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74 [칼럼니스트] 2004년 3월 2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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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섭의 해외여행 (3)/ 미국 요세미티
대자연의 대명사, 지구촌 첫 국립공원


이규섭
http://columnist.org/kyoos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California)는 ‘꿈의 땅’이다. 1950년대 일확천금을 꿈꾸며 수많은 사람들이 황금을 찾아 몰려들기 시작한 ‘골드러시’ 이후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州)가 됐다. 캘리포니아는 아름다운 항구도시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와 한국교포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와 함께 대자연의 대명사인 요세미티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을 품고 있다. 미국 본토 가운데 가장 높은 해발 4,418m의 휘트니 산과 가장 낮은 해면하 86m 지점의 데스밸리를 동시에 거느린 천혜의 관광명소다.

요세미티국립공원은 시에라네바다 산맥 중앙에 위치한 산악공원으로 총면적은 3,079㎢, 제주도(3027㎢) 보다 넓다. 1890년 지구촌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4년 링컨 대통령이 이곳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회의 보호법안에 서명, 다시 한번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반평생을 요세미티에 살면서 비경을 사진에 남긴 앤셀 애덤스와 자연보호운동의 선구자 존 뮈어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알프스를 연상케 하는 4,000m급의 산들, 빙하의 침식으로 형성된 푸른 계곡과 거대한 바위봉우리, 굉음을 내며 쏟아지는 장대한 폭포와 맑은 호수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미국의 대표적 공원이다. 60여종에 달하는 포유류, 200여종 이상의 조류가 서식하고 세코이어를 비롯한 30여종의 수종, 1300여종의 화초가 자라는 대자연의 보고다.

요세미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쪽으로 240km쯤 떨어져 있다. 서울에서 강릉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열차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버스가 편하다. 고속버스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인구인 머세드까지 약 3시간 걸린다.

샌프란시스코 관광을 마치고 출발한 탓으로 늦은 오후에 도착하여 요세미티 빌리지에 위치한 로지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요세미티 빌리지는 국립공원 부근의 칼리 빌리지와 함께 대표적인 두 개의 마을. 요세미티 빌리지에는 주로 방문자 안내센터와 우체국, 병원, 생활용품 판매점 등이 밀집되어 있고, 칼리에는 통나무집을 비롯한 다양한 숙박시설과 음식점, 야외식당, 풀장 등이 있다. 요세미티에는 와워나 호텔과 로지 호텔 등 몇 개의 호텔이 있을 뿐, 오두막집 형태의 로지 캐빈이나, 텐트 캐빈이 많다. 텐트와 침낭이 있다면 야영도 가능하다.

인디언식 야외요리 이벤트

객실 484개의 로지호텔은 특급이다. 호텔측에서 한국언론사 중진들을 위해 마련해준 인디언식 야외요리 이벤트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마차를 타고 삼림이 우거진 곳으로 이동하니 모닥불 위에 걸어놓은 바비큐가 익어간다. 조지 스티븐 감독의 서부영화 ‘세인’에 나온 듯한 개척시대 농민들의 음식들을 즉석에서 요리해 주었다.

인디언 음식의 기본재료는 옥수수와 고추. 물에 불린 옥수수를 으깬 ‘마사’를 얇게 원형으로 늘여 구운 ‘또띠야’를 소스나 야채를 곁들여 먹는다. 옥수수 또띠야를 U자형으로 만들어 튀긴 후 그 속에 고기와 콩, 양상추, 치즈를 곁들인 타코(Tacos)도 별미다. 바삭바삭하게 튀겨낸 조개모양의 옥수수 또띠야볼 안에 싱싱한 각종 야채와 치즈, 매콤한 소스를 넣은 타코 샐러드는 후식으로 그만이다.

보안관들처럼 통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마시는 진한 원두커피 맛도 멋이다. 옥수수.감자.고구마 등 재배식물은 아메리카 인디언이 구대륙을 통해 인류에게 전한 사실을 그때서야 알았다. 토마토?칠레겨자?담배?땅콩 등도 인디언이 만들었다. 어둠이 짙어지자 밤하늘엔 별들이 총총하게 빛나고 울창한 숲에서 인디언 원주민이 나와 악수를 청할 것만 같다.

다음날 간단한 차림으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향했다. 요세미티 빌리지에서 요세미티까지는 전용버스로 약 1시간 30분 걸린다. 요세미티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요세미티 계곡(Yosemite Valley)과 해발 3,000m 이상으로 만년설이 있는 Tuolumne 고원지대, 세코이어 거목이 있는 마리포사 그로브(Mariposa Grove)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거대한 화강암 하프 돔과 엘 캐피탄

요세미티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웅대한 자연미’다. 공원의 심장부인 요새미티 계곡의 명물 중 명물은 하프 돔(Half Dom)과 엘 캐피탄(El Capitan). 반달형 암봉인 하프 돔의 높이는 해발 2,965m. 돔을 형성한 화강암은 8,700만년쯤 됐다. 하프 돔의 반쪽 하프는 빙하가 물러갈 때 떨어져 나가 빙하가 계속되는 동안 계곡의 바닥을 따라 모래의 일부로 침전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계곡 입구에 파수병처럼 서있는 거대한 화강암 엘 캐피탄은 세계에서 노출된 화강암 가운데 가장 큰 하나의 바위 덩어리. 세계 전문 산악인들이 끊임없이 도전하는 암벽등반 명소다.

암벽 위쪽에서 눈 녹은 물이 폭포가 되어 요세미티계곡으로 굉음을 내며 쏟아진다. 요세미티폭포는 740m의 3단 폭포로 위용을 뽐낸다. 브라이들 베일 폭포는 물줄기의 낙하지점에서 생겨나는 하얀 물보라가 마치 ‘신부의 베일’처럼 멋진 장관을 연출하는 곳이고, 리본 폭포도 대자연이 빚은 걸작품이다.

공원 남쪽 입구로 통하는 41번 도로를 따라 와워나(Wawona) 터널을 지나면 전망대가 나온다. 계곡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하프 돔, 신부의 베일폭포가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이곳에서 28㎞쯤 가면 사방이 탁트인 와워나 고원지대. 입구 왼쪽에 1850년대의 생활모습을 볼 수 있는 역사박물관이 있다. 요세미티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세기 중엽. 흙먼지 풀풀 날리던 산길을 포장마차가 달리던 시절이다. 박물관에는 그 당시 포장마차가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붕이 있는 독특한 다리도 복원해 놓았고, 개척시대의 건물도 보존돼 있다. 역마차 강도가 사용한 권총과 강도의 사진도 전시돼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인들이 자랑하는 서부개척사의 실상은 인디언추방과 학살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개척사(開拓史)지만 이 땅의 원주민인 인디언들에겐 멸망(滅亡)의 슬픈 역사다. 캘리포니아도 본래는 멕시코 영토였으나 미국-멕시코 전쟁 직후인 1848년 미국 땅으로 귀속됐다.

차 없는 공원엔 자전거 물결

와워나 전망대와 함께 요세미티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은 글레이셔 포인트(Glacier Point). 요세미티 계곡 남쪽에 솟은 표고 2,199m 절벽 위에 세워 놓은 전망대다. 전용버스로 40분 가까이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는 경관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깍아 지른 단애 위에서 360도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다. 정면에는 하프 돔, 오른쪽엔 버널폭포와 네바다폭포, 왼쪽으로는 요세미티 폭포와 엘 캐피탄, 뒤로는 리틀 요세미티 계곡, 아래쪽은 머세드 강과 촌락이 그림처럼 펼쳐져 탄성을 자아낸다.

요세미티 밸리의 동쪽 끝에 위치한 산상의 미러 호수도 빼놓을 수 없다. 하프 돔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호반 주변엔 늦봄까지 희끗희끗 잔설이 남아있다. 여름엔 물이 차갑긴 하지만 수영을 즐길 수 있고, 호숫가 주변에서 해바라기를 하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요세미티 계곡에서 남쪽으로 60㎞, 버스로 1시간 정도가면 거대한 세코이어 200여그루가 밀집해 있는 마리포사 그로브(Mariposa Grove)가 나타난다. 종로 국세청 앞 소공원에 세코이어 몇 그루가 심어져 있지만 마리포사 그로브의 세코이어들과 비교하면 이쑤시게로 비유할 정도다. 삼나무과에 속하는 세코이어는 유사이전의 식물로 세계적으로 이곳에 2종류 밖에 없다.

거대한 세코이어 줄기에 구멍을 뚫어 마차가 지나가게 했던 ‘터널 트리’는 1969년에 쓰러져 없어졌으나 아직도 지름 11m, 높이 64m에 수령 2,700년이나 된다는 세코이어가 버티고 있어 입이 쩍 벌어진다. 특히 1,000년이 넘었다는 쓰러진 세코이어를 그대로 둔 채 ‘무너진 왕조’라는 안내판을 붙여 관광에 이용하는 발상도 돋보인다.

요세미티국립공원의 경관도 장엄하지만 자연보호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국립공원관리소는 1980년 세계국립공원 사상 처음으로 ‘공원관리종합계획(GMP)’이란 프로젝트를 수립하여 실천에 옮겼다. 첫 작업으로 공원 안에 자가용을 추방했다. 방문객이 일단 공원에 들어서면 타고 온 자동차를 두고 셔틀버스를 타도록 유도한다. 폐쇄된 자동차도로는 대부분 자전거 전용도로로 전환했고, 철거된 야영장은 고유의 식물을 심어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가 될 수 있게 했다. 계곡에 있는 공원 주요시설물 중 경찰서, 화재예방시설, 재난구조대만 남기고 모두 제2단지로 옮겼다. 국립공원의 존재 의미를 국민 이용편의에서 자연보전 중심으로 전환했다. 난개발로 국립공원을 훼손하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여행쪽지

▲항공편 : 미국 서부를 연결하는 비행 스케줄은 무척 많다. 대한항공에서 LA 는 하루 3회, 샌프란시스코는 주5회 운항한다. 아시아나항공은 LA 주10회, 샌프란시스코 주11회 운항한다. 이밖에 여러 항공사에서 직항 혹은 경유 편을 운항하고 있다.

▲미 서부 기차여행 : 아직 한국에는 미국 기차여행 '암트랙'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편안하고 품위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암트랙'을 타 볼 만하다. 객차내 부대시설도 쾌적하고 창 밖으로 펼쳐지는 태평양 해안 절경도 그림 같다.



사진 : 요세미티 하프돔

- 월간 ‘광업진흥’ 200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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