, 풍성한 주름 등 넉넉하고 부드러운 선이 아름답다.

'고객감동'은 치열한 경쟁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업의 생존전략과 직결된다. 고객의 욕구와 기대를 읽지 못하고 고객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어떤 기업이든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기업들이 앞다퉈 체질을 개선하고, 고객실명제를 실시하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고객감동에 맞춰가고 있다. 고객감동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종갓집 맏며느리 같은 듬직한 경영이 필요하다. 예전엔 복스럽고 후덕하게 생긴 여성을 보면 흔히 부잣집 맏며느리 갔다고 했다. 부모님을 모셔야하고,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해야하고, 제사나 명절 때면 음식준비와 손님 뒤치다꺼리를 도맡아야하고, 시누이와 시동생 뒷바라지를 해야하는 등 시쳇말로 등골이 빠진다. 그러나 맏며느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균형을 잃지 않고, 가족들과 조화를 이뤄 나간다.

시대가 바뀌고 기업환경이 변해도 경영책임자는 고유제품의 품질을 유지발전 시키면서, 위로는 고객을 웃어른 모시듯이 하고, 아래로는 사원들을 다독이고 아울러야 한다. 목표관리는 고객우선으로 하되 반드시 종업원과 함께 해야한다. 공감대 확산을 위해서는 새로운 트렌드를 읽어내고 직원들과 감성코드를 맞춰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직의 동맥경화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의사소통의 길을 열어 놓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경영에 믿음이 가고, 제품이 신뢰받게 되면 그 기업은 성장하게 마련이다.

고객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개심사의 심검당은 절 집답지 않게 소박하여 편안하고 푸근한 느낌을 준다.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기둥에 쓴 자연스러운 멋이 운치를 더해주듯, 휴머니즘에 입각한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나면 고객은 편안함을 느낀다.

감성소비시대라고 하지만 디자인이 화려하고 색상이 다양하다고 우수한 제품이 아니라는 것쯤은 소비자도 꿰뚫고 있다. 생산자가 주도하던 시대는 어지간한 불만족은 고객이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고객주도형 시대에는 경쟁사 제품으로 구매심리가 즉시 옮겨간다. 얄팍한 상혼 보다 상품의 질로 경쟁할 때 고객은 그 제품을 믿고 찾는다. 소주업계에 부는 리뉴얼 바람도 한잔을 마셔도 부드럽고 편리한 게 좋다는 소비심리에 컨셉을 맞춘 변화다.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하여 고객을 감동시켜야 한다. 요란한 이벤트는 반짝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소비자에게 감동은 주지 못한다. 마애삼존불의 은근한 미소는 밝고 꾸밈이 없어 감동을 준다. 종업원 개개인이 "나는 우리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하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친절과 봉사정신을 발휘하면 소비자는 끌리게 마련이다. 밝고 상냥한 얼굴로 인사를 하고, 친절하게 서비스를 하는 매장은 누구나 다시 찾게 된다.

이제는 고객만족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열린 마음으로 고객이 행복할 때까지 감동을 줘야 한다.

-사보 '진로' 5월호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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