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82 [칼럼니스트] 2003년 11월 12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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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도박게임은 문화가 아니다

게임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묻는다!

최근 인터넷 도박게임중독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하룻밤새에 인터넷 게임으로 수백만원의 현찰을 탕진하는 30대 해외유학파 직장인, 4년 동안 가정을 버리고 하루 20시간 이상을 인터넷 고스톱에 빠져 지내는 40대 주부, 사이버머니를 구매하기 위해 벌어진 해킹범죄와 성매매, 사이버머니만을 전문으로 사고파는 기업형 거래상의 등장 등 하루에도 수십, 수백명의 사람들이 도박게임중독으로 신음하고 있으며, 이제는 도박게임에 중독된 사람 스스로가 감호를 요청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도박게임은 실제로 현찰이 거래되는 '도박'이 아닌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인터넷 도박게임에서 유통되는 사이버머니는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실제 현금가치로 환산되어 버젓이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백여개가 넘는 전문적인 거래상들은 하루에만 수백만원 이상의 현금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업체들은 사용자간의 거래까지 책임질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패키지 아이템 판매를 통해 사이버머니를 끼워파는 신종 '도덕불감증'의 한 단면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도박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N사의 2003년 3분기까지의 매출은 200억 이상이다. 게임사업은 N사 전체매출의 40%를 상회하는 규모이면서도 타사업에 비해 매출원가가 매우 낮은 독보적인 수익모델이다. 이러한 게임사업의 높은 수익성은 여러 업체들의 과다한 경쟁을 유발하고 있으며, 현재 대부분의 포탈사이트를 중심으로 도박게임이 서비스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도박게임의 중독보다 심각한 것은 인터넷 게임중독의 문제점이 여러번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게임업체들이 자사의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님비 현상' 그 자체다.

물론 도박게임을 서비스하는 기업들이나 도박게임을 애용하는 네티즌 모두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도박게임 그 자체는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정당한 사업임에 분명하다. 오히려 스스로의 자제력을 잃은 중독자를 나무라는 사회적 목소리에도 분명 호소력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인체에 해로운 술, 담배 등의 중독자들을 위해 주류회사, 담배회사 등이 소극적이나마 앞장서고 있는 현상과 비교할 때, 도박게임중독은 '건전한 게임문화'라는 허울 좋은 정당성으로 위장되어 중독된 소수만을 정신적 사회약자로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게임업체는 네티즌들의 여가문화향상과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도박게임을 개발-서비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과연 그 정당한 문화서비스에 자제력을 상실하고 가정과 직장에서 소외된 수많은 고객들에 대한 책임은 모두가 고객 스스로의 몫이라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 고객의 정신적 성숙을 요구하기에 앞서 도대체 게임업계가 건전한 문화라고 주장하는 도박게임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였는가. 중독자가 소수이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가 다시 도박게임을 순수한 엔터테인먼트로 바라보기를 기다리는 것은 과연 온당한 기업윤리라 말할 수 있는가.

도박게임중독의 사회적 심각성은 문화라는 포장으로, 일회성 생색내기로, 일부약관의 수정으로 해결될 단순한 성격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불법정치자금 문제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의 '도덕적 해이'를 짚고 넘어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이 IT 강국이기 때문에, 게임이 차세대 성장산업의 원동력이기 때문에 지금의 도박게임중독 현상이 묻혀 버린다면, 그것은 자칫 사회적 불균형의 심화를 초래하는 '도덕불감증 중독'을 야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도박게임은 문화가 아니다. 도박게임을 문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순서가 뒤밖인 말장난, 도덕성을 상실한 다수의 중독된 목소리일 뿐이다. 문화는 감동이 있는 그 무엇이다. 우리가 꿈꾸는 문화로 아름다운 나라는 적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박게임에 중독되어 우리가 처해 있는 작금의 경제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모습은 분명 아닐 것이다. 도박의 중독성을 활용한 게임경제의 힘이 누구나가 소망하는 '아름다운 문화의 힘'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 2003.11

김우정
lutain@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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