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82 [칼럼니스트] 2004년 4월 12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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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알았지요
박강문                                        

http://columnist.org/parkk

    한 학기 내내 가 봐야 학교 연구실로 오는 전화는 거의 없었다. 교내 딴 교수한테서 점심 함께 하자든가 하는 전갈이 어쩌다 한 번 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요즘은 좀 이상하다. 전혀 생각지 못한 데서 오는 전화들이 있다.    

한 세대나 차이 나는, 듣도보도못한 고교 후배가 공손하게 문안을 드리기에 요즘 세상에 이렇게 인사성 밝은 녀석이 있나 감탄하고 있는데, 뭘 사 달라는 간청이 따른다. 훌륭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무슨무슨 단체나 기관들도 돈으로 도와달라고 호소한다. 나는 자선가가 되어야 한다. 도와주어야 할 곳이 많다.    

얼마 전부터 나는 묻는다. 내 학교 연구실 전화를 어떻게 알았느뇨. 대답인 즉,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었노라. 학교 홈페이지에도 아직 그 번호는 올라 있지 않은데, 괴이하도다. 하나하나 톺는다. 고등학교 동기생 모임 홈페이지의 주소록에 그 전화번호가 실려 있다. 이것이 바로 나를 자선가로 내몬 실마리다. 들으니, 교수들은 박정하게 거절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자선가가 되기 쉽고 그래서 그런 전화가 많이 오게 된다는데, 맞는 소린지 모르겠다.    

반갑지 않은 전화일수록 적절하지 못한 시간에 오는 것은 무슨 법칙인가. 강의 자료 챙기기에 촌각이 아쉬울 때, 강의 시각에 맞춰 서둘러 나오려 할 때, 화장실 가는 것조차 한참 참고 있을 때, 벨은 울린다.    

한편 생각해 본다. 반가워하지 않을 전화를 여기저기 해야 하는 이의 고생이야 오죽하랴. 그래도 앉아서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첫 인사는 서신으로 보내면 좋겠다. 또 한편 생각한다. 연구실로 전화한 것만도 꽤 배려한 것이 아닐까. 강의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로 오는 것보다야 훨씬 나으니.    

이제 전화번호가 알려질 만큼 알려졌으니 전화가 점점 더 많이 걸려올 것만 같다. 내가 자발적으로 기여할 테니 전화 좀 그만하라고 할까. 인터넷, 참 무섭구나. 고등학교 동기회 홈페이지까지 누군가가 훑고 있을 줄이야. 참여하는 인원이 백 명도 안되는 작은 홈페이지라고 허투루 볼 게 아니다. 그 퍼짐성이 놀랍다. 누가 어디서 보는지 알 수 없다. 인터넷에 한 번 오르기만 하면 원본을 지운다 해도 어딘가에 그것을 베낀 것이 있을 수 있다.

    - FindAll '즐거운 인터넷 여행' (200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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