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79 [칼럼니스트] 2004년 4월 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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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1] 오지랖 넓은 '한국사'


홍 순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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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성인이라면 누구나 적어도 몇 년 동안 국사를 배웠으며, 교육 과정이 바뀌었다는 작년부터도 고교 1학년 학생에게는 국사가 필수 과목이다. 그리고 2-3학년 때는 '한국 근현대사'를 선택 과목으로 하여 원하는 학생만 더 배운다.

이들 교과서를 보면, '국사', '역사', '한국사', '민족사'를 아무 구별 없이 뒤섞어 쓴다. '국사' 첫단원부터 '한국사의 바른 이해'란 제목을 붙이고 '역사'는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식이다. 여기서는 이 불분명한 낱말들 중 '한국사'에 대해서만 간략히 써 본다.

한국사란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59년부터 65년 사이 진단학회(震檀學會)가 '한국사' 7권을 발간한 때부터 일 것이다. 그 후 한국사 또는 국사 뒤에 논총, 론, 대관, 신강 등의 낱말을 붙인 책들이 붐을 이뤘으며, 지금은 '뿌리깊은', '살아있는' 등의 형용사를 앞에 붙인 한국사가 많이 팔린다고 한다.

사람들이 역사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문제는, 현재의 대한민국과 이 땅에서 2천년 이상 명멸했던 많은 국가들의 역사를 통틀어 '한국사'라 부르는 것이 옳은가다.

이 의문을 영문에 대입시켜 보면 답이 쉽게 나온다. 즉 '한국사'는 history of Korea 다. 이 때 'of'는 한국'의' 역사와, 한국과 '관련된' 역사란 2 가지 뜻을 함께 나타낸다. 이런 언어 구조라면, 2천년 전 고구려, 1천년 전 고려 등 모든 나라의 역사가 지금의 한국과 '관련이 있으므로' 한국사란 표현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말 한국사에는 'of'라는 조사가 없다. 즉 '한국사'의 실제 내용은 '한국과 그와 관련된 국가의 역사'지만, 그 내용을 알려 주는 이름에 '그와 관련된 국가'라는 주격이 빠진 것이다. 따라서 한국사는 모든 국가를 아우르는 통사(通史)에는 쓸 수 없고, 대한민국 역사에만 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개념의 오류가 확실히 드러난 것이, 위에 쓴 고교 2-3학년의 교과서 제목이며, 역사학 전문 용어인 '한국 근현대사'란 표현이다. 이 말을 분리하면 '한국 근대'와 '한국 현대'가 된다. '한국 근대'란 우리 역사 어디에도 없는 시기다.

-200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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