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99 [칼럼니스트] 2003년 12월 13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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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 바람' 부채질하지 말라

'얼짱'이란 말은 이제 흔한 유행어가 돼 버렸다. 2004 여자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1순위로 지명된 정미란이 아니라, 스포츠 얼짱으로 뽑힌 신혜인이었다는 사실은 외모지상주의에 치우친 얼짱 신드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모든 매체들의 한결 같은 관심 덕에, '얼짱 신혜인 여자농구에 활력소될까' 와 같은 선정적 기사들이 스포츠 주요면을 장식해도 여론의 뭇매를 쉽게 피해 갈 수 있었다.

    평범한 네티즌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대안 미디어로서의 인터넷의 위력이며 매력이다. 10대들은 얼짱들을 닮고 싶어하고, 그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경험한다.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나누는 화상 채팅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들, 특히 10대 네티즌들은 디카(디지털카메라), 폰카(핸드폰카메라) 열풍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얼짱' 이라는 이미지 문화 현상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얼짱 현상을 '신드롬' 으로까지 키운건 포털 사이트들의 덕이다. '얼짱 콘테스트'를 상설 이벤트로 열고, '얼굴이 가장 잘생긴 스포츠 스타 뽑기' 팬투표를 하고, 아예 '스타 만들기' 사이트를 오픈하기도 했다. 아기 얼짱, 아줌마 얼짱도 뽑고, 심지어는 게임 캐릭터 얼짱 선발 대회나 동호회 회원들이 애견 얼짱 선발 대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인터넷의 모든 통로는 얼짱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벗어날 수 있을 정도다.

    한국은 10대의 다양성을 원천봉쇄하는 사회다. 10대들에게 해방구로서의 인터넷은 그나마 10대 문화의 다양성을 표출시키는 주요하고 다행스런 통로다. 그들은 어느 분야의 '짱'이 되고 싶어 한다. 얼짱 신드롬은 본질보다 매우 부풀려진 면이 있고 10대 문화에 기성 매체들이 자의든 타의든 휘청거린 측면이 많다. '짱' 문화의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측면을 보자면 부끄럽게도 기성 사회가 제공하지 못하는 사회의 다양성을 그들 스스로 개척한다는 면이다. '그놈은 멋있었다' 의 작가 귀여니는 글짱이고, 아마추어 가수 김순년은 노래짱이다. 1인 미디어 세대인 이들은 다양한 분야의 짱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얼짱 콘테스트', '얼짱 스포츠 스타 투표' 는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온라인 매체들이 얼짱 신드롬의 상업성에 꽁깍지가 씌었다면, 이제 꺼풀을 벗고 이 다양성에 눈을 뜨기 바란다. 얼짱 문화를 10대에게 돌려 줘라. 왜곡하거나 부추기지 말라.

    - 2003.11.21 동아일보 오피니언

이강룡
웹칼럼니스트 / readme[a]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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