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86 [칼럼니스트] 2004년 4월 1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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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스케치
영덕, 복사꽃 향기에 취하는 '그대 그리고 나'

이규섭
http://columnist.org/kyoos


경북 영덕의 봄바람은 분홍빛이다. 흐드러지게 핀 복숭아꽃이 4월의 산내들을 울긋불긋 물들여 놓았다. 안동에서 34번 국도를 타고 청송·영덕을 가르는 황장재를 넘으면 지품면 신양리부터 영덕읍 직전까지 길 양쪽으로 복사꽃 향연이 펼쳐진다.

영덕이 복숭아 산지가 된 것은 일제시대부터. 땅에 모래가 많아 물이 잘 빠지고 인산이 많이 든 토질이 복숭아나무 재배에 알맞았기 때문이다.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수해를 본 땅에 집중적으로 복숭아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오십천 주변이 온통 복숭아밭으로 바뀌었다. 영덕 복숭아 재배농가는 700여가구, 재배면적은 430여㏊에 이른다.

영덕읍 7번 국도 변에 있는 강구항은 '영덕대게'의 집산지이자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항구다. 주변 식당에는 연분홍 속살이 꽉 찬 대게가 미식가들을 기다린다. 속살이 꽉 차 대게가 박달나무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붙여진 박달대게를 먹을 수 있는 시기가 4월이다. 대게는 죽죽 뻗은 8개의 다리가 대나무와 같다 해서 '죽해(竹蟹)'라고도 불린다. 포구의 아침은 대게 경매로 활기가 넘친다. 최근엔 어획량이 줄면서 북한산이나 러시아산의 수입이 부쩍 늘어 꼼꼼히 살펴야 한다.

16일부터 사흘동안 강구항과 군민운동장에서 영덕대게 축제가 열린다. 대게요리대회·무료시식회·대게잡이배체험·대게처럼 옆으로 달리는 대게달리기대회 등 다채로운 축제마당이 펼쳐진다. 강구항 옆의 높은 언덕은 해맞이 명소 삼사해상공원. 강구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주변경관이 빼어나다.

강구항에서 축산항과 대진포구를 거쳐 영해에 이르는 918번 지방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드라이브 코스다. 35㎞의 '강축해안도로'는 길과 바다가 손끝에 닿을 듯 가까운 '푸른 바닷길'로 바다에 빨려드는 듯 착시현상마저 인다.

창포와 대탄 사이 언덕의 해맞이공원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와 해안선은 드라이브 코스의 압권이다. 하얀 등대가 길손을 반기고 등대주변엔 산책로와 꽃밭을 조성해 놓았다. 눈이 시리도록 넓고 푸른 바다가 마음을 탁 트이게 한다.

해안선을 따라 굽이돌 때마다 불쑥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아담한 어촌마을도 정겹다. 축산면 경정2리 '차유마을'은 대게원조마을. 죽도산이 바라다 보이는 포구언덕에 '대게원조마을' 표지석을 세워놓았다. 고려 29대 충목왕(1345년) 때 정방필 초대 영해부사 일행이 이 마을을 순시하면서 수레를 타고 언덕을 넘었다하여 수레 차(車), 넘을 유(踰)자를 써 차유마을이라고 부른다. 강구, 대탄, 대진, 고래불 등 거울처럼 맑은 해수욕장들이 연이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축산에서 7번 지방도를 따라 계속 북쪽으로 바닷길을 달리면 전통가옥촌인 괴시리 전통마을에 이른다. 영양 남씨 집성촌으로 '영양 남씨 괴시파 종택' 등 잘 보존된 100∼200년 된 전통 기와집 20여 채를 둘러볼 수 있다.

여기서 7번 국도로 나와 영덕 쪽으로 잠시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의병장 신돌석 생가 터와 기념관이 반긴다. 기념관에서 의병들과 왜군이 쓰던 화승총·칼 등과 신돌석 장군의 행적을 기록한 각종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영덕읍 최남단에 있는 경보화석박물관(054-732-8655)도 들러볼 만하다. 20여곳 나라에서 모아들인 2000여 점의 각종 화석들이 시대별·지역별·특징별로 나눠 전시돼 있다. 부근에 있는 부경온천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다.

■가는 길 : ▶중앙고속도로가 열려 영덕 가는 길이 훨씬 수월해졌다. 서안동IC에서 나와 34번 국도를 따라 안동(34번 국도)→청송 진보→영덕으로 끝까지 가면 7번 국도와 만난다. 여기서 남쪽으로 20분 가량 내려오면 강구항이다. 서울기준 4시간30분 소요.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경주IC(7번 국도)→강동(28번 국도)→흥해(7번 국도)→영덕 강구항에 닿는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매일 오전 8시, 오전 11시, 오후 3시40분, 오후 4시40분 등 4차례 운행한다. 4시간 30분. ▶열차를 이용하면 서울역에서 포항까지 간 뒤 시외버스를 이용, 영덕까지 가면 된다.

- 신선E&G 사보 200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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