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73 [칼럼니스트] 2004년 3월 27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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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박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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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방송국 유명 아나운서가 홍콩에서 가짜 명품을 무더기로 들여오다가 입건되면서 '짝퉁'이 다시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짝퉁은 가짜 명품을 일컫는 속어로 70년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짜’를 ‘짜가’로 부르다 비하를 뜻하는 ‘퉁’이 붙으면서 짝퉁으로 변했다는 설이 있으나 진위는 분명치 않다. 진짜를 뜻하는 ‘진퉁’은 여기에서 파생되었다.

지난 3일 주한 EU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04 한국의 무역장벽 보고서’는 지난 해 일본 세관에서 적발된 위조품 가운데 한국산이 가장 많았으며, 상하이에서는 한국산 품질이 가장 정교하고 인기 있어 비싼 값에 팔린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세계 제일의 짝퉁 수출국이자 소비국이라는 것이다. 창피한 노릇이다.

그러나 국내 짝퉁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중국의 짝퉁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 한국을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 진원지로 상하이의 상양시장을 꼽고 있는데 홍콩 짝퉁시장의 배후인 센젠의 모조품도 대부분 상하이에서 공급된다고 보고 있다. 값도 싸 한국은 중국산을 들여다 재가공해서 내보내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가짜마저도 중국산에 밀려 못해먹겠다는 불평이다. 러시아 보따리상인들의 한국 나들이가 뜸해진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이 짝퉁의 세계 최대 소비국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모 여대생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반이상이 짝퉁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했으며, 주부들 가운데서도 짝퉁만 겨냥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이다.

이에 대해 명품에 대한 허영심이라는 비난이 있는데 꼭 그렇게 나무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주머니가 얄팍한 대학생들이나 알뜰주부가 가짜임을 알면서 사용하는 것은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친구의 진주 목걸이를 빌렸다가 잃은 뒤 한 평생 고생해 가며 갚고 나서야 가짜였음을 알게 된 모파쌍 소설 '목걸이'의 주인공과는 경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로 속이기 위해 구입하는 이들은 비난 이전에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남의 눈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속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소유의 정도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세태라고는 하지만 자신을 잃으면 얼마나 초라한 노릇인가. 생긴대로 당당하게 살 용기가 그렇게도 없는가.

외형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자신의 내면까지도 가짜로 치장하고 다니기 일쑤다. 지금 그런 이들이 사회 곳곳에서 설치고 다닌다. 인간 짝퉁들이다. 누구나 명품같은 인간이 되기를 원하지만 그리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인생이다. 그렇다고 짝퉁으로 살아야 하겠는가. 좀 미진하더라도 진솔한 자기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들 뿐만 아니라 세상 구석구석이 더욱 밝고 아름다울 것이다.

- 충남신문 200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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